신문 모니터2010. 7. 1. 11:39

신문 1면기사, 선거참여 독려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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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
모니터 기간
2008년 3월 3일 - 3월 27일


18대 총선이 5일 밖에 안남았다. 이번 18대 총선은 역대 선거와 비교해볼 때 한 달 정도 일정이 늦어져 후보 등록일 마감일까지도 공천이 이뤄졌다. 이러다보니 정책보도는 없고, 오로지 낙천여부와 공천결과로 불거진 갈등과 내분 공천보도가 지면을 채웠다.
2008총선미디어연대는 본격적인 모니터활동을 시작한 3월 3일부터 공식선거개시일 전날인 26일까지의 선거와 관련한 신문 1면기사를 분석해보았다. 1면 보도를 분석한 이유는 신문이 담아야 할 가장 주요한 의제를 싣는다는 점에서 각 신문을 얼굴이며 각 신문의 ‘뉴스 중의 뉴스’이기 때문이다. 1면에 어떤 기사들이 실렸는지 분석함으로써 이번 선거에서 신문이 선거보도에 얼마나 치중했는가와 어떤 소재에 관심이 높았는지를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 1면 보도 분석

 

조선일보, 열흘 동안 1면에 선거관련 보도가 전혀 없을 때도 있어


신문들은 도저히 선거 시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거보도에 소홀했다. 정권출범 초기와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을 감안하더라도 1면에 선거기사가 하루 평균 한 건이 채 되지 않거나 겨우 한 건을 웃돈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표 1> 참고)
특히 조선일보는 모니터 기간 21일 중 10일간 1면에 선거기사가 하나도 없어 결국 이틀 걸러 한건 씩 보도를 한 셈이다. ‘선거 불감증’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다른 신문도 조선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7일간,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5일 동안 1면에 선거기사가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1면에 실린 선거보도의 크기, 경향신문이 31.3%로 가장 커

한편 1면에 실린 선거보도의 크기를 살펴보면 신문별 선거보도 비중이 달랐음을 알 수 있 다. (<표 2> 참고)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는 하루 평균 1.1건으로 보도량은 같았지만, 기사 비중에서 볼 때 많은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31.3%로 1면기사 전체지면의 1/3 가까이를 선거기사가 차지하고 있던 셈이고, 뒤이어 한겨레는 25.3%의 비중을 차지했다. 조선은 기사 크기도 12.8%로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1면에 실린 선거보도 기사유형, 동아 91%, 중앙 70%, 조선 69%가 스트레이트

한편 1면에 실린 선거보도의 기사유형을 분석해보니, 대부분이 스트레이트 보도였다. 경향신문은 46%가 스트레이트였고, 29%가 심층분석 보도였다. 반면 동아일보는 91%가 스트레이트 기사였으며, 심층보도는 9%에 그쳤다. 조선과 중앙도 간단한 스트레이트 기사가 더 많았다. (<표 3>참고)


1면에 실린 선거보도 위치는 거의 모든 신문이 상단에 배치한 비율이 높아 다행

신문들이 선거보도의 위치도 살펴보았다. 6개 신문 모두 선거관련 보도가 지면 상단에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신문 하단에 배치된 기사수도 전체기사의 1/3에 달해 선거를 이슈화 시키는데 소홀히 했음을 알 수 있다. (<표 4> 참고)


2. 1면에 실린 선거보도의 소재 분석
 

언론들의 책임방기는 1면에 실린 선거보도의 소재를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신문들이 1면에서 ‘낙천여부’의 정당 동정보도를 전달하거나, 공천 결과에 따른 정당 ‘내부 갈등’을 부각해 보도한 기사는 전체 125건 중에 100건에 달한다.
정책이나 쟁점 등 선거에 대한 정보는 뒷전으로 하고 ‘탈락’, ‘반발’, ‘갈등’, ‘권력다툼’ 등의 용어가 가득한 신문 1면 지면은 선거에 대한 정보제공은 하지 못한 채, 유권자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1면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정책보도가 한겨레·경향이 각각 1건과 2건 총 3건 밖에 되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표 5>참고)


분석보도도 선거지형에 대한 판세보다는 한나라당·민주당 공천에 대한 판세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이 실종되었다는 지적이나, 투표율 저하에 대한 우려에 각 신문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3. 정당별 보도 건수

 

1면에 실린 선거보도도 거대정당 중심, 군소정당은 1면에 실리기 하늘에 별따기


6개 신문을 종합한 결과, 전체 125건 중 통합민주당을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는 31건, 한나라당을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는 56건이었다. 중복으로 언급된 개수까지 포함하면 하면, 민주당은 52건, 한나라당은 81건으로 특히 한나라당은 전체 기사수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진보정당에 대한 기사는 민주노동당이 2번 거론되었을 뿐 거의 없다시피 했다. 1면만 보면 선거에 마치 두 개 정당만 참여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표 6>참고)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모두 단신기사나 주요정당 기사에 끼어서 얼굴을 드러낸 정도이다. 진보 및 군소정당들은 1면뿐 아니라 지면에 얼굴 한번 내비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이는 유권자들의 정당지지 및 후보선택을 제한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을 포함한 군소정당들이 이번선거와 우리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결코 낮지 않다. 유권자들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 하기위한 정보를 제시할 수 있도록 정당별 보도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
 

4. 용어사용 및 선정적 보도, 신문편집의 문제

 

한편 신문 1면에 실린 선거보도가 용어사용과 표현의 문제가 있었는지 검토해보았다. 그 결과 선거마다 고질병으로 지적되어왔던 지역주의와 정치 혐오감을 조장하는 갈등 위주의 선정적 용어들이 여전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표 7>참고)

 

‘격전지’부터 ‘쓰나미’까지, ‘영남대학살’과 지역감정+전쟁용어 섞인 신조어까지 등장


특히 전쟁 용어 등의 선정적인 남발은 유권자의 선거 참여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매 선거 시기마다 지적되었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언론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조선일보 3월 10일 <한나라 영남 첨예한 대립 민주당은 호남이 화약고>라는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제목을 달고, ‘화약고’, ‘전투전반’, ‘쓰나미’ 등의 전쟁용어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쿠데타, 진검승부, 고지, 살생부, 학살, 격전지, 파워게임’ 등의 전쟁용어를 선거지형에 빗대어 유난히 많이 실었다. 동아일보도 3월 13일자 <한나라-민주 공천갈등 폭발직전>기사에서 ‘일전불사’, ‘전운 감돌고’ 등의 전쟁용어를 사용했다.
선거를 전쟁에 빗대어 표현하는 문제는 한겨레 · 경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겨레는 ‘수도권 대오의 최선두에서 싸우고자 한다’, ‘남부벨트’, ‘최대격전지’, ‘살생부’ 등의 전쟁용어를 사용했고, 경향신문도 ‘살생부, 정치적 생존, 대학살, 영남물갈이’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서울신문은 ‘공천화약고, 대항카드, 영남 대학살, 텃밭’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해 전쟁용어와 지역주의 표현을 혼합한 신종용어까지 등장시키기도 했다.

 

중앙·동아, 한나라당의 불법 선거운동 축소 의혹


25일 한나라당 김택기 전 의원이 선거 운동원에게 돈다발을 전달하는 현장이 적발됐다. 26일 신문들은 일제히 이를 보도했지만, 신문사의 편집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번 사건을 축소·왜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 날 중앙일보는 ‘포스코 40년 박태준 명예회장 인터뷰’를 1면 머리기사로 커다랗게 실었고, 그 옆에는 ‘목 타는 키프로스’라는 부제와 함께 극심한 가뭄으로 갈라터진 대지의 사진을 실었다. 박태준 회장의 커다란 인터뷰와 키프로스 사막 사진이 자극적이다 보니 아래 사진도 없이 단신으로 실려 있는 <비디오에 걸린 ‘돈뭉치 4100만원’>기사는 별 대수롭지 않은 사건처럼 다루어 졌다.
동아일보도 <한나라 김택기후보 ‘돈선거’ 공천 박탈/민주당은 비례대표 후순위 6명 사퇴 파문>에서 김 전 의원의 적발보다 이를 수습한 한나라당의 대처에 더 큰 비중을 실었다. 또한 함께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사퇴내용을 함께 실어 같은 비중을 차지하게 했다. 기사 첫 머리부터 “18대 총선 후보등록 첫날인 25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서는 후보들의 불미스러운 행태가 이어졌다.”라고 운을 뗐다. 김택기 한나라당 후보의 금품살포 사건과 민주당의 공천문제를 어처구니없게 하나의 기사로 묶은 것이다. 또한 바로 아래에는 은평구에 출마한 한 후보자가 경로당에 찾아가 큰절을 올리는 사진을 실었다.
이는 돈다발과 건네 줄 명단이 찍힌 사진과 함께 금권선거의 경종을 울린 한겨레에 비해 대조적이다. 한겨레는 사진기사와 함께 <4·9총선 출발부터 ‘돈다발’ 얼룩>, 경향도 <정선 ‘돈 선거’ 파문>으로 1면 상단에 다뤘다.

 

신문, 남은 날이라도 유권자를 위해 충실한 정보제공하길


대중의 무관심으로 유래 없는 저조한 투표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신문은 선거보도에 소홀했다. 특히 ‘안양 네 모녀살해 사건’이나 ‘우예슬, 이혜진 어린이 실종 사건’ 등 끔찍하고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보도된 날은 선거관련 기사가 어김없이 뒷면으로 밀려났다. 물론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범죄사건이기는 했으나 선거 시기에 지나치게 선거보도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선거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이 선거를 ‘국민 참여의 축제’가 아닌 ‘정치인들만의 싸움’으로 전락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나마 보도한 내용에서도 신문은 대부분 정치인과 정당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동정을 쫒는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2008년 총선은 예년에 비해 일정이 늦어져 유난히 짧은 선거기간이었고 정당과 정치인 모두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펼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럴 때, 신문이라도 유권자 에게 정말 필요한 선거보도를 구상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1면에서 정책대결, 선거참여 독려 기사를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끝>



2008년 4월 4일



2008 총선미디어연대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