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2010. 7. 1. 11:39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따끔한 비판 없는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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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가나다 순 표기)
모니터 기간 2007.12.30 - 2008.02.10 (이동통신요금 인하 방안)
2008.4.23 - 5.7 (에너지 절약 대책)
2008.4.14 - 5.11 (혁신도시)



1. 들어가며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인수위 시절부터 5월까지 정부의 정책 발표와 각종 혼선들에 관하여 각 신문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워낙 많이 문제제기가 되었던 영어몰입교육과 대운하 건설을 제외하고 현 정부가 인수위 시절 발표한 이동통신요금 인하 정책과 집권 이후 추진하려던 에너지 절약 대책 및 실내 냉난방 온도 규제안 그리고 지난 정권에서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혁신도시방안을 재검토하려는 정부의 방침과 관련해 각 신문의 보도량과 전반적인 경향을 모니터했다.


2. 이동통신요금 인하 방안 관련 보도


이동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였다. 선거 직후 지난 해 12월 30일 이동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인수위 워크숍 결과 브리핑을 통해 “정권 출범 전이라도 현 정권과 논의해 추진할 과제는 즉각 실행하기로 했다”며 이명박 당선인 취임 이전에 유류세와 이동통신요금 등 주요 서민생활비의 30%를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류세 10% 인하와 휴대전화비 인하를 가급적 빨리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차 발표(12월 30일 인수위 워크숍 결과 브리핑) 후 업계의 반발에 부닥치자 인수위는 한 발 물러섰다. 이후 인수위 내부에서 검토 중인 방안이 알려지자(1월 16일)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업계와 시민단체 모두가 반대했다. 결국 인수위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요금인하 방안을 ‘업계자율에 맡긴다’는 말만 남기고 새 정부에게 넘겼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일부 신문들은 애초 이동통신요금 인하와 관련된 논의가 시민단체, 즉 소비자로부터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수혜자가 될 소비자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기업의 목소리만을 부각해서 전달하기 급급했다. 뿐만아니라 각 통신사가 제시한 망내할인이나 특정 상품에 국한된 생색내기식 할인을 소개하며 특정업계의 홍보지 인상을 주기도 했다. 업계가 제시한 방안이 소비자입장에서 실질적인 요금인하로 이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통신요금이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지, 현행 관리경쟁구도가 왜 이루어지는지 지적하는 기사는 거의 싣지 않았다. 그보다는 인수위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원론적인 수준의 지적만을 보여주었다.


조선일보는 16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를 내보냈다. 인수위의 첫 발표 이후 정책수혜자인 소비자의 입장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반면 업계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실었다. <인수위 ‘휴대폰 요금 인하’ 발표 통신업계 당혹>(1월 2일), <인수위 “통신료 20%인하”, 업계 “어찌하리오”-가입비, 기본료 인하 대신 서비스 결합상품 만들 듯>(1월 7일)의 기사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개입으로 인한 인위적 요금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주로 내보냈다.

이어서 <통신요금인하 해프닝이 남긴 것>(2월 4일자 기자수첩)에서는 인수위가 결국 철회한 요금인하 논의들에 대해 “기대수준을 낮추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놓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논의들을 ‘해프닝’으로 표현하며 요금인하가 정부 정책에 의해 ‘한방’에 해결할 수 없으니 기대를 낮추자는 기업 위주의 논리를 폈다.
 

중앙일보는 ‘자유시장원리에 입각해 요금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폈다. 시장원리에 입각해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하겠다던 인수위가 정통부를 통한 정부개입을 시사하자 중앙일보는 <인수위님, 어쩌란 말입니까>(1월 7일), <시장원리로 통신비 인하해야>(1월 11일) 등의 인수위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실었다. 그러나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배경이나 인수위가 제시한 정책에 대해 실질적 효과를 검증하는 보도는 없었다. 또한 통신요금 인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인수위의 번복 발표 이후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를 전혀 내보내지 않았다.

 

동아일보 역시 요금인하에 대한 심층·분석 기사나 정책검증 기사는 전혀 없었다. 인수위의 발표 이후 동아는 “빠른 시일 내에 인하하겠다”는 인수위의 말을 반복해서 실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실효성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인수위가 기존의 주장과 달리 시장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데도 <“통신요금 인가제 앞당겨 폐지” 정통부, 새 정부 출범 직후로>(1월 23일)에서 “자율경쟁을 촉발하겠다는 취지”라는 정통부의 입장을 비판 없이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2월 4일까지도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통신비 20% 절감, 현실화 되나>라는 제목으로 “유선 통신시장 1위인 KT까지 요금 인하에 앞장서면 인수위의 ‘통신비 20% 절감’ 약속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다른 신문들이 요금인하에 회의적인 평가를 내린 것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같은 날 한겨레의 기사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겨레는 같은 날 1면 머릿기사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통신업체들이 거부한다는 이유로 통신요금 인하를 사실상 포기했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통신요금 20% 인하’ 공약을 취임 전에라도 추진하겠다던 인수위 방침도 무산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겨레는 “이런 통신요금 개선안은 정보통신부가 이미 지난해 발표한 ‘새 규제 로드맵’의 재탕에 지나지 않는다”며 “요금인하 효과도 미지수”라고 평했다. 조선일보과 경향신문 역시 같은 날 비슷한 지적을 하며 인수위의 정책혼선에 비판적인 데 반해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가 아예 없었고 동아일보는 받아쓰기 하는데에 그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다음 날 2월 5일 칼럼에서야 인수위가 이명박 대통령의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것을 비판했다. 인수위의 정책 혼선에 대해 비판은 하고 있지만 그 요지가 소비자들을 혼란케 한 데 있지 않고 통신업체들의 반발을 예측하지 못한 인수위의 무지에 맞춰져있다.

 

한겨레는 인수위의 요금인하 발표에 맞춰서 다양한 목소리를 함께 실었다. 최초 발표 이후 통신업계의 반발은 물론 각종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비중있게 다뤘다. 인수위의 요금인하 방침이 시장자율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피부에 와 닿는’ 통신비 인하, 업체들 무한경쟁 내몰아야>(1월 7일)에서는 “이명박 당선인 쪽이 진정으로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줄 생각이 있다면, ‘통신요금을 내리면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고 징징대는 통신업체들의 반발 논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며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2월 1일 <통신료 인하 ‘피부 와 닿기’커녕 ‘피부 스치고’ 끝?>에서는 “소비자 관점에서 따져본 요금인하방안” 표를 이용해 각 추진방안별 소비자 실익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기사에서 일부 업체의 영향력 때문에 실질적인 요금인하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SKT와 KT의 요금인하 내역을 평가한 2월 4일 한겨레의 기사는 동아일보의 2월 5일자 기사와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인용하며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각 업체의 요금인하 방안 발표를 전달하며 동아일보는 실제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이나 효과를 언급하지 않고 업체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반면 한겨레는 요금인하 효과를 상세히 전달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두 업체가 새 정부의 정책을 따른다는 명분으로 시장 독점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18면에서는 “인수위는 ‘업계 자율’이란 명분을 달아, ‘소비자가 통신업체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피부에 와 닿는 수준’의 요금인하를 외치던 의지를 스스로 꺾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12월 31일 인수위 발표를 스트레이트로 언급하는 정도였지만 <인수위의 ‘월권’을 경계 한다>라는 사설을 통해 요금인하 방안에 관한 인수위의 무소불위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는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한 당선자 측의 공약 내용과 통신업계,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함께 실었다. <실력으로 풀어야 할 서민경제>(1월 4일 칼럼)에서는 “휴대폰 요금 20%를 포함한 통신비 30% 절감은 규제와 설비기반 중심의 성장 정책에 기반했던 통신산업의 구조를 유효경쟁과 서비스 확대 정책으로 바꾸는 일로서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와 난제를 풀어내야 비로소 가능하다”라는 전문가의 지적을 전하고 있다. 요금인하와 관련한 논의들이 “단순한 요금 인하를 넘어 통신산업의 구조 변경, 그리고 경제 시스템 및 국민의 의식 전환에까지 연계돼 있기 때문에” 관련 논의들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점검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통신비 인하, 李정부 출범후로 인수위 또 연기>(2월 4일)에서는 인수위의 번복 발표에서도 시민단체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3. 에너지 절약 대책 관련 보도

 

에너지 절약 대책 및 실내 냉난방 온도 제한 방침과 관련해서 총 3번의 정부발표가 있었다. 4월 24일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열고 ‘에너지절감대책’을 발표했다. 단계적으로 모든 건물의 냉난방 온도를 제한하고,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차량의 보급을 확대키 위해 연비 1등급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린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각종 여론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자 지식경제부 이윤호 장관은 5월 2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실내온도 규제방안을 철회했다. 이어서 첫 발표 이후 국토해양부가 관련 정책에 대해 “협의되지 않았다”고 난색을 표하자 지식경제부는 4일 차종에 따른 인하방안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신문이 정책의 실효성과 정책추진의 혼선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중앙일보는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관점에서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비판에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총 7건의 기사 중 3건의 사설, 칼럼을 통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정부가 가정 냉·난방 온도까지 어떻게 점검하나>(4월 25일), <잇단 정책 ‘헛발질’에 국민은 조마조마하다>(5월 5일) 등의 사설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으며 설익은 정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스트레이트 보도에서도 ‘냄비행정’, “냄비행정의 달인”(5월 5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정책혼선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뤘다.
 

중앙일보는 정부개입 자체를 비판하며 이전 통신요금 인하와 마찬가지로 시장친화, 규제완화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사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4월 26일)나 사설<정부 개입의 유혹을 떨쳐버려야>(5월 3일)에서는 “여전히 시장을 믿지 못하고 직접 시장에 개입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니 딱한 노릇이다. 말로만 정부 주도의 정책을 하지 않겠다고 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라”며 시장원리를 거듭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총 5건의 보도 중 1건의 칼럼을 통해 정부 내 혼선을 비판하고 있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5월 5일에 이르러서야 <재경부, 어떻게 두 번씩이나 ‘불발탄’을…>라는 기명칼럼을 통해 정부의 정책혼선에 대해 비판했을 뿐 이전까지는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에너지 대책에 대한 실효성을 검증하거나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을 전달하는 기사는 한 건도 없었다.

 

한겨레는 4월 24일 정부의 첫 발표는 보도했지만 이후 관련 부처가 규제방안을 철회한 2차, 3차 발표는 보도하지 않았다. 애초 보도에서 외국의 사례를 들어 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봤지만 5월 6일에 이르러서야 정책 혼선과 부처 간 마찰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 <에너지 절약정책 ‘헛심만’>(5월 6일)에서는 24일 내놓은 정책이 관련 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협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실상 실행이 어려워졌고 이러한 지식경제부의 행동이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총 4건의 보도 중 2건의 사설을 통해 정책혼선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사설 <친환경 삶 통한 에너지 절약 유도해야>(4월 26일)에서는 “냉난방 온도까지 규제해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무리한 발상이 오히려 다른 대책들의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 측면도 있다”며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국민들이 친 환경적인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에너지 사용이 감소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설 <‘보여주기 위한 정책’ 정부 불신만 키운다>(5월 5일)에서도 정부의 정책을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라 비판하며 국민의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2건의 스트레이트 보도에서도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등 비판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


4. 혁신도시 관련 보도

4월 15일 조선일보는 감사원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노무현 정부시절 추진한 혁신도시 방안에 문제가 많았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같은 날 중앙일보 역시 단독으로 국토부가 지난 달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혁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예상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검토중임을 내비쳤다. 다른 신문은 16일 이후 관련 기사를 다뤘다. 이후 지방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해양부는 17일에 “혁신도시방안을 전면 백지화하는 게 아니다”며 전면재검토가 아닌 수정,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발표했고, 이후 혁신도시 관련 보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후의 기사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지방 여론을 전달하는 수준의 스트레이트 보도가 주를 이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혁신도시와 관련해 4월 15일 각각 감사원 내부 보고서와 국토부 청와대 보고서를 입수해 1면 특종으로 처리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했는지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조선과 중앙은 15일 이후 많은 지면을 할애해 노무현 정부시절 추진한 혁신도시 방안에 상당히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4월 15일 감사원보고서를 인용한 보도를 시작으로 조선일보는 사흘 동안 집중적으로 기존 혁신도시 방안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 <노정부, 혁신도시 효과 3배 부풀려>, <들어갈 돈 43조, 뽑아낼 효과는 연3천억뿐 - 턱없이 부풀려진 혁신도시 경제효과>(이상 15일), <혁신도시 밀어붙이려 가짜 보고서까지 만들었다>(16일 사설) 등 기존 혁신도시 방안의 문제를 부각하며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후 국토해양부가 재검토가 없을 것이라는 발표를 하자 의견표명을 자제했다. 지방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신문사의 입장을 드러내기보다는 기존 혁신도시방안에 부정적인 정부관계자의 말을 전달하는 위주로 기사를 실었다. 대체적으로 ‘기존 방안 재검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국토균형발전위원장(29일)과 국토부장관(29일), 대통령(5월 3일), 청와대 수석(5월 8일)의 혁신도시 방안과 관련한 발언을 전달했다.

감사원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 이외에도 조선일보는 부가가치 증가효과를 측정한 안양대 조규영 교수와의 인터뷰기사 <“혁신도시 효과 높이라고 국토연구원이 수정 요구”>(16일)를 실었다. 기사에서는 “혁신도시의 경제적 효과를 과대 포장했던 국토연구원이 2004년 6월 혁신도시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썼던 안양대 조규영 교수팀에게도 경제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결과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책효과 측정 당시 외부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KBS에 의하면, 조 교수는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사가 사실과 달라 신문사측에 기사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해당 기사의 인터넷판은 삭제된 상태이다. 기존의 혁신도시 방안을 비판하기 위해 왜곡보도를 한 셈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후에도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5일 1면 머릿기사 <“공공기관 옮겨갈 혁신도시, 기업 안 오고 미분양 우려”>에서 국토해양부가 청와대를 상대로 한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만큼의 지면을 할애하지는 않았지만 첫 보도 후에도 이틀간 1면(16일 <혁신도시 일부 용도변경 추진>, 17일 <브레이크 걸린 혁신도시 운명은>)에 배치하며 기획기사 정도의 지면을 할애해 보도했다.(16일 10면, 17일 4·5면 전면 관련기사 배치) 중앙일보는 기존 혁신도시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며 새 정부가 ‘실용적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가 의견을 통해 기존 정책을 보완할 대안을 제시하려 했지만 국토해양부 발표 이후에는 눈에 띄게 기사가 줄었다.

 

조선·중앙일보에 ‘특종’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동아는 17일자 1면 머릿기사 <“혁신도시 사업 계속 추진”>을 통해 국토해양부가 발표할 내용을 미리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백 마디 해명보다 기사 한 줄이>(4월 19일)에서는 국토해양부에 대한 해명기사를 통해 지방에서 논란이 잦아들고 있다며 “동아일보 기사가 나온 뒤 불필요한 오해가 불식됐다”는 국토부 관계자의 말을 실으며 정부 입장을 가장 먼저 보도했다는 사실을 뿌듯해했다. 동아일보는 국토부의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지방여론이 좋지 않다는 다른 신문들의 보도와 상반되는 보도를 내놓았다.


동아는 혁신도시 정책에 관해서 ‘대못’, ‘애물단지’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노무현 정부 와 혁신도시 정책을 비판했다. 한겨레, 경향은 물론 조선, 중앙과 비교했을 때도 모니터 기간 동안 지역여론이나 공사현황을 전달하는 기사는 적었다. “명품 혁신도시”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기존의 방안과 어떻게 다른지는 알 수 없었다. 또한 <공무원이 뛰어 1300억 투자 따낸 동해시>(4월 28일 사설), <지방도 기업 유치전 벌여 경제 자구(自救)해야>(5월 10일 사설)를 통해 중앙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식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맹목적인 지역균형의 환상에서 깨어나야>(4월 30일 사설)에서도 "투기적 땅값 폭동으로 공장 유치가 더 어려워졌고, 일부 지주만 신났다”며 마찬가지의 논리를 폈다. 이는 동아가 혁신도시방안은 물론 노무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방안 전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한겨레는 기존 혁신도시 방안의 취지에 무게를 싣고 보도했다. 17일자 사설 <혁신도시 건설취지는 지켜야한다>를 통해 보수언론이 집중적으로 혁신도시 관련 보도를 하는 것을 두고 “노무현 흔적 지우기”로 평가하며 혼란 없이 보완할 것을 보도했다. <이미 ‘토지보상’ 몇 곳은 터파기까지-지역민들 격앙>(4월 16일), <혁신도시 택지공급 사실상 중단-토공, 경북·대구 일정 무기한 연기>(17일), <지자체장들 “혁신도시 애초대로” 축소, 백지화땐 강력저항 경고>(19일) 등 기존 방안이 상당히 진척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언론발표 후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물론 한나라당 내 영남, 강원권 의원들의 목소리까지 지방 여론을 상대적으로 많이 실었다. 28일자 신문에는 <외국전문가, “지역균형발전, 20년 이상 투자 필요”>라는 인터뷰 기사를 통해 혁신도시 계획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국토부의 발표 이후에는 단순 스트레이트 보도 위주였다.

 

경향신문은 17일자 사설 <못 믿을 국책사업 예측, 혁신도시뿐이랴>에서 금번 감사원 보고서를 예로 들며 혁신도시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의 지적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행해졌음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차후 전반적인 국정운영, 즉 한미 FTA, 대운하와 같은 분야에서도 감사원의 역할을 다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서 수도권규제완화로>, <혁신도시 재검토에 지방이 끓는다>(이상 4월 17일), <혁신도시 혼란 제대로 수습해야>(18일 사설)를 통해 지역여론이나 지방의 공사현황을 전달하는 데 상대적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또한 국토균형발전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당 내 반대의견이나 건설사들의 혼란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함께 실었다. ‘흐름과 소통’이라는 토론란을 통해 혁신도시 재검토를 주장하는 측과 기존방안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주장을 나란히 싣는 등 공론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서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만이 애초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경향신문은 17일자 1면 머릿기사 <국토정책 전면 개편 ‘불균형 고착화’ 논란>에서 “낙후된 지역의 개발은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지만 이를 외면하고 있으며 새 정부의 정책은 수도권 집중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전했다. 한겨레도 같은 날 사설 <혁신도시 건설 취지는 지켜져야 한다>에서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사업을 아무런 계획이나 대책도 없이 이렇게 뒤흔드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하며 보고서 하나에 정책을 백지화, 전면재검토 운운하는 정부 부처 내 혼선을 비판했다.


모니터 대상의 모든 신문이 정부의 잦은 정책 변경으로 인한 국정운영 혼선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5개 일간지 모두 사설, 칼럼을 통해서 국정운영 간에 여당과 청와대, 각 정부 부처들 사이의 마찰이나 내·외부적으로 소통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국토해양부가 ‘재검토 없다’는 발표를 한 이후에는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스트레이트 보도가 주를 이루었지만 정부 부처 간 엇박자로 인해 국정운영에 혼선이 생긴 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했다.

 

기존 혁신도시 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일부 보수언론의 주장대로 보고서가 조작되었는지 아닌지 혹은 그 실효성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보는 이상의 문제이다. 낙후된 지방을 되살리고 나아가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인구과밀화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국토균형발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신문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관점 보다는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5. 결론 및 제언

 

이명박 정부가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위기를 맞은 것은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의사를 묻지않고 ‘밀어부치기’식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해 온 탓이 크다. 일부 고위 관료들에 의해서 설익은 정책들이 정부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무비판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그 정책이 얼마나 좋은지 나쁜지, 실효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민주적인 정책 수립 과정이라 볼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비판에만 머물고 있는 일부 신문들 역시 문제다. 신문은 정책에 대한 검증이나 실효성을 충분히 따져보고 정책이 수립되는 배경에 관해서도 충실하게 보도할 책임이 있다.


요컨대 신문의 비판은 정부의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데에서 나아가 정책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점검, 폐쇄적인 정책결정 과정의 문제 등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정리: 최대열 회원)



2008년 7월 4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