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작문2011. 7. 16. 09:54

이탈리아의 언론 재벌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1991년 정계에 입문했다. 보통의 정치인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정치 의사를 처음 밝히는데 반해, 그는 자신의 영상을 제작해 방송에 내보내는 파격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그의 전략은 효과적이었고, 그 덕분에 그는 현재까지 3번 총리직에 오르며 막강한 정치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그의 뒤에 그가 소유한 각종 매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베를루스코니같은 인물이 나올 수 없었다. 신문․방송의 겸영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신방겸영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한국판 베를루스코니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문법에 의하면 현재 신문사는 종합편성 방송 채널을 소유할 수 없다. 때문에 케이블 TV 등 70여 개 계열사를 보유한 중앙일보도 종합편성 방송은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규칙은 방송법에서 다시 한 번 명시되어 있다. 이 법의 취지는 여론을 장악할 수 있는 소수 거대 언론의 출현을 막자는데 있다. 특정한 정파성을 띈 언론사의 보도가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여론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신문시장의 약 75%를 보수적인 논조의 거대 신문들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 신문시장의 구조 하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신방겸영이 허용된다면 이른바 ‘조중동 방송’이 생겨날 것을 우려한다. 반면 이를 추진하는 정부, 여당에서는 공영방송이 민영화되더라도 특정 기업에 의해 독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방송의 규모로 볼 때 특정 언론사가 독점적인 지분을 소유할 일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일반 대기업과 언론사가 함께 방송의 지분을 소유했을 때, 언론에 무지한 대기업에서 편집권을 언론사에 전면 위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특정 언론사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방송 편성을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그 주체는 보수 거대 언론인 ‘조중동’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신방겸영을 주장하는 측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근거는 현 한국 방송체계의 비경쟁적 구조이다. 그들은 다공영 일민영 체제의 현 구조가 경쟁을 막고,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민영화 이후 언론사들의 경쟁을 통해 방송의 선진화를 이루자고 한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민영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심각하다. 민영방송의 목적은 이윤추구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담당했던 공익성의 기능을 온전히 하기 힘들다. 주요 수입원인 광고주들로부터의 압박도 심해져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송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탈리아의 모든 매체는 한 사람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방송, 신문, 잡지 영화 할 것 없이 모두 베를루스코니의 뜻에 따라 돌아간다. 언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한 쪽으로 여론이 치우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여론은 신문시장의 왜곡된 구조 때문에 충분히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신방겸영보다 앞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는 신문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특정 언론사에 의해 독접되는 구조를 개선한 이후에야 신방겸영 문제도 논의해볼만 할 것이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