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2010. 9. 10. 01:43

한일 강제병합이 체결된 지 꼭 100년이 되었다. 국민에게 있어 나라를 잃은 것보다 더 큰 슬픔이 있을까. 오죽하면 사내가 태어나서 세 번 울 수 있는 기회 중의 하나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뼈아픈 역사일수록 더 깊이 새기고 교훈을 얻어야 하는 법.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기획기사를 연재한 신문들의 기획 취지 역시 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각 신문들의 기획기사를 비교해본 결과 각기 다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였다. 조선․중앙․동아일보, 한겨레․경향신문 등 5개 신문의 기획기사를 지금부터 파헤쳐 보기로 한다.

                                                     <각 신문 기획기사 목록>

신 문

기획기사 제목

조선일보

韓·日 강제병합 100년… 조선의 운명 가른 '다섯 조약' 현장을 찾아

韓·日 강제병합 100年, 내일을 말한다 (이상 2건)

중앙일보

[경술국치 100년 기획] 망국의 뿌리를 찾아

동아일보

[한일강제병합 100년]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

한겨레신문

[2010 특별기획 성찰과 도전] 경술국치100년 새로운 100년

경향신문

양국 시민활동가, 100년을 말한다

 

신문에서 주로 다뤘던 소재에 따라 기획기사의 경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강제병합과 식민통치 기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서술하는 데 초점을 둔 조선과 중앙, 그리고 광복 이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거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초점을 맞춘 한겨레와 경향이 그것이다. 동아는 이 두 가지 소재를 적절히 담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한편, 향후 한일 양국의 관계에 대한 의견을 실은 신문은 조선, 동아 한겨레였다. 조선의 경우 2건의 기획기사를 실었는데, 앞서 언급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것 이외에 양국의 미래에 대한 기획기사가 있었다. 양국의 향후 과제에 대한 시각 역시 신문마다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한일 강제병합 직전의 과정에 주목한 조선과 중앙

 

당시 역사의 서술에 초점을 둔 조선과 중앙의 기획기사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두 신문 모두 한일 강제병합이 체결된 시기까지의 역사만을 기사에 담았다는 것이다. 당시 국제적인 정세를 설명함과 더불어 일본이 수십 년에 걸쳐 치밀하게 진행한 식민지화 프로젝트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나라를 빼앗기는 수치를 당했던 과정이 어땠는지 알아보고 교훈을 얻자는 취지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획기사의 내용만으로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라든지 한국의 대처에 대한 반성 등을 충분히 알 수 없었다. 조선의 경우 역사적인 조약이 일어났던 현장을 현재 시점에서 다시 찾아감으로써 그 흔적의 변화만을 조명할 뿐 역사적인 교훈은 얻을 수 없었다. 중앙의 경우 일본 제국주의의 오랜 야욕을 자세하게 보여주었지만, 역사교과서 내용을 전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더구나 두 신문 모두 식민 통치 이후 벌어진 일제의 만행 및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아 경술국치 100년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의 경우 역사적 사건의 흐름을 전하는 대신, 식민통치의 피해자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한겨레는 일본 탄광에 끌려간 수많은 조선인들을 비롯해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들의 실상을 알렸다. 또한 역사가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동안 한일 양국의 과거사가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음을 알렸다. 경향은 양국의 시민활동가들의 의견을 빌어 개인 청구권 문제,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 비교적 이슈가 된 문제뿐만 아니라, 여자근로정신대 같은 생소한 문제도 심층적으로 다뤘다. 한일 양국 간의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획기사였다.

 

동아는 강제병합이 일어나기 전부터 식민통치 기간, 광복 이후의 문제들을 모두 다뤘다. 경술국치는 국제법 상 무효라고 한다거나, 일본 위안부 문제에 눈감은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등 의미 있는 내용을 담은 것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식민통치 기간까지 역사적 서술을 실은 것은 조선, 중앙과 같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내용과 다르지 않았고, 광복 이후를 다룰 때에도 위안부, 역사 왜곡 등 문제만 제기할 뿐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협력하라는 조선

 

한일 양국 관계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또 하나의 기획기사를 실었다. 양국의 전 총리, 양국의 기업인, 양국의 유학생, 양국의 학자를 동시에 인터뷰하면서 한일 관계의 바람직한 미래를 역설했다. 결론은 ‘과거는 이제 덮어두고 하루 빨리 화해, 협력하자’였다. 물론 한일 양국이 지금보다 더 협력하는 관계가 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100년이란 긴 시간동안 양국이 감정의 골을 쉽게 없애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갈등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협력을 말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조선은 기획기사에서 양국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는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고 무조건 양국의 협력만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심하게 두드려 맞은 피해자에게 상처는 덮어 두고 가해자와 화해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동아의 경우 아직 기획기사 연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양국 관계에 대한 명확한 주장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한일 양국 간 증오와 불신의 감정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비판적으로 보고, 상호 노력을 통해 믿음을 쌓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외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차후 실릴 3차례의 기사를 통해 살펴봐야 하겠다.

 

한일 양국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역사에서 찾은 것은 한겨레와 경향이었다. 경향의 경우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끝나지 않은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양국의 향후 과제를 알려주었다. 한겨레는 한일 양국 시민단체 및 젊은이들의 움직임, 한중일 3국 학교 교사들의 의견 등을 실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역사를 바로잡아 나갈 수 있는지 대안을 보여주었다. 과거의 문제를 덮어두거나,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미래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할뿐더러 현실성도 떨어진다. 이런 이유에서 한겨레와 경향이 말하는 양국의 향후 개선 과제가 다른 신문들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을 두고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 부르곤 한다.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심리적으로 늘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그 원인을 해소해나갈 때가 되었다. 경술국치 이후 100년을 맞아 양국이 협력해 나가야 하는 목적은 국가의 위상이나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까지 피해의 보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과 바로잡지 못한 역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함이 되어야 한다. 그 문제가 온전히 해결될 때가 돼서야 비로소 한일 양국의 관계도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
신문 모니터2010. 7. 1. 11:42

조·중·동, 정권따라 인수위 보도 말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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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기간
1998/2003/2008년 1월 1일-1월 10일
모니터 대상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Ⅰ. 들어가며

지난해 12월 16일 출범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지난 22일 해단식을 갖고 두 달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인수위는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직의 원활한 인수를 위한 업무를 위해 구성하는 곳으로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을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를 준비 ▲그 밖에 대통령직의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수행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는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인수위는 출범과 함께 각종 감세 및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했고, 당선자의 공약실천 방안을 업무보고에 앞서 해당부처에 미리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섣부르게 정책을 추진해 사회적인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현 정부의 정책과 반대되는 정책을 공무원들에게 강요해 현직 대통령이 ‘월권’이라며 문제제기를 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역대 인수위 활동 때마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으나 신문들은 출범하는 새 정부에 따라 다른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에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5개 신문을 대상으로 김대중 차기정부(1998년), 노무현 차기정부(2003년) 등 역대 인수위와 현 이명박 차기정부 인수위(2008년)에 대한 신문들의 보도태도를 비교분석해 인수위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인수위가 내놓은 여러 정책에 대해 각 신문들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구체적인 실태를 살펴보았다.

Ⅱ. 인수위 위상·활동범위에 대한 방향 제시 및 정권별 이중 잣대

조선·중앙·동아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인수위 관련 보도에서 김영삼 정부의 외환위기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과 일련의 ‘개혁정책’에 대한 언급에 대해 ‘월권’ 또는 ‘섣부른 정책발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003년 경제 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졌던 노무현 정부의 인수위에 대해서는 ‘색깔공세’까지 더해 공격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연일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확정된 것인 양 발표하고, 공무원들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보인 점령군식의 행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정당성을 부여하며 오히려 이를 비판한 노대통령에 대해서 강하게 비난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1998년 인수위의 기능과 성격규정이 애매하고 그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부족한 것을 지적했고, 2003년에는 신문들이 인수위의 경제정책 등 개혁정책을 공격하자 정략적이고 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2008년에는 인수위의 몰아붙이기식 정책을 비판하며 정책시행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보도경향을 보였다.

①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시기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IMF의 요구를 따른 것이 많았고, 인수위의 위상 또한 이후 인수위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미약해 보도에서 크게 다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인수위원들이 내부에서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서툰 정책을 언론을 통해 흘리고, 인수위가 이전 김영삼 정부의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을 강도 높게 추궁하는 과정이 문제가 됐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대체로 차기 정부가 외환위기를 빠르게 수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중앙일보가 사설 <혼선없는 정권인수를>(1월 6일)을 통해 “현 정부의 무능·무력으로 인해 차기대통령이 당면한 경제위기 등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또 바람직하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신문은 인수위의 ‘월권’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 <인수위의 월권>(1월 6일)에서 “인수위는 이름 그대로 정권을 이양받을 수 있도록 사전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 임무의 전부”라고 인수위의 역할을 규정하며 “인수위는 이제부터라도 순조롭게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도록 실무적인 가교역할을 하는데 국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당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위성과외 폐지’, ‘영어 조기교육’ 등과 관련해 “위성과외 폐지론, 영어 조기교육 재검토론 등이 인수위에서 흘러나오는 것 역시 정상이 아니다”며 “그것은 옳건 그르건 간에 인수위가 논의할 과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조선일보가 이명박 인수위의 월권행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 할 만 하다.
중앙일보는 <홍 정무, 인수위 사정운운 등에 일침>(1월 6일)에서 당시 홍사덕 청와대 정무장관이 인수위의 월권을 비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을 전달하며 “그의 주장처럼 인수위가 고유권한을 넘는 월권행위를 보여왔다는 지적은 많다. 점령군인 양 현직 공무원을 윽박지르고 구상차원의 정책을 확정안처럼 내놓는다는 관계자들의 푸념도 있다”고 보도해 인수위의 ‘월권’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미니 정치상식 대통령직 인수위>(1월 3일)에서 “설치령에 규정된 인수위의 권한범위는 다소 막연하다”고 지적하며, 인수위의 역할범위를 정립해 혼란을 최소화 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인수위가 김영삼 정부의 경제파탄 책임을 추궁하는 것에 대해 사설 <정권인수작업 혼선없게>(1월 6일)를 통해 “인수위는 현 정부의 실정과 비리를 캐는 것처럼 비춰져 구여권과 공무원 사회에 위화감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나라당의 “국보위를 연상케 한다”는 말도 덧붙이며 감사기관 같은 행정간섭 등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비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특별히 인수위의 ‘월권’을 부각하지는 않았다.
경향신문은 사설 <절제 필요한 인수위 활동>(1월 6일)에서 인수위의 기능과 성격규정이 애매하고 그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부족한 것을 지적하며 인수위 역할에 대해 “정부의 원활한 인수인계와 대통령 취임준비”로 규정하고 이에 충실할 것을 요구했다. 한겨레는 당시 논란이 됐던 김영삼 대통령 및 홍사덕 정무장관 측에서 제시한 ‘월권시비’ 관련보도를 몇 차례 보도하긴 했으나 특별히 사설이나 칼럼에서 인수위에 대한 논란을 다루지는 않았다.

② 2003년

노무현 정부 인수위에 대한 조·중·동과 경향·한겨레의 인식은 매우 상반됐다. 당시 인수위의 재벌 개혁문제에 대해 언론들은 매우 큰 비중을 싣고 보도했으며, 특히 중앙일보는 인수위의 정책에 대해 ‘섣부르다’며 강도 높게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인수위 정책 발언, 함부로 해선 안돼>(1월 4일)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가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의 필요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경제계를 뒤흔들어 놓았다”며 “인수위와 노 당선자 측근들은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설익은 아이디어를 쏟아내 혼란을 야기하는 일이 없도록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다른 사설 <인수위 대기업 정책 신중해야>(1월 7일)에서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정 현안에 대한 파악도 하기 전에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대기업 정책을 발설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우려해야 할 일”이라며 역시 인수위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여러 기사를 통해 인수위 구성이 ‘노무현 당선자의 코드 인사’라며 문제 삼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가장 강도 높게 인수위를 비판했다. <인수위 ‘정책봇물’논란 노 당선자 “나도 혼란”>(1월 7일)에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대통령 당선자의 지위·권한이 명확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 때문에 논란은 인수위 월권시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인수위 월권 논란’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또 “경제분과 소속의 한 위원은 구조조정본부 해체를 거론했다가 인수위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는 반발에 직면했다”며 노무현 정부 인수위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를 상세히 전했다. 중앙은 사설 <“인수위 만병통치약 만들지 않는다”>(1월 8일)에서도 “노무현 당선자가 인수위의 위상을 권력인수 아닌 정책인수로 설정한 바 있다”며 “국정 전반을 강의실에서처럼 주무르려 하지 말고 정책의 우선순위와 경중을 짜임새 있게 매겨달라”, “5년 전 DJ 당선자 시절 점령군처럼 으스대선 곤란하다”고 인수위 활동을 문제 삼았다.
중앙은 또 노무현 정부 인수위와 김대중 정부의 대립을 다루며 인수위의 태도를 비판하는 입장을 보였다. 인수위와 노동부가 ‘비정규직 동일임금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거나 인수위와 사법부가 ‘검찰개혁 문제’로 갈등을 빚자 중앙은 정부부처의 목소리를 보도를 통해 강하게 반영했다. 특히 사설 <인수위 앞에 ‘알아서 기는’ 정부>(1월 10일)에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행정부 일각에서 노무현 당선자의 입맛에 맞게 정책기조를 바꾸는 등 ‘알아서 기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자신들이 정당성을 주장하며 세웠던 원칙과 정책방향까지 하루아침에, 그것도 알아서 바꾸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볼썽사납다 못해 국가 전체 차원에서 불행한 일”이라고 정부부처 공무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동아일보 또한 사설 <‘과잉행보 충고도 개혁이다’>(1월 8일)에서 “인수위는 정책 의결기구도, 집행기구도 아니다”며 “정권인수를 위한 한시기구일 뿐”이라고 인수위의 역할과 위상을 규정한 뒤, 노무현 인수위에 대해 “지금 국민 눈에는 마치 새로운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최고 권력기관처럼 비친다”며 “인사개혁에서 재벌개혁, 검찰개혁 등에 이르기까지 국정 모든 분야의 개혁정책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규민 칼럼’ <신실세들의 ‘준비 안 된 말’>(1월 7일)에서도 “정책이란 것이 그냥 한번 던져 본 다음에 ‘아니면 말고’ 식으로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국민은 어설픈 정책의 실험대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인수위는 현 정권의 정책과 업무를 검토하고 이어받는 선에서 활동해야 하고, 새로운 정책은 최대한 신중히 고려한 뒤에 발표하라는 주장이다.
인수위가 부처와 정책갈등이 생겼을 때도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동아는 인수위에 더 큰 책임을 부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부 “시행 어렵다” 반대>(1월 10일)에서 동아는 노동부가 인수위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입안 초기부터 암초에 부닥쳤으며 애당초 실현 불가능한 무리한 공약을 제기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인수위에 대해서는 비판한 반면 노동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한겨레는 사설 <노 당선자, 위축되면 안돼>(1월 6일)에서 “수구언론은 인수위가 마치 ‘점령군’처럼 행동하며 엄청난 사회불안을 꾸미는 것처럼 몰아가려 하고 있다”며 “일부 인수위 관계자들의 언행에 매끄럽지 못한 구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것은 개혁 열기를 초반에 꺾어보려는 속셈”이라고 ‘수구언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같은 한겨레의 주장은 일견 노무현 인수위를 적극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당시 조·중·동의 노무현 정부 인수위 흔들기는 정략적이고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었다.

③ 2008년

조선일보는 <언론자유에 대못질한 홍보처, 끝까지 자화자찬>(1월 1일)에서 국정홍보처의 인수위 업무보고에 대해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서 이들은 계속되는 질책에 자신들을 방어하다가도 답변할 논리가 없으면 ‘관료는 영혼이 없다’는 말로 책임회피를 하기도 했다”며 과거 인수위에 대한 기준이라면 ‘점령군’, ‘월권’이라고 지적할 만한 상황임에도 홍보처 비판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또 <인수위에 혼쭐난 교육부>(1월 3일)에서도 “교육부 관계자들은 인수위 방침에 따라 권한 이양을 수용하겠다면서도 ‘전제’를 달아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며 교육부를 비판한 반면, “과거 같았으면 부처 관계자들이 여기서 애로점을 토로할 수 있었겠느냐. 오늘 업무보고는 일방적인 점령군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의 말을 덧붙여 인수위를 일방적으로 옹호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홍보처와 교육부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나타난 인수위의 ‘점령군’적 태도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는 대신, 사설 <노무현 정권, 조용히 넘겨주고 산뜻하게 물러나야>(1월 5일)에서는 인수위를 비판한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사상 최대의 표차가 무슨 뜻이고 이 정권이 이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어떻게 정권 마무리를 해야 할 것인가는 명백하다”며 “조용히 넘겨주고 산뜻하게 물러가라는 것”라고 요구하는 등 이명박 인수위의 월권과 점령군과 같은 행태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부여한 반면,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과거와 현재의 인수위가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조선일보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비판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중앙일보는 인수위의 월권을 지적하기는 했으나 과거에 비하면 지극히 형식적이었다. 사설 <인수위 제 역할 하고 있나>(1월 10일)에서 “법에 규정된 인수위의 업무는 말 그대로 ‘인수’하는 일”이라며 “정부의 조직·기능과 예산 현 상황을 파악하고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해 “(인수위가) 전임 공무원을 질책할 권한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하긴 했지만, 부처별 인수위 업무보고를 다룬 수많은 보도들에서는 인수위원들이 보인 고압적인 태도를 전혀 지적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중앙은 인수위의 부처 통폐합 계획이나 질책에 대한 해당기관 공무원들의 반응을 다루며, <인수위 앞 주눅든 홍보처>(1월 3일)에서 “국정홍보처가 있는 7층은 하루 종일 적막감이 감돌았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이곳은 모든 정부 부처가 눈치를 보던 곳이었다”고 홍보처를 희화화하거나, <“교육자율 억누르니 해체론 나와”>(1월 3일)에서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부처 업무보고 첫날 교육부가 혼쭐이 났다”, “교육부의 업무 보고는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인수위의 반응은 냉담했다”, “(인수위가 교육부에)질타를 퍼부었다”고 표현하는 등 시종일관 인수위의 고압적인 자세를 옹호한 반면 노무현 정부의 관계자들은 비하하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중앙일보의 이 같은 태도는 “학생·학부모 항의에 꿈쩍 않던 교육부 당선자 한 마디에...”라는 소제목을 단 <교육부, 2010년부터 대입 손뗀다>(1월 2일)나, <“3불 옹호 앞장서다 180도 뒤집으려니...”>(1월 2일) 등 기사 제목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 또한 사설 <노 대통령의 쓰나미 발언과 인수위의 ‘호통’ 공방>(1월 5일)에서는 “인수위 활동은 현 정부 정책과 현황을 파악해 새 정부의 정책 수립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며 “인수위도 공무원들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기 바란다”며 미약하게나마 지적했지만, 기사에서는 인수위의 권력남용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인수위에 간섭하지 말라’는 식으로 보도해 인수위의 고압적 태도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5년전 ‘노무현 인수위’는>(1월 5일)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는 “자신의 국정 철학에 대한 공직 사회의 이해 부족을 질타”하는 등 인수위가 업무보고 때 한 위원이 보고장을 뛰쳐나오거나, 보고 중인 간부를 쫓아냈다는 사례를 들어 지금의 인수위를 옹호했다.

반면, 한겨레는 사설 <인수위, 말하기보다 듣기가 우선이다>(1월 5일)에서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까지 예고돼 있으니, 존폐를 걱정해야 할 몇몇 부처는 물론 기능 확대를 기대하는 부처들도 인수위나 당선인의 입맛에 맞는 보고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인수위는 자신들이 듣고 싶은 얘기만 듣게 된다. 곧 점령군의 모습”이라고 인수위 과도함을 지적했다. 또 다른 사설 <인수위는 섬기는 자세로 일했는가>(1월 10일)에서도 “이번 인수위는 듣기보다 말하기에 바빴다”며 “그러다보니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겨레는 “인수위가 공무원들에게 자신들의 틀에 맞추도록 강요한다는 비판도 있다”며 “이런 식의 몰아붙이기가 계속되면 우리 사회에서 이미 합의된 중요한 가치들까지 위협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도 한겨레와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경향은 사설 <인수위 코드 맞추기 지나치다>(1월 5일)에서 “각 부처는 방안 보고 지시에 따라 현재의 정책과는 180도 다른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등 스스로 자신을 부정”하고 있다고 업무보고에 나선 정부부처를 비판함과 함께, “자기부정이 미흡한 부처에 대해서는 강한 질책과 힐난을 퍼붓고 있”는 인수위에 대해서도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당선인의 코드를 맞추도록 강요하는데 어떤 공무원이 영혼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라며 “미리 정반대 입장을 강요해 보고토록 하는 것은 인수위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자칫 정책시행과정에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칼럼 ‘아침을 열며’ <5년마다 흔들리는 대한민국>(1월 1일)에서도 “새 정권의 불도저들이 곳곳에서 거센 콧김을 내뿜는다”며 대통령직 인수위는 기세등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수위의 일방통행, 밀어붙이기, 독선은 바꾸지 않는다”면서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실태파악이나 협의절차는 무시된다”며 인수위를 “서슬퍼런 점령군”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Ⅲ. 인수위가 제시한 차기정부 정책에 대한 보도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1998년, 2003년에는 인수위가 내세운 정책들에 대해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받아쓰기 보도로 일관하는 한편, 자신들의 입장과 대치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2003년에는 노무현 당선자가 인수위 활동을 시작하면서 내놓은 일련의 경제개혁 조치와 대북·인사정책과 관련해 연일 ‘공격성 기사’를 내보내며 재벌을 비롯한 특정 집단의 목소리만 부각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차기 정부 인수위가 정례브리핑에서 쏟아낸 조율되지 않은 정책안들은 비판 없이 무조건적으로 받아쓰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은 1998년, 2003년 인수위의 개혁정책들에 대해 상세분석보도를 내보내고, 2008년에는 인수위가 쏟아내는 정책안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특히 정책 뒤바꾸기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① 1998년

김대중 정부 인수위가 내놓은 여러 정책들에 대해 신문들은 검증보도를 하기보다는 단순 전달 보도에 머물렀다. 사실 당시 인수위의 발표가 실행을 전제로 했기보다는 법·제도 입안 이전 단계의 검토사항임을 감안한다며 사실 크게 비중을 두고 다루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인수위 자체가 정권인수를 위한 한시적 임시기구라는 점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흘러나오는 정책 하나하나를 검증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킬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탈출에 급급한 나머지 인수위가 내놓은 ‘IMF 처방’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증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충분히 비판받을 부분으로 지적된다.

② 2003년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노무현 당선자가 인수위 활동을 시작하면서 내놓은 일련의 경제개혁 조치와 인수위의 활동과 관련해 연일 ‘공격성 기사’를 싣고 ‘객관보도’를 가장해 재벌을 비롯한 특정 집단을 비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차기정부의 재벌개혁 및 대북·인사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을 다소 비중 있게 다루었다. 사설 <‘인터넷 인사’ 부작용 경계해야>(1월 6일)에서는 당시 파격적으로 평가받던 인수위의 고위 공직자 인사의 인터넷 활용계획에 대해 “일반국민들 누구나 장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우리 사회의 참여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하나의 계기”이나 “공개주의가 공직자의 도덕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겠지만 능력과 경쟁력까지 보장해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인수위 정책 방향에 삼성측 초긴장>(1월 7일)에서는 당선인의 재벌개혁에 노심초사하던 삼성의 입장을 전달했다. 삼성 고위 간부의 말을 인용해 “각국 정부들이 자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떻게 하면 수출전선에서 뛰는 기업들을 많이 도와줄까 걱정인데, 자꾸 발목만 잡는다면 어떻게 외국업체들과 싸우겠는가. 새 정부가 재벌개혁을 힘겨루기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어차피 국내보다 기업환경이 나은 해외로 간다”는 불만을 그대로 실었다. 다른 경제 관련보도에서도 이같이 인수위의 재벌개혁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 <인수위, 10대 국정과제 선정>(1월 8일)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는 노무현 당선자의 국정과제에 대한 긍·부정의 양쪽 시각을 비교하며 앞으로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인수위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재벌정책을 중심으로 ‘설익은 전문성’, ‘재벌들의 걱정’ 등으로 매우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그동안 중앙일보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기업규제해지’와 ‘재벌중심 경제구조’의 입장에서 경제단체의 인수위 정책비판을 자세히 기사로 다뤘다. 뿐만 아니라, 인수위 정책이 검토단계에 있거나 노무현 당선자의 후보시절 공약집 혹은 인수위 문건 안에만 포함되어 있어도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익명의 관계자의 말을 빌려 다루는 속보성 기사가 많았다. 1면 머리기사로 다뤘던 <인수위 재벌·금융 개혁안 마련 … 공정위에 사법경찰권 추진>(1월 6일)은 이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경제단체의 인수위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사에는 신빙성을 찾을만한 출처가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기사 중 “이 같은 방안은 5일 본지가 입수한 인수위 경제분과의 ‘재벌·금융 개혁 방안’에 포함돼 있다”라고 언급한 것이 출처의 전부이다. 다른 많은 중요한 기사들도 공식적인 인수위의 발표 없이 발표되었다.
또한 인수위의 재벌정책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주관적인 선입견을 개입시킨 보도도 있었다. <盧당선자 “왜 재계와 싸움 붙이나”>(1월 9일)를 통해서도 여전히 인수위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자세하게 다뤘다. 기사 중 “의혹의 시선이 가게 된 배경은 있다. 인수위 구성원 분포상 ‘분배’를 강조하는 경제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상당수 포진하면서 강도 높은 재벌개혁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인수위가 검토하는 내용에도 재벌관련 정책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등의 표현을 통해 철저히 친재벌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동아일보도 재벌개혁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추어 많은 양의 비판기사를 생산했다. 사설 <재벌정책, 충격 없이 신중하게>(1월 3일)에서 “경제계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했는지 궁금하다”, “공약한 재벌정책이라도 시행에 앞서 문제점은 없는지 재삼 검토하길 바란다”, “충분한 사전검토가 있어야 한다”, “부작용을 감안해야 한다”, “시급한 사안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재벌정책에 대해 재계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신중하게 다시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반해 한겨레·경향신문은 노무현 당선인 정책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사실 전달했다. 특히 한겨레는 인수위 제시 정책 중 특히 재벌개혁과 관련하여 개혁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상세분석 보도를 하기도 했다. <구조조정본부 폐지론 뜨거운 감자로>(1월 4일)에서는 각 그룹들이 사주의 비서실 기능을 하는 것으로 비판받았던 ‘구조본’에 대한 인수위의 개혁에 대한 반발을 묘사하며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말을 빌어 “재벌의 이러한 태도는 … 재무구조 개선 등 구조조정을 위해 2∼3년 동안 한시적으로 구조본을 신설하기로 한 ‘5+3원칙’ 합의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문제가 되는 비효율적 거대 재벌의 개혁의 문제점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이어 <재벌-금융사 분리로 편법지원 근절>(1월 8일)에서는 ‘계열분리청구제 추진 의미·과제’를 상세히 다루었다. 경향신문은 분석기사보다는 <‘도마오른 검’ 수뇌부 출렁>, <노당선자 인사원칙 뭔가> 등 추세보도가 대부분이었다.

③ 2008년

2008년의 경우, 이명박 인수위는 12월 31일 첫 전체회의 후 10일 전후로 각종 정책들을 예정 발표하여 모니터 기간 내에는 사안별 구체적 방안들이 제시되지 못해 언론보도에 있어서도 세밀한 정책 검증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들은 검증되지 않은 정책들을 받아쓰기 하는 보도는 사회적으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수위가 정례브리핑에서 쏟아낸 조율되지 않은 정책안들은 마치 확정된 것처럼 그대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인수위의 정례브리핑 위주로 정책안들을 단순전달한 반면, 미디어 정책관련해서는 9, 10일 이틀 동안 <수술대 오른 언론탄압 정책>이란 주제로 12개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세부분석했다. 평소 반대하던 정책에 대해서만 상세하게 분석했을 뿐 나머지는 인수위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여 단순받아쓰기 보도태도를 보였다. 다만 사설 <대운하 사업, 국민 섬기는 자세로 국민 뜻 물어야>(1월 3일)에서 조선일보는 대운하 사업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비교하면서 “대운하와 관련한 공식 토론회나 공청회도 없었다. 국민이 당선자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지만 그렇다고 당선자의 모든 공약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다”며 “반대 의견을 포함해 대운하와 관련된 모든 것을 국민 앞에 내놓고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인수위에 속도조절을 요구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역시 검증되지 않은 정책들을 받아쓰기 하며 인수위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이의 제기나 논란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등급제 수술... 수능 과목 4∼6개로 축소>(1월 3일)에서는 인수위의 “개혁방안”은 기존의 체제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관치교육’을 끝내겠다는 의미”라고 보도했지만 인수위의 새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는 거의 없었다. 이명박 당선인의 선거캠프에서 자문역할을 한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의 “소수의 상위권 대학이 학생들을 휩쓸어 가는 과정에서 대학 간 최소한의 룰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대입기초가 흔들릴 수 있다”는 발언을 인용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내가 낸 세금으로 신용불량자 빚 갚아준다고? “시장원리 역행... 현 정부도 안한 일”>(1월 5일),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인수위’님, 어쩌란 말입니까>(1월 7일), <인수위 입 따라... 주가가 춤춘다>, <양도·종부세 감면 시기 “시장 상황 좀 본 뒤에...”>(1월 9일) 등의 기사에서는 인수위가 내놓은 정책에 따른 비일관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역시 2003년에는 집요하게 비판적인 분석을 한 것에 반해, 2008년 인수위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 없이 무조건적으로 받아쓰는 양상을 보였다.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정책도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보는 식이어서, 하나의 정책이 거듭 정정되는 보도도 있었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대운하 정책에 대해서도 편협하고, 편파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빅5 건설사에 ‘대운하’ 설명>(1월 2일)과 같은 면 <기대 “건설경기 살아날 것” 조심 “수익성 검토해봐야”> 기사에서도 이명박 당선인의 대운하 정책이 건설경기에 미칠 영향에 초점을 두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인수위가 내놓는 정책이 마치 당장 실현이라도 될 것인 양 부풀려 보도했다. 이명박의 교육정책에 대한 보도태도가 그러했다. <입시제도 언제부터 변경하나>(1월 3일)에서도 인수위의 대학입시 정책변경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어떻게 바뀌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새교육 제도가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비판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반면에 한겨레는 <시장에 맡긴 자율화, 다양화 더 멀어지는 공교육 정상화>(1월 3일), <하룻밤에 뒤집힌 신불자 정책>(1월 5일), <외환위기 전 ‘재경원’ 비슷…‘공룡 경제부처’ 10년만에>(1월 7일) 등 이명박 인수위 정책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비판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눈앞 실적·속도 급급 군림하는 ‘실용주의’>(1월 9일)에서는 인수위의 정책 뒤바꾸기를 지적하며 “전문가들은 인수위의 ‘실용주의’ 행보는 정작 ‘시장주의’와 ‘작은 정부’ 원칙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주는 것이라 지적했다”며 이명박 인수위의 실용주의가 대중영합주의에 가깝다는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의 말을 인용했다. 특히 <새 정부의 친재벌정책>(1월 8일)에서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하나같이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친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일련의 ‘친기업 정책’들이 연쇄적으로 몰고올 효과는 애초 의도에서 한참 벗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차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우려하는 각계 전문가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담아냈다.

경향신문은 인수위의 정책에 대부분 우려를 표명하는 정도로 보도했지만 대운하 사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도했다. <대운하, 밀어 붙인다>(1월 2일)에 이은 <대운하 '홍보성 설명회'로 그치나>(1월 4일)에서 “인수위가 말하는 '여론 수렴'은 어떤 것일까. 시민·환경단체 등에서 요구한 대운하 건설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묻는 '의견 수렴'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인수위의 여론수렴은 정책홍보성 '설명'에 가까울 것”이라며 국민 여론의 수렴 없이 밀어붙이는 인수위를 비판했다.

Ⅳ. 나가며

인수위는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대통령당선자가 국정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여 통치를 하기 위해 기반을 준비하는 조직이다. 무엇보다 민주적이고 안정적인 정권인수를 규정하는 인수위 관련법의 입법취지는 존중돼야 하며 언론은 인수위가 그 권한을 법치주의원리에 부합하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바로 해야 할 것이다.
인수위가 그 권한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가, 법적으로 주어진 한계 안에서 수행하고 있는가는 한국 민주주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봉기 교수(경북대 법학)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등장은 곧 장기집권과 정권넘겨받기에 익숙했던 과거 군사독재 시대와의 결별과 차별성을 의미하고, 무소불위 권력에 대한 법치주의의 도입을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수위의 역할과 권한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노무현 대통령 당선 시절인 2003년에 '대통령직인수에관한법률'로서 제정되기까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일련의 축소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지금보다 권한이 더 넓었던 역대 인수위에서는 인수위의 월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했던 조선·중앙·동아는 현 인수위가 과거 인수위의 권한에 비해 대폭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권한을 그대로 행사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 이를테면 통신요금인하, 세제와 부동산정책의 전환, 영어몰입식 교육 등 각종 구체적 성격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인수위의 권한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인수위의 섣부른 정책에 대해 미리 결정된 사항인 것처럼 긍정적인 시각만을 담아 성급하게 보도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 아닐 것이다.
신문들은 지지하는 정책과 정권에 따라 인수위의 역할과 권한 설정에 있어 자체적으로 상당히 ‘유연’한 입장변화를 보여줬다. 정책 평가보도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 또는 찬성하는 사안 외에는 단순 받아쓰기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이념적 차이를 인정한다 할지라도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 보도할 때는 다양한 시각을 균형 있게 싣는 것이 언론으로서의 당연한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기가 일쑤였다. 5년마다 등장하게 될 인수위에 대해 지금까지처럼 신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기준을 바꾼다면 우리 사회 또한 5년마다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신문들은 ‘정론직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끝> (정리 : 최철민 회원)


2008년 3월 4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Posted by 온자매 아빠
신문 모니터2010. 7. 1. 11:40

화물연대의 폭력성은 부각, 집회의 자유에는 침묵한 조중동
 
 
 
1. 들어가며
 
지난 6월 15일 대한통운에서 해고된 택배기사들의 복직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11일 시작한 화물연대의 파업이 대한통운과의 합의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실체를 인정해달라는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지난 3월 대한통운 광주지사가 택배기사 78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한데 원인이 있었다. 지난 5월 16일에는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는 대전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특수고용노동자 위치에 있는 대한통운 택배기사의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 날 시위대가 거리행진을 벌이자 경찰은 진압봉과 물대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했고 이에 맞서는 과정에서 시위대들이 만장 깃발을 휘두르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을 비롯해 457명이 연행됐고 시위대와 경찰 150명이 다쳤다.
 
 
 
이번 화물연대의 노동자대회에서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경찰의 강경진압 같은 시위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그 폭력성만을 부각했다. 만장의 깃대로 사용된 죽대를 ‘죽창’으로 부르고 노동자들이 폭력용으로 쓸 의도로 죽창을 시위장에 들여왔다고 확대해석했다. 또한 조중동은 노동자가 시위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합법적인 권리에 대해서도 집회 및 시위 때문에 대한민국의 경제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것처럼 기사를 내보냈다. 노동자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를 묵살하는 공권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의 시위를 보도함에 있어서 보수언론은 철저히 사측 또는 공권력의 편에 서 있었다. 이 때문에 이들 신문의 보도는 줄곧 시위의 폭력성과 불법성에만 초점이 맞춰지곤 했다. 1998년 대우자동차 파업, 2008년 화물노조 파업 등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화물연대 시위 보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대한통운 사태를 계기로 대전에서 열린 화물연대 시위를 보도한 국내 5개 일간지를 모니터했다. 모니터 기간은 시위가 발생한 5월 16일부터 5월 23일까지 일주일 동안이다.
 
 
2. 시위 원인은 함구한 채 폭력성만 부각한 조중동
 
조선·중앙일보는 시위가 일어난 원인은 언급하지 않은 채 시위의 과격함만을 부각시켰다. 동아일보는 시위의 원인을 언급하긴 했으나 엉뚱한 이유를 들어 화물연대가 떼를 쓰고 있는 양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시위의 원인을 상세히 보도해 조선·중앙일보와 차이점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화물연대가 시위를 한 원인에 관해서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아예 화물연대가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보도했는데, 5월 19일자 <접점 못 찾는 勞政, 파국으로 가나> 기사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근로자’로 볼 수 없는 화물연대 차주들이 포함된 민주노총 운수산업노조에 노조 설립증을 내준 것이 현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학계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화물차운전자, 택배기사 등을 노동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이 신문은 이런 논쟁은 소개조차 안한 채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단정 지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화물연대 광주지부장 박종태 씨에 관한 기사도 일절 싣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민주노총의 시위와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를 분리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19일 사설 사설 <민노총은 화물연대를 정치파업에 이용하지 말라>에서 박종태 지부장의 죽음을 일개 개인의 죽음으로 축소 보도했다. 이 때문인지 <[이슈 추적] “특수고용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기의 민노총이 외치는 속셈은...>(5/20) 기사에서 시위의 원인이 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보도에 소홀한 채, 민주노총의 파업 원인이 6월에 예정된 총파업을 위한 세력 모으기일 뿐이라고 왜곡했다.

동아일보는 박종태 지부장의 자살과 운송수수료 30원 인상 합의 및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요구를 언급하며 민주노총의 파업 원인을 보도했다. 그러나 엉뚱한 근거를 들어 시위를 비판했다. 18일 <자영업자 화물연대, 이번엔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 거센 요구> 기사에서는 지난해의 화물연대 파업과 비교하면서 당시엔 유가급등에 따른 생계형 요구로 상당수 국민의 공감대를 샀지만 올해는 정부가 화물연대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벌여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비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왜냐하면 기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로 표준운임제나 유가보조금, 화물차 감차 액화천연가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확대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화물연대 측이 현재 요구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즉 노동자가 요구하는 정책을 개선하는 것도 아닌데 다른 제도를 들어 파업을 비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없을뿐더러 악의적이기까지 하다.
 
한편 한겨레는 택배 업계의 구조를 분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위가 일어나게 된 근본 원인을 심도 있게 전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죽었는데 해고유연성 노래하는 정부>(5/16) 기사에서 “박종태 화물연대 지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택배기사, 화물 지입차주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총파업이 시작된 배경을 설명했다. 20일 <업체난립→단가인하 출혈경쟁→택배노동자 한계상황>에서는 택배업계 내부 구조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택배기사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고 상세하게 전달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시위를 두고 택배기사뿐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 중 다른 직종까지 넓혀서 노동3권 보장 또는 사회적 보호 장치 마련으로 이슈화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경향신문은 민주노총 시위의 근본적인 문제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으로 보고 특수고용자의 노동문제를 비중 있게 전달했다. 18일 <‘특수고용직’ 노동권 보장 정부-노동계 정면 충돌> 기사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미보장 문제를 주로 짚으며 이러한 노-정 갈등이 16일 총파업과 경찰과의 무력충돌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노동법 사각지대에 방치 … 李정부 들어 더 ‘퇴행’>(5/18) 등 여러 기사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노동 시간, 임금에서 보장받지 못하고, 자차가 아닌 대리점 차로 배달하는 택배기사 등)을 자세하게 전달했다.
 
 
3. 죽창이냐 만장대냐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줄곧 ‘죽창’, ‘전쟁터’, ‘만신창이’ 등의 단어로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죽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들을 과격한 폭력집단으로 만들어갔다. 이들 신문은 경찰과 검찰의 입장과 피해상황을 주로 보도했고, 화물연대의 입장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시위에서 충돌이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보도도 없었다. 반면 한겨레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한 원인에 대해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실었다. 경향신문은 폭력집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우회적으로 민주노총의 집회태도도 비판하고, 경찰이 폭력을 유도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시위대가 죽창을 만들었다는 전제 아래 그 행동을 자세히 묘사했다. 18일 1면 <죽창 3년 8개월 만에 또 등장> 기사에서 “시위대는 만장용으로 사용하던 4~5m 길이의 죽봉을 바닥에 내리쳐 ‘죽창’으로 만들었고, 진압경찰의 안면 보호용 철망 사이로 찌르거나 머리 위로 내리쳤다”며 시위대가 사용한 도구와 행동을 자세히 묘사했다. 그리고 시위대의 폭력성과 경찰의 극심한 피해를 대조시켜 민주노총의 파업이 원인과 명분이 없는 폭력시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기사에서 경찰 10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크게 보도하고 22일 <‘죽창’에 눈 찔린 의경, 7시간 각막 봉합수술> 기사에서 부상당한 의경의 수술상황까지 자세히 묘사하며 경찰의 피해상황을 강조했다. 반면 대부분의 기사에서 시위대의 피해상황은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사진보도에 있어서도 5월 18일 시위대들이 “죽봉과 죽창 1000여개를 휘두르며 불법 가두시위를 벌였다”(<사진 1>)는 사진과 시위대가 전경 저지선 앞에서 만장깃대를 하늘을 향해 든 뒤 정렬해있는 장면을 사진(<사진 2>)을 실었다. 이 사진은 마치 시위대를 전투를 기다리는 군인이 정렬해있는 모습처럼 묘사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데 대부분의 기사를 할애했고, 경찰 공권력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5/18일 <죽창 1000개> 기사는 민주노총이 시위에서 죽창을 1000여개나 사용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고, 이를 ‘죽창’이라고 본 대전경찰청장의 주장만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민주노총의 시위를 ‘불법 폭력 시위’로 규정해버린 채 시위를 전경의 눈으로만 바라봤다. 이 때문에 전경은 시위의 피해자로, 시위대는 가해자로 비춰졌다. 중앙일보는 시위를 줄곧 전경의 시선을 빌어 살폈는데, 이 때문인지 전경이 바라본 죽창의 위협적 모습을 강조하는 사진을 실었다.
 
5월 19일 사진기사 <전경의 눈으로 본 죽창>(<사진 3>)에서는 “끝이 갈라진 죽창은 돌을 막기 위해 제작된 철제 헬멧의 보호대를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보도했고, 같은 날 <수십 갈래 찢긴 죽창 살 헬멧 뚫고 얼굴로 쑥쑥 들어와>(<사진 4>) 기사에 삽입된 기사에서도 이를 부각해 다뤘다.

 
 

동아일보도 <시위대가 휩쓸고 간 대전 시가 전쟁터 방불> 기사 등에서 ‘전쟁터’, ‘폭격’ 등의 용어로 시위현장을 묘사해 대전시위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동아일보는 ‘죽창’이라는 용어보다는 ‘끝이 날카로운 죽봉’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데 있어서는 다르지 않았다. 18일 사설 <민노총 본업은 사회혼란 국기파괴인가>에서는 “어떤 깃대는 죽창처럼 끝이 날카로워 살상무기에 가까웠다”며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 신고한 구간에서 시위를 마쳤는데도 해산하지 않고 흉기로 경찰을 위협하는 것은 공권력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자 국기파괴 행위”라고 까지 표현했다.
 
 
 
동아일보도 18일 1면에 실린 사진 기사 <죽봉으로 공격…경찰 104명 부상>(<사진 5>)이라는 제목으로 노동자들의 폭력성과 경찰의 피해만을 부각시켰고, 시위대가 지나간 뒤 전경차의 유리가 깨진 장면(<사진 6>), 도로가 어지럽혀진 장면 등을 실어 시위대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한겨레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입장을 대등하게 실으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5/19일 <충돌은 왜> 기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원인을 보도하고, 같은 지면 <죽창이냐 깃대냐> 기사에서 ‘죽창’이란 용어의 적합성 여부에 대해 경찰과 시위대의 주장을 번갈아 실으며 객관적인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 한편 5/19일 <“죽창 사용해 물대포” “먼저 물대포 쏴 흥분”> 기사에서 충돌 원인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경찰의 집회 저지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폭력의 원인에만 치중해 경찰의 피해와 시위대가 보인 폭력에 대해서는 비판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경향신문은 시위 당일 경찰이 물대포와 진압봉을 휘둘렀고 민주노총은 만장(또는 죽봉)을 사용했다며 양측의 과잉대응과 과잉진압을 균형 있게 전달했다. 그런데 경향신문은 5/19일 사설 <과격시위와 강경진압의 고리를 끊으려면>에서 폭력집회에 대한 반대를 명확하게 밝히며 우회적으로 민주노총의 과격한 집회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의 충돌은 경찰이 민주노총의 과격시위를 유도했다고 지적해 올바른 시위문화를 위해서는 시위대의 태도뿐 아니라 경찰의 평화적인 진압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보도에 있어서도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합법적으로 집회를 하는 사진을 크게 실었다.(<사진 7>) 또한 한겨레는 고 박종철 씨 영정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 사진, 그리 날카롭지 않은 만장깃대의 사진(<사진 8>), 경찰이 병력 배치를 하는 사진도 실었다. 즉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보도하지 않은 민주노총 집회의 숨은 면면들을 충실히 보도했다.

4. 위기의 헌법 21조(집회 및 시위의 자유)
 
노동자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대전 시위 직후, 대전경찰청장은 향후 민주노총의 집회를 전면금지하겠다고 말했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조차 빼앗는 일명 ‘초헌법적’ 발언에 대해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비판적인 관점 없이 경찰청장의 의견을 받아썼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집회 및 시위 권리가 억압됐을 때 벌어질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1일 <‘죽창’을 ‘막대기’라고 하는 민노총> 기사에서 집회와 시위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뒤 벌여야 하나 민주노총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절차를 무시하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혁명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

중앙일보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 및 시위의 권리를 침해하겠다는 경찰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 실었다. 18일 <폭력, 손괴 땐 집회 금지 법적 가능> 기사에서 유태열 대전경찰청장이 그의 권한으로 “대전 관내에서 민주노총 주최의 모든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경고했다”며 “폭력적인 민노총의 집회를 불허하는 건 법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그대로 전했다.
그런데 23일 사설 <집회는 허용하되 불법엔 가차 없이 응징해야>에서 “폭력시위가 예상되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 … 최선의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사전에 집회를 막는 것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불법 폭력에는 과감한 경찰력의 투입이 필요하며 상습 폭력꾼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중앙일보가 다른 기사에서 민주노총을 조직적인 폭력행사 단체라고 규정했는데, 위 사설에서 말하는 상습 폭력꾼은 민주노총을 지칭해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기본권은 보장하되 폭력집회를 일삼는 민주노총의 집회는 경찰력을 투입해 강경 진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도 5/12일 <정부, 대규모 도심 집회 당분간 원칙적 불허>기사에서 정부가 대규모 도심집회를 당분간 불허한다는 내용을 짧게 보도하고 그쳤다. 정부 방침에 대한 비판적 입장 역시 보이지 않는다.
 
한겨레는 민주노총의 시위 이후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보도를 실었다. 혐의 확인도 없이 화물연대 집행부 간부를 포함한 시위자에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신청하려 한 것을 비롯해 시위 이후 정부의 태도도 비판했다. 정부가 도심 내 대규모 집회를 원천봉쇄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에도 심한 우려를 표했다. 21일 <정부비판 집회 사실상 봉쇄 … 광장 민주주의 질식> 기사에서 올해 4월까지 경찰이 갖가지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 것이 127건이라며 집회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고 광장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경향신문도 정부의 시위 불허 방침에 대해 명백한 위헌적 권력남용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22일 사설 <헌법 어겨가며 집회 막으면 선진화되나>에서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발상”이라며 정부가 집회 및 시위란 헌법적 권리에 대해 가진 미천한 의식을 비판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민주노총이 파업을 반대하는 논리로 단골 등장하는 일명 ‘경제위기론’은 이번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화물연대를 2008년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운 데 파업을 하는 노동집단으로 몰고 갔다. 중앙일보는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내놓은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57개국 중 노사생산성 부분에서 한국이 56위라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IMD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지수는 국제통계와 기업의 CEO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그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기업경영자들이 생각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결과다. 즉 이 지수를 가지고 한국의 노사생산성을 평가하는 덴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5. 나가며

지금까지 5월 16일 민주노총과 화물연대의 노동자대회를 보도한 국내 일간지 5개의 기사를 비교·분석한 결과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공권력의 폭력성과 과잉대응은 언급하지 않은 채 노동자의 폭력성만 과도하게 부각했다. 또한 노동자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를 묵살하는 공권력에 대해서는 어떠한 비판의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노동자를 비롯하여 모든 시민은 그들의 요구사항을 집회 및 시위를 통해 표현할 자유 및 권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당연한 자유를 폄훼하는 보도는 민주주의의 헌법적 권리를 부인하는 것이다. 앞으로 언론들이 집회 및 시위가 발생한 원인을 정확히 보도할 것과 노동자의 시위 방식 뿐 아니라 공권력의 과잉 진압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비판의 칼날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언론들이 노동자의 집회 및 시위를 보도하는 방식이 좀 더 깊이있고 공정해지기를 기대해본다. (끝)
 
 
  [추천·유감 기사]
「5/16 화물연대의 전국노동자대회 관련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선정 추천기사」
한겨레 사설 <대화하자는데 뺨 때리는 정부>(5/21)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이번 모니터의 추천기사로 본 사설을 선정했다. 이 글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갈등이 커져만 가는 원인을 진단하면서,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먼저 사설은 화물연대 시위 이후 정부가 노동계에 대해 억압적인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또한 정부가 불법집회를 근절하기에 앞서 한국 사회에서 평화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갈등을 다루는 정부의 구태의연한 방식”이라며, “억압적 대책이 효과도 없고 국력만 낭비한다”고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에게 “민심과 소통하며 갈등을 치유하는 정치”만이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지고, 갈수록 집회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본 사설은 특히 정부에서 되새기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5/16 화물연대의 전국노동자대회 관련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선정 유감기사」
중앙일보 1면 <노사 생산성 ‘만년 꼴찌’인데 노조는 또 대규모 파업 준비>(5/21)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이번 모니터의 유감기사로 본 기사를 선정했다. 이 기사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9년 세계 경쟁력 평가’ 자료를 인용했다. 조사 대상 57개국 중 노사생산성 부분에서는 한국이 56위를 차지했다며, 이렇게 노사생산성이 안 좋은 것은 민주노총 등 과격 노조의 파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지수는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경영자의 노조에 대한 편향된 인식이 기반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지수를 가지고 한국의 노동운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이 기사는 세계은행의 2008년 자료를 토대로 <노동 유연성 비교해보니>란 표를 실었다. 그런데 항목으로 해고난이도만을 실어 마치 노동유연성이 해고를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를 의미하는 것처럼 썼다. 해고유연성은 해고뿐 아니라 고용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본 기사는 노동 유연성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명백히 왜곡해 전하고 있다.<끝> (정리: 목정민 회원)
 
2009년 7월 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Posted by 온자매 아빠
신문 모니터2010. 7. 1. 11:39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따끔한 비판 없는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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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가나다 순 표기)
모니터 기간 2007.12.30 - 2008.02.10 (이동통신요금 인하 방안)
2008.4.23 - 5.7 (에너지 절약 대책)
2008.4.14 - 5.11 (혁신도시)



1. 들어가며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인수위 시절부터 5월까지 정부의 정책 발표와 각종 혼선들에 관하여 각 신문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워낙 많이 문제제기가 되었던 영어몰입교육과 대운하 건설을 제외하고 현 정부가 인수위 시절 발표한 이동통신요금 인하 정책과 집권 이후 추진하려던 에너지 절약 대책 및 실내 냉난방 온도 규제안 그리고 지난 정권에서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혁신도시방안을 재검토하려는 정부의 방침과 관련해 각 신문의 보도량과 전반적인 경향을 모니터했다.


2. 이동통신요금 인하 방안 관련 보도


이동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였다. 선거 직후 지난 해 12월 30일 이동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인수위 워크숍 결과 브리핑을 통해 “정권 출범 전이라도 현 정권과 논의해 추진할 과제는 즉각 실행하기로 했다”며 이명박 당선인 취임 이전에 유류세와 이동통신요금 등 주요 서민생활비의 30%를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류세 10% 인하와 휴대전화비 인하를 가급적 빨리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차 발표(12월 30일 인수위 워크숍 결과 브리핑) 후 업계의 반발에 부닥치자 인수위는 한 발 물러섰다. 이후 인수위 내부에서 검토 중인 방안이 알려지자(1월 16일)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업계와 시민단체 모두가 반대했다. 결국 인수위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요금인하 방안을 ‘업계자율에 맡긴다’는 말만 남기고 새 정부에게 넘겼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일부 신문들은 애초 이동통신요금 인하와 관련된 논의가 시민단체, 즉 소비자로부터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수혜자가 될 소비자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기업의 목소리만을 부각해서 전달하기 급급했다. 뿐만아니라 각 통신사가 제시한 망내할인이나 특정 상품에 국한된 생색내기식 할인을 소개하며 특정업계의 홍보지 인상을 주기도 했다. 업계가 제시한 방안이 소비자입장에서 실질적인 요금인하로 이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통신요금이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지, 현행 관리경쟁구도가 왜 이루어지는지 지적하는 기사는 거의 싣지 않았다. 그보다는 인수위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원론적인 수준의 지적만을 보여주었다.


조선일보는 16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를 내보냈다. 인수위의 첫 발표 이후 정책수혜자인 소비자의 입장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반면 업계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실었다. <인수위 ‘휴대폰 요금 인하’ 발표 통신업계 당혹>(1월 2일), <인수위 “통신료 20%인하”, 업계 “어찌하리오”-가입비, 기본료 인하 대신 서비스 결합상품 만들 듯>(1월 7일)의 기사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개입으로 인한 인위적 요금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주로 내보냈다.

이어서 <통신요금인하 해프닝이 남긴 것>(2월 4일자 기자수첩)에서는 인수위가 결국 철회한 요금인하 논의들에 대해 “기대수준을 낮추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놓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논의들을 ‘해프닝’으로 표현하며 요금인하가 정부 정책에 의해 ‘한방’에 해결할 수 없으니 기대를 낮추자는 기업 위주의 논리를 폈다.
 

중앙일보는 ‘자유시장원리에 입각해 요금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폈다. 시장원리에 입각해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하겠다던 인수위가 정통부를 통한 정부개입을 시사하자 중앙일보는 <인수위님, 어쩌란 말입니까>(1월 7일), <시장원리로 통신비 인하해야>(1월 11일) 등의 인수위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실었다. 그러나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배경이나 인수위가 제시한 정책에 대해 실질적 효과를 검증하는 보도는 없었다. 또한 통신요금 인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인수위의 번복 발표 이후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를 전혀 내보내지 않았다.

 

동아일보 역시 요금인하에 대한 심층·분석 기사나 정책검증 기사는 전혀 없었다. 인수위의 발표 이후 동아는 “빠른 시일 내에 인하하겠다”는 인수위의 말을 반복해서 실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실효성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인수위가 기존의 주장과 달리 시장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데도 <“통신요금 인가제 앞당겨 폐지” 정통부, 새 정부 출범 직후로>(1월 23일)에서 “자율경쟁을 촉발하겠다는 취지”라는 정통부의 입장을 비판 없이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2월 4일까지도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통신비 20% 절감, 현실화 되나>라는 제목으로 “유선 통신시장 1위인 KT까지 요금 인하에 앞장서면 인수위의 ‘통신비 20% 절감’ 약속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다른 신문들이 요금인하에 회의적인 평가를 내린 것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같은 날 한겨레의 기사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겨레는 같은 날 1면 머릿기사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통신업체들이 거부한다는 이유로 통신요금 인하를 사실상 포기했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통신요금 20% 인하’ 공약을 취임 전에라도 추진하겠다던 인수위 방침도 무산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겨레는 “이런 통신요금 개선안은 정보통신부가 이미 지난해 발표한 ‘새 규제 로드맵’의 재탕에 지나지 않는다”며 “요금인하 효과도 미지수”라고 평했다. 조선일보과 경향신문 역시 같은 날 비슷한 지적을 하며 인수위의 정책혼선에 비판적인 데 반해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가 아예 없었고 동아일보는 받아쓰기 하는데에 그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다음 날 2월 5일 칼럼에서야 인수위가 이명박 대통령의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것을 비판했다. 인수위의 정책 혼선에 대해 비판은 하고 있지만 그 요지가 소비자들을 혼란케 한 데 있지 않고 통신업체들의 반발을 예측하지 못한 인수위의 무지에 맞춰져있다.

 

한겨레는 인수위의 요금인하 발표에 맞춰서 다양한 목소리를 함께 실었다. 최초 발표 이후 통신업계의 반발은 물론 각종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비중있게 다뤘다. 인수위의 요금인하 방침이 시장자율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피부에 와 닿는’ 통신비 인하, 업체들 무한경쟁 내몰아야>(1월 7일)에서는 “이명박 당선인 쪽이 진정으로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줄 생각이 있다면, ‘통신요금을 내리면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고 징징대는 통신업체들의 반발 논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며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2월 1일 <통신료 인하 ‘피부 와 닿기’커녕 ‘피부 스치고’ 끝?>에서는 “소비자 관점에서 따져본 요금인하방안” 표를 이용해 각 추진방안별 소비자 실익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기사에서 일부 업체의 영향력 때문에 실질적인 요금인하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SKT와 KT의 요금인하 내역을 평가한 2월 4일 한겨레의 기사는 동아일보의 2월 5일자 기사와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인용하며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각 업체의 요금인하 방안 발표를 전달하며 동아일보는 실제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이나 효과를 언급하지 않고 업체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반면 한겨레는 요금인하 효과를 상세히 전달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두 업체가 새 정부의 정책을 따른다는 명분으로 시장 독점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18면에서는 “인수위는 ‘업계 자율’이란 명분을 달아, ‘소비자가 통신업체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피부에 와 닿는 수준’의 요금인하를 외치던 의지를 스스로 꺾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12월 31일 인수위 발표를 스트레이트로 언급하는 정도였지만 <인수위의 ‘월권’을 경계 한다>라는 사설을 통해 요금인하 방안에 관한 인수위의 무소불위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는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한 당선자 측의 공약 내용과 통신업계,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함께 실었다. <실력으로 풀어야 할 서민경제>(1월 4일 칼럼)에서는 “휴대폰 요금 20%를 포함한 통신비 30% 절감은 규제와 설비기반 중심의 성장 정책에 기반했던 통신산업의 구조를 유효경쟁과 서비스 확대 정책으로 바꾸는 일로서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와 난제를 풀어내야 비로소 가능하다”라는 전문가의 지적을 전하고 있다. 요금인하와 관련한 논의들이 “단순한 요금 인하를 넘어 통신산업의 구조 변경, 그리고 경제 시스템 및 국민의 의식 전환에까지 연계돼 있기 때문에” 관련 논의들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점검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통신비 인하, 李정부 출범후로 인수위 또 연기>(2월 4일)에서는 인수위의 번복 발표에서도 시민단체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3. 에너지 절약 대책 관련 보도

 

에너지 절약 대책 및 실내 냉난방 온도 제한 방침과 관련해서 총 3번의 정부발표가 있었다. 4월 24일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열고 ‘에너지절감대책’을 발표했다. 단계적으로 모든 건물의 냉난방 온도를 제한하고,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차량의 보급을 확대키 위해 연비 1등급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린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각종 여론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자 지식경제부 이윤호 장관은 5월 2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실내온도 규제방안을 철회했다. 이어서 첫 발표 이후 국토해양부가 관련 정책에 대해 “협의되지 않았다”고 난색을 표하자 지식경제부는 4일 차종에 따른 인하방안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신문이 정책의 실효성과 정책추진의 혼선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중앙일보는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관점에서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비판에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총 7건의 기사 중 3건의 사설, 칼럼을 통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정부가 가정 냉·난방 온도까지 어떻게 점검하나>(4월 25일), <잇단 정책 ‘헛발질’에 국민은 조마조마하다>(5월 5일) 등의 사설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으며 설익은 정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스트레이트 보도에서도 ‘냄비행정’, “냄비행정의 달인”(5월 5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정책혼선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뤘다.
 

중앙일보는 정부개입 자체를 비판하며 이전 통신요금 인하와 마찬가지로 시장친화, 규제완화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사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4월 26일)나 사설<정부 개입의 유혹을 떨쳐버려야>(5월 3일)에서는 “여전히 시장을 믿지 못하고 직접 시장에 개입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니 딱한 노릇이다. 말로만 정부 주도의 정책을 하지 않겠다고 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라”며 시장원리를 거듭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총 5건의 보도 중 1건의 칼럼을 통해 정부 내 혼선을 비판하고 있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5월 5일에 이르러서야 <재경부, 어떻게 두 번씩이나 ‘불발탄’을…>라는 기명칼럼을 통해 정부의 정책혼선에 대해 비판했을 뿐 이전까지는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에너지 대책에 대한 실효성을 검증하거나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을 전달하는 기사는 한 건도 없었다.

 

한겨레는 4월 24일 정부의 첫 발표는 보도했지만 이후 관련 부처가 규제방안을 철회한 2차, 3차 발표는 보도하지 않았다. 애초 보도에서 외국의 사례를 들어 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봤지만 5월 6일에 이르러서야 정책 혼선과 부처 간 마찰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 <에너지 절약정책 ‘헛심만’>(5월 6일)에서는 24일 내놓은 정책이 관련 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협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실상 실행이 어려워졌고 이러한 지식경제부의 행동이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총 4건의 보도 중 2건의 사설을 통해 정책혼선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사설 <친환경 삶 통한 에너지 절약 유도해야>(4월 26일)에서는 “냉난방 온도까지 규제해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무리한 발상이 오히려 다른 대책들의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 측면도 있다”며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국민들이 친 환경적인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에너지 사용이 감소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설 <‘보여주기 위한 정책’ 정부 불신만 키운다>(5월 5일)에서도 정부의 정책을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라 비판하며 국민의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2건의 스트레이트 보도에서도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등 비판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


4. 혁신도시 관련 보도

4월 15일 조선일보는 감사원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노무현 정부시절 추진한 혁신도시 방안에 문제가 많았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같은 날 중앙일보 역시 단독으로 국토부가 지난 달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혁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예상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검토중임을 내비쳤다. 다른 신문은 16일 이후 관련 기사를 다뤘다. 이후 지방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해양부는 17일에 “혁신도시방안을 전면 백지화하는 게 아니다”며 전면재검토가 아닌 수정,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발표했고, 이후 혁신도시 관련 보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후의 기사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지방 여론을 전달하는 수준의 스트레이트 보도가 주를 이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혁신도시와 관련해 4월 15일 각각 감사원 내부 보고서와 국토부 청와대 보고서를 입수해 1면 특종으로 처리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했는지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조선과 중앙은 15일 이후 많은 지면을 할애해 노무현 정부시절 추진한 혁신도시 방안에 상당히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4월 15일 감사원보고서를 인용한 보도를 시작으로 조선일보는 사흘 동안 집중적으로 기존 혁신도시 방안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 <노정부, 혁신도시 효과 3배 부풀려>, <들어갈 돈 43조, 뽑아낼 효과는 연3천억뿐 - 턱없이 부풀려진 혁신도시 경제효과>(이상 15일), <혁신도시 밀어붙이려 가짜 보고서까지 만들었다>(16일 사설) 등 기존 혁신도시 방안의 문제를 부각하며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후 국토해양부가 재검토가 없을 것이라는 발표를 하자 의견표명을 자제했다. 지방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신문사의 입장을 드러내기보다는 기존 혁신도시방안에 부정적인 정부관계자의 말을 전달하는 위주로 기사를 실었다. 대체적으로 ‘기존 방안 재검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국토균형발전위원장(29일)과 국토부장관(29일), 대통령(5월 3일), 청와대 수석(5월 8일)의 혁신도시 방안과 관련한 발언을 전달했다.

감사원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 이외에도 조선일보는 부가가치 증가효과를 측정한 안양대 조규영 교수와의 인터뷰기사 <“혁신도시 효과 높이라고 국토연구원이 수정 요구”>(16일)를 실었다. 기사에서는 “혁신도시의 경제적 효과를 과대 포장했던 국토연구원이 2004년 6월 혁신도시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썼던 안양대 조규영 교수팀에게도 경제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결과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책효과 측정 당시 외부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KBS에 의하면, 조 교수는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사가 사실과 달라 신문사측에 기사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해당 기사의 인터넷판은 삭제된 상태이다. 기존의 혁신도시 방안을 비판하기 위해 왜곡보도를 한 셈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후에도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5일 1면 머릿기사 <“공공기관 옮겨갈 혁신도시, 기업 안 오고 미분양 우려”>에서 국토해양부가 청와대를 상대로 한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만큼의 지면을 할애하지는 않았지만 첫 보도 후에도 이틀간 1면(16일 <혁신도시 일부 용도변경 추진>, 17일 <브레이크 걸린 혁신도시 운명은>)에 배치하며 기획기사 정도의 지면을 할애해 보도했다.(16일 10면, 17일 4·5면 전면 관련기사 배치) 중앙일보는 기존 혁신도시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며 새 정부가 ‘실용적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가 의견을 통해 기존 정책을 보완할 대안을 제시하려 했지만 국토해양부 발표 이후에는 눈에 띄게 기사가 줄었다.

 

조선·중앙일보에 ‘특종’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동아는 17일자 1면 머릿기사 <“혁신도시 사업 계속 추진”>을 통해 국토해양부가 발표할 내용을 미리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백 마디 해명보다 기사 한 줄이>(4월 19일)에서는 국토해양부에 대한 해명기사를 통해 지방에서 논란이 잦아들고 있다며 “동아일보 기사가 나온 뒤 불필요한 오해가 불식됐다”는 국토부 관계자의 말을 실으며 정부 입장을 가장 먼저 보도했다는 사실을 뿌듯해했다. 동아일보는 국토부의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지방여론이 좋지 않다는 다른 신문들의 보도와 상반되는 보도를 내놓았다.


동아는 혁신도시 정책에 관해서 ‘대못’, ‘애물단지’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노무현 정부 와 혁신도시 정책을 비판했다. 한겨레, 경향은 물론 조선, 중앙과 비교했을 때도 모니터 기간 동안 지역여론이나 공사현황을 전달하는 기사는 적었다. “명품 혁신도시”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기존의 방안과 어떻게 다른지는 알 수 없었다. 또한 <공무원이 뛰어 1300억 투자 따낸 동해시>(4월 28일 사설), <지방도 기업 유치전 벌여 경제 자구(自救)해야>(5월 10일 사설)를 통해 중앙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식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맹목적인 지역균형의 환상에서 깨어나야>(4월 30일 사설)에서도 "투기적 땅값 폭동으로 공장 유치가 더 어려워졌고, 일부 지주만 신났다”며 마찬가지의 논리를 폈다. 이는 동아가 혁신도시방안은 물론 노무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방안 전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한겨레는 기존 혁신도시 방안의 취지에 무게를 싣고 보도했다. 17일자 사설 <혁신도시 건설취지는 지켜야한다>를 통해 보수언론이 집중적으로 혁신도시 관련 보도를 하는 것을 두고 “노무현 흔적 지우기”로 평가하며 혼란 없이 보완할 것을 보도했다. <이미 ‘토지보상’ 몇 곳은 터파기까지-지역민들 격앙>(4월 16일), <혁신도시 택지공급 사실상 중단-토공, 경북·대구 일정 무기한 연기>(17일), <지자체장들 “혁신도시 애초대로” 축소, 백지화땐 강력저항 경고>(19일) 등 기존 방안이 상당히 진척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언론발표 후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물론 한나라당 내 영남, 강원권 의원들의 목소리까지 지방 여론을 상대적으로 많이 실었다. 28일자 신문에는 <외국전문가, “지역균형발전, 20년 이상 투자 필요”>라는 인터뷰 기사를 통해 혁신도시 계획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국토부의 발표 이후에는 단순 스트레이트 보도 위주였다.

 

경향신문은 17일자 사설 <못 믿을 국책사업 예측, 혁신도시뿐이랴>에서 금번 감사원 보고서를 예로 들며 혁신도시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의 지적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행해졌음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차후 전반적인 국정운영, 즉 한미 FTA, 대운하와 같은 분야에서도 감사원의 역할을 다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서 수도권규제완화로>, <혁신도시 재검토에 지방이 끓는다>(이상 4월 17일), <혁신도시 혼란 제대로 수습해야>(18일 사설)를 통해 지역여론이나 지방의 공사현황을 전달하는 데 상대적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또한 국토균형발전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당 내 반대의견이나 건설사들의 혼란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함께 실었다. ‘흐름과 소통’이라는 토론란을 통해 혁신도시 재검토를 주장하는 측과 기존방안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주장을 나란히 싣는 등 공론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서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만이 애초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경향신문은 17일자 1면 머릿기사 <국토정책 전면 개편 ‘불균형 고착화’ 논란>에서 “낙후된 지역의 개발은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지만 이를 외면하고 있으며 새 정부의 정책은 수도권 집중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전했다. 한겨레도 같은 날 사설 <혁신도시 건설 취지는 지켜져야 한다>에서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사업을 아무런 계획이나 대책도 없이 이렇게 뒤흔드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하며 보고서 하나에 정책을 백지화, 전면재검토 운운하는 정부 부처 내 혼선을 비판했다.


모니터 대상의 모든 신문이 정부의 잦은 정책 변경으로 인한 국정운영 혼선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5개 일간지 모두 사설, 칼럼을 통해서 국정운영 간에 여당과 청와대, 각 정부 부처들 사이의 마찰이나 내·외부적으로 소통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국토해양부가 ‘재검토 없다’는 발표를 한 이후에는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스트레이트 보도가 주를 이루었지만 정부 부처 간 엇박자로 인해 국정운영에 혼선이 생긴 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했다.

 

기존 혁신도시 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일부 보수언론의 주장대로 보고서가 조작되었는지 아닌지 혹은 그 실효성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보는 이상의 문제이다. 낙후된 지방을 되살리고 나아가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인구과밀화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국토균형발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신문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관점 보다는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5. 결론 및 제언

 

이명박 정부가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위기를 맞은 것은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의사를 묻지않고 ‘밀어부치기’식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해 온 탓이 크다. 일부 고위 관료들에 의해서 설익은 정책들이 정부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무비판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그 정책이 얼마나 좋은지 나쁜지, 실효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민주적인 정책 수립 과정이라 볼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비판에만 머물고 있는 일부 신문들 역시 문제다. 신문은 정책에 대한 검증이나 실효성을 충분히 따져보고 정책이 수립되는 배경에 관해서도 충실하게 보도할 책임이 있다.


요컨대 신문의 비판은 정부의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데에서 나아가 정책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점검, 폐쇄적인 정책결정 과정의 문제 등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정리: 최대열 회원)



2008년 7월 4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Posted by 온자매 아빠
신문 모니터2010. 7. 1. 11:39

신문 1면기사, 선거참여 독려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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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
모니터 기간
2008년 3월 3일 - 3월 27일


18대 총선이 5일 밖에 안남았다. 이번 18대 총선은 역대 선거와 비교해볼 때 한 달 정도 일정이 늦어져 후보 등록일 마감일까지도 공천이 이뤄졌다. 이러다보니 정책보도는 없고, 오로지 낙천여부와 공천결과로 불거진 갈등과 내분 공천보도가 지면을 채웠다.
2008총선미디어연대는 본격적인 모니터활동을 시작한 3월 3일부터 공식선거개시일 전날인 26일까지의 선거와 관련한 신문 1면기사를 분석해보았다. 1면 보도를 분석한 이유는 신문이 담아야 할 가장 주요한 의제를 싣는다는 점에서 각 신문을 얼굴이며 각 신문의 ‘뉴스 중의 뉴스’이기 때문이다. 1면에 어떤 기사들이 실렸는지 분석함으로써 이번 선거에서 신문이 선거보도에 얼마나 치중했는가와 어떤 소재에 관심이 높았는지를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 1면 보도 분석

 

조선일보, 열흘 동안 1면에 선거관련 보도가 전혀 없을 때도 있어


신문들은 도저히 선거 시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거보도에 소홀했다. 정권출범 초기와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을 감안하더라도 1면에 선거기사가 하루 평균 한 건이 채 되지 않거나 겨우 한 건을 웃돈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표 1> 참고)
특히 조선일보는 모니터 기간 21일 중 10일간 1면에 선거기사가 하나도 없어 결국 이틀 걸러 한건 씩 보도를 한 셈이다. ‘선거 불감증’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다른 신문도 조선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7일간,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5일 동안 1면에 선거기사가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1면에 실린 선거보도의 크기, 경향신문이 31.3%로 가장 커

한편 1면에 실린 선거보도의 크기를 살펴보면 신문별 선거보도 비중이 달랐음을 알 수 있 다. (<표 2> 참고)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는 하루 평균 1.1건으로 보도량은 같았지만, 기사 비중에서 볼 때 많은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31.3%로 1면기사 전체지면의 1/3 가까이를 선거기사가 차지하고 있던 셈이고, 뒤이어 한겨레는 25.3%의 비중을 차지했다. 조선은 기사 크기도 12.8%로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1면에 실린 선거보도 기사유형, 동아 91%, 중앙 70%, 조선 69%가 스트레이트

한편 1면에 실린 선거보도의 기사유형을 분석해보니, 대부분이 스트레이트 보도였다. 경향신문은 46%가 스트레이트였고, 29%가 심층분석 보도였다. 반면 동아일보는 91%가 스트레이트 기사였으며, 심층보도는 9%에 그쳤다. 조선과 중앙도 간단한 스트레이트 기사가 더 많았다. (<표 3>참고)


1면에 실린 선거보도 위치는 거의 모든 신문이 상단에 배치한 비율이 높아 다행

신문들이 선거보도의 위치도 살펴보았다. 6개 신문 모두 선거관련 보도가 지면 상단에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신문 하단에 배치된 기사수도 전체기사의 1/3에 달해 선거를 이슈화 시키는데 소홀히 했음을 알 수 있다. (<표 4> 참고)


2. 1면에 실린 선거보도의 소재 분석
 

언론들의 책임방기는 1면에 실린 선거보도의 소재를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신문들이 1면에서 ‘낙천여부’의 정당 동정보도를 전달하거나, 공천 결과에 따른 정당 ‘내부 갈등’을 부각해 보도한 기사는 전체 125건 중에 100건에 달한다.
정책이나 쟁점 등 선거에 대한 정보는 뒷전으로 하고 ‘탈락’, ‘반발’, ‘갈등’, ‘권력다툼’ 등의 용어가 가득한 신문 1면 지면은 선거에 대한 정보제공은 하지 못한 채, 유권자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1면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정책보도가 한겨레·경향이 각각 1건과 2건 총 3건 밖에 되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표 5>참고)


분석보도도 선거지형에 대한 판세보다는 한나라당·민주당 공천에 대한 판세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이 실종되었다는 지적이나, 투표율 저하에 대한 우려에 각 신문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3. 정당별 보도 건수

 

1면에 실린 선거보도도 거대정당 중심, 군소정당은 1면에 실리기 하늘에 별따기


6개 신문을 종합한 결과, 전체 125건 중 통합민주당을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는 31건, 한나라당을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는 56건이었다. 중복으로 언급된 개수까지 포함하면 하면, 민주당은 52건, 한나라당은 81건으로 특히 한나라당은 전체 기사수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진보정당에 대한 기사는 민주노동당이 2번 거론되었을 뿐 거의 없다시피 했다. 1면만 보면 선거에 마치 두 개 정당만 참여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표 6>참고)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모두 단신기사나 주요정당 기사에 끼어서 얼굴을 드러낸 정도이다. 진보 및 군소정당들은 1면뿐 아니라 지면에 얼굴 한번 내비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이는 유권자들의 정당지지 및 후보선택을 제한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을 포함한 군소정당들이 이번선거와 우리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결코 낮지 않다. 유권자들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 하기위한 정보를 제시할 수 있도록 정당별 보도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
 

4. 용어사용 및 선정적 보도, 신문편집의 문제

 

한편 신문 1면에 실린 선거보도가 용어사용과 표현의 문제가 있었는지 검토해보았다. 그 결과 선거마다 고질병으로 지적되어왔던 지역주의와 정치 혐오감을 조장하는 갈등 위주의 선정적 용어들이 여전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표 7>참고)

 

‘격전지’부터 ‘쓰나미’까지, ‘영남대학살’과 지역감정+전쟁용어 섞인 신조어까지 등장


특히 전쟁 용어 등의 선정적인 남발은 유권자의 선거 참여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매 선거 시기마다 지적되었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언론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조선일보 3월 10일 <한나라 영남 첨예한 대립 민주당은 호남이 화약고>라는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제목을 달고, ‘화약고’, ‘전투전반’, ‘쓰나미’ 등의 전쟁용어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쿠데타, 진검승부, 고지, 살생부, 학살, 격전지, 파워게임’ 등의 전쟁용어를 선거지형에 빗대어 유난히 많이 실었다. 동아일보도 3월 13일자 <한나라-민주 공천갈등 폭발직전>기사에서 ‘일전불사’, ‘전운 감돌고’ 등의 전쟁용어를 사용했다.
선거를 전쟁에 빗대어 표현하는 문제는 한겨레 · 경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겨레는 ‘수도권 대오의 최선두에서 싸우고자 한다’, ‘남부벨트’, ‘최대격전지’, ‘살생부’ 등의 전쟁용어를 사용했고, 경향신문도 ‘살생부, 정치적 생존, 대학살, 영남물갈이’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서울신문은 ‘공천화약고, 대항카드, 영남 대학살, 텃밭’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해 전쟁용어와 지역주의 표현을 혼합한 신종용어까지 등장시키기도 했다.

 

중앙·동아, 한나라당의 불법 선거운동 축소 의혹


25일 한나라당 김택기 전 의원이 선거 운동원에게 돈다발을 전달하는 현장이 적발됐다. 26일 신문들은 일제히 이를 보도했지만, 신문사의 편집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번 사건을 축소·왜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 날 중앙일보는 ‘포스코 40년 박태준 명예회장 인터뷰’를 1면 머리기사로 커다랗게 실었고, 그 옆에는 ‘목 타는 키프로스’라는 부제와 함께 극심한 가뭄으로 갈라터진 대지의 사진을 실었다. 박태준 회장의 커다란 인터뷰와 키프로스 사막 사진이 자극적이다 보니 아래 사진도 없이 단신으로 실려 있는 <비디오에 걸린 ‘돈뭉치 4100만원’>기사는 별 대수롭지 않은 사건처럼 다루어 졌다.
동아일보도 <한나라 김택기후보 ‘돈선거’ 공천 박탈/민주당은 비례대표 후순위 6명 사퇴 파문>에서 김 전 의원의 적발보다 이를 수습한 한나라당의 대처에 더 큰 비중을 실었다. 또한 함께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사퇴내용을 함께 실어 같은 비중을 차지하게 했다. 기사 첫 머리부터 “18대 총선 후보등록 첫날인 25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서는 후보들의 불미스러운 행태가 이어졌다.”라고 운을 뗐다. 김택기 한나라당 후보의 금품살포 사건과 민주당의 공천문제를 어처구니없게 하나의 기사로 묶은 것이다. 또한 바로 아래에는 은평구에 출마한 한 후보자가 경로당에 찾아가 큰절을 올리는 사진을 실었다.
이는 돈다발과 건네 줄 명단이 찍힌 사진과 함께 금권선거의 경종을 울린 한겨레에 비해 대조적이다. 한겨레는 사진기사와 함께 <4·9총선 출발부터 ‘돈다발’ 얼룩>, 경향도 <정선 ‘돈 선거’ 파문>으로 1면 상단에 다뤘다.

 

신문, 남은 날이라도 유권자를 위해 충실한 정보제공하길


대중의 무관심으로 유래 없는 저조한 투표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신문은 선거보도에 소홀했다. 특히 ‘안양 네 모녀살해 사건’이나 ‘우예슬, 이혜진 어린이 실종 사건’ 등 끔찍하고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보도된 날은 선거관련 기사가 어김없이 뒷면으로 밀려났다. 물론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범죄사건이기는 했으나 선거 시기에 지나치게 선거보도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선거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이 선거를 ‘국민 참여의 축제’가 아닌 ‘정치인들만의 싸움’으로 전락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나마 보도한 내용에서도 신문은 대부분 정치인과 정당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동정을 쫒는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2008년 총선은 예년에 비해 일정이 늦어져 유난히 짧은 선거기간이었고 정당과 정치인 모두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펼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럴 때, 신문이라도 유권자 에게 정말 필요한 선거보도를 구상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1면에서 정책대결, 선거참여 독려 기사를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끝>



2008년 4월 4일



2008 총선미디어연대


Posted by 온자매 아빠
신문 모니터2010. 7. 1. 11:37

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모니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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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모니터 기간 10월 1일~10월 6일


정상회담 성과는 뒷전인 채 '해프닝'에 집착한 수구신문



2007년 10월 2일 오전 9시 5분, 전 세계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2시간 여만인 11시 40분 경,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를 하며 얼굴을 맞대었다.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남북의 정상들이 두 번째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회담은 시기상으로 대통령 선거를 2달여 앞둔 점과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회담 사실이 발표됐을 때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10월 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10·4 선언)을 통해 기대 이상으로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어냈다. 10·4 선언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지배적으로 받고 있다.
한편, 이번 회담이 중요했던 만큼 국내외 언론에서도 높은 취재 열기를 보이면서 많은 양의 기사를 쏟아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10월 1일부터 6일까지 6일 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의 정상회담 보도를 모니터해 보았다.

 

1. 2007 남북 정상회담 의미 · 성과 분석 및 평가

 

①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평가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던 날부터 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에 대해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남북 경제협력이나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기대하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보수 언론에서는 일관되게 북한 핵 폐기 약속이 선행되어야 함을 주문했다.
정상회담을 앞둔 10월 1, 2일에도 보수 언론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선·중앙·동아는 ‘북핵 폐기가 선행되지 않은 평화는 한낮 구호에 불과할 것’이라며 핵문제 선 해결을 강조했다. 반면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져야 할 주요 의제에 대한 정리 및 분석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정부 역할을 제한하기도 했다. 게다가 동아일보는 10월 1일 신문에서 친북 게시물이 최근 2달 동안 급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1면 오른쪽과 4면 전면, 사설에까지 실으면서 북한에 대한 경계의식을 조장하는 편집의 악의성을 보여주었다. 다분히 정상회담의 의미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1차 정상회담에 비해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줄어든 감이 없진 않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회담에서 이전보다 한 단계 진전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필요한 의제를 제안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한 채, 북한에 대한 경계의식만 조장하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정상회담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남북 화해의 장을 마련하러 가는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시각을 표출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와 대조되는 보도 태도를 보여주었다. 한겨레신문은 10월 1일 <“평화 체제 뼈대에 경제 특구 살 붙여라”>에서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한반도 평화, 민족 공동번영, 통일 논의의 3가지 틀에서 합의 수준을 가늠해 보았다. 또한, 10월 2일 3면 기사 <정전체제 종식 주력…남북 주도 ‘평화선언’ 가시권>에서 의제별 핵심 현안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경향신문은 10월 1일 1면과 3면의 기사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해 평화벨트(가칭)’가 논의될 것을 예상하며 낙관적인 기대를 표시했다. 10월 2일 <세부 의제 사전조율 안돼 ‘성과’는 미지수>에서는 청와대가 제시한 3대 예상 의제를 분석함으로써 어떤 대화가 오고갈 것인지 예측했다. 두 신문은 국민에게 회담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②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에 대한 평가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통과한 것은 단순한 이벤트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은 종전 이후 남북 분단과 냉전의 상징으로 존재해 왔다. 다른 사람이 아닌 분단국가의 정상이 비무장한 상태로 분단 경계선을 넘어갔다고 하는 것은 앞으로 한반도 평화 체제가 실현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행사인 것이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사진과 함께 짤막한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하면서 단순 사실 전달에 그쳤다. 오히려 동아는 10월 2일 <김위원장 ‘마중 장소’가 예우수준 척도>에서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를 비롯한 방북 행보 하나하나가 북한 체제 선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서 10월 3일 ‘동아광장’ <민족은 주의(主義)를 초월하는가>에서 ‘1948년 백범 김구 선생이 남북 분단을 막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실패한 과거가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는 장면과 겹쳐져 보인다’며 정상회담의 실패를 예상하기도 했다. 회담의 성공을 위해 격려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시작도하기 전에 ‘정상회담에 재 뿌리는’ 보도를 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한겨레신문은 10월 2일 <1948년 백범이 걸은 길… 2007년 오늘 09:00 다시>에서 군사분계선 통과는 과거 김구 선생이 지나갔던 길로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10월 3일 사설 <평화는 신뢰에서 온다>에서 한반도 평화의 모습을 지구촌에 보여주는 계기를 통해 ‘평화’는 이번 회담의 주요 열쇠로서 결정적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경향신문 역시 10월 3일자 기사 <‘금단의 선’ 넘는데 54년 걸렸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걸음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최후의 냉전지대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교류 확대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했다.

 

③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평가
10월 4일 양국 정상이 발표한 남북정상선언은 남북관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한반도 평화 체제 논의에 대한 양국의 자주적, 협력적 의지를 읽을 수 있으며, 군사 안보와 경제 협력 문제의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대다수의 언론들도 남북정상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보수 언론들이 남북정상선언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기만 했다. 무조건 칭찬 일색의 평가보다는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보수 언론이 정상회담에 대해 보인 태도는 비판적이라기보다 부정하려는 것이었다. 조선·중앙·동아는 한 목소리로 북핵문제 논의가 미비한 점과 합의사항에 납북자·국군포로 문제가 담겨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이하 특별지대)는 사실상 NLL을 양보한 것이라며 깎아내리는 한편, 경제협력은 비용 문제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일면 타당성이 있고, 이는 여타 언론들도 한계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착실히 진행되어 가고 있고, 특별지대는 경제협력을 통해 안보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남북정상선언의 의미는 무시한 채, 부정적 평가로만 일관한다는 것은 올바른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그 예로 조선일보는 10월 5일 <10·4 선언 내용은 91년 기본합의서와 비슷>에서 이번 회담의 결과가 “남북기본합의서를 상당 부분 재인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의미를 낮게 평가했다. 동아일보 역시 10월 5일 <6·15도 미완인데… 버거워진 ‘합의 보따리’>에서 제1차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실천이 미비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회담의 합의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합의사항의 각 항목별 분석에서도 의미를 조명하기보다 한계점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10·4 선언 발표 직후 조선·중앙·동아가 의미를 축소하려고 주력한 것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 사항이었다. 이들은 ‘합의 사항이 지나치게 많은데 대부분 사업 비용을 남한이 대야 하는 재정 부담’이라고 초점을 맞추면서 ‘국민들에게 큰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10월 6일 <방북 경제인들 “北, 경협준비 미흡” 정부-공기업선 후속조치 쏟아내>에서 정부와 민간 사이에 상당한 시각차가 있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중앙일보는 비교적 경제협력에 대해 일부 긍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투자 측면에서 낙관적 기대를 하는 동시에 경협 비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비해 한겨레는 특별지대 설정을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동안 반복되어 왔던 군사문제 악화와 경제협력 미진의 악순환을 평화 정착과 경제협력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또 10월 5일 사설 <평화와 번영은 멀리 있지 않다>에서 “한반도와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 문제를 추진하는 데 남북이 협력해 나가기로 한 것은 남북이 평화체제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남북한 합의를 높게 평가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성실한 실천”이라며 현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이행의 토대를 쌓아줄 것을 당부했다.
경향신문도 이번 회담을 통해 군사적 문제를 경제적 공동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한반도 문제 해법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했다.
남과 북이 이번 합의대로 착실히 경제 협력을 추진하고, ‘유무상통’의 원칙에 따라 있는 것은 주고 없는 것은 받으면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나가는 것은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며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보수언론이 자주 거론하는 ‘통일비용’의 문제 역시 경제협력을 통해 상당 부분 부담을 덜 수도 있다.
하지만 보수 언론들은 10·4 선언 이행의 출발점부터 ‘이게 되겠느냐’는 식으로 폄훼하고 있다. 특히 평화정착과 남북공동번영의 토대가 될 경제협력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비용문제로 제동을 걸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보수 언론들에게는 한반도의 장기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2. 김정일 위원장을 둘러싼 추측성 보도

2박 3일의 정상회담 기간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과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을 2000년과 대조하여 건강상태를 분석하는가 하면, 김정일 위원장의 한 마디를 여러 가지 의도로 해석하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그 가운데서 특히 조선·중앙·동아는 온갖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며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노무현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평양 ‘4·25 문화회관’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은 7년 전과 다르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 또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여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 10월 3일 <김 위원장 달라진 걸음걸이… 당뇨때문인듯>에서는 김 위원장이 걸을 때 “오른쪽 무릎을 왼쪽 무릎보다 높이 들면서” 걸은 것이나, “어깨의 움직임은 고정되고 팔 동작은 힘이 없어” 보이는 것이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자세라고 분석했다. 그 외에 복부 비만과 머리카락, 피부 노화까지 김 위원장의 ‘종합 건강 진단’을 해 주었다.
중앙일보 역시 10월 3일 <화면으로 본 김 위원장 건강…>에서 전문가의 말을 빌어 “복부 비만 상태가 지속돼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이 유발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0월 5일 <김 위원장 목소리 작아지고 활기 떨어져>에서 목소리를 분석해 김 위원장의 당뇨나 심장병을 예측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고, 전문가의 의견을 통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할만한 분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행사에서 김 위원장의 ‘병명 맞추기’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언론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 게다가 중앙일보 10월 4일 <노 대통령 주최만찬에 안 나온 김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만찬에 안 나온 이유가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는 해석도 있다”며 건강이상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국 정상이 남북문제의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건강에 대한 추측성 기사를 연이어 보도한 것 또한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보수언론들의 속마음이 반영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② 김정일 국방위원장 표정 변화 관련
김정일 위원장은 어두웠던 표정의 첫째 날과는 대조적으로 둘째 날에 한층 밝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서도 보수 언론들은 온갖 추측을 내놨다. 특히 동아일보는 10월 4일 <기선제압 전략? 북 내부단속용? 남 여론 의식?>에서 김 위원장 표정 변화의 원인을 “노 대통령과 첫 만남서 근엄한 연출했을 가능성, 내부통제력 약화에 따른 ‘회담 좌지우지’ 과시 제스처, 남측의 보도 의식에 따른 행동, 실제 건강에 문제 있거나 피로 누적된 탓” 등 4가지로 분석했다. 이밖에 보수 언론들의 반응 또한 대체로 부정적이었고, 김 위원장이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억측을 전제로 했다. 하지만 남북정상선언 합의로 그 억측들이 무색해졌다.

 

③ 일정 연기 해프닝
10월 3일 오전 회담이 끝나고 김정일 위원장은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루 더 묵어갈 것을 제안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대답을 유보했다. 그리고 오후가 되자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제안을 자진 철회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 돌발 제안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난무했다. 조선일보는 10월 4일 <“하루 더 하시죠… 대통령이 결정 못합니까”>에서 “평양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이날 저녁에 있을 북한의 체제선전용 집단체조인 아리랑 관람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자 일정연기를 제안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경향신문 역시 10월 4일 <체류연장 해프닝 ‘아리랑’ 때문이었나>에서 연장 제안의 이유를 아리랑 공연과 연관시켰다. 중앙일보는 10월 4일 [김달술의 관전평] <“일정 모호성은 김정일의 기선 제압용”>에서 김달술의 말을 빌어 “본격적인 의제 논의를 하는 오후 회담 초반에 그런 이야기를 꺼내 상대를 위축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 나아가 같은 날 사설 <남북 이질성 보여준 일정 변경 소동>에서는 “이번 사태는 남북의 상호 이해 증진과 공조를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폄훼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역시 10월 4일 <김위원장 ‘게임의 룰 바꿔 주도권 잡기’ 노린 듯>에서 “미리 정해진 ‘게임의 룰’을 사전 예고 없이 바꿈으로써 노 대통령이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회담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였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회담이 “‘평화선언’ 형태의 추상적인 선언 수준의 결과물을 내고 막을 내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는 10월 4일 <‘체류연장’ 즉답 없자 거절로 판단? 의견차 심각?>에서 김 위원장의 제안과 철회의 이유가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거나 민감한 현안에서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속내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근거없는 악의적인 추측들이 양산되는 것은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일정 연장을 제의한 것에 대한 이유를 분석할 때 회담에서의 의견 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의 생각일 것이다. 그럼에도 각종 의혹을 제기한 신문들의 입장은 ‘김정일 죽이기’ 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보수 언론들이 일정 변경은 외교 관례상 상당한 결례라고 입을 모으며, 북한이 제 멋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일정 연기 제안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보수 언론들은 그들의 지나친 추측 보도가 자칫 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3. 본질에서 벗어난 ‘흠집내기 보도’

한편, 정상회담 기간 동안 중요하지 않은 사안을 부각시키면서 본질을 흐리게 하는 보도가 있었다. 이같은 보도는 대부분 정상회담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흠집내려는 악의적인 의도를 내포하고 있었다.

 

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 장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4·25 문화회관으로 영접을 나와 노무현 대통령과 마주 했다. 7년 만에 두 나라의 정상이 악수하는 감격스러운 장면이었지만 보수 언론이 주목한 것은 김 위원장의 굳은 표정과 어정쩡한 자세였다. 조선·중앙·동아는 김 위원장의 영접 장면을 2000년과 비교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태도가 시큰둥하다는 식으로 묘사했다. 또 숙소까지 동행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김 위원장이 2000년에 비해 회담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추측했다.
환영 나온 시민들의 모습 또한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동아일보는 10월 3일 <환영인파 12만명… “노무현” 연호 안 나와>에서 시민들의 숫자가 2000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고, “환영, 환영 김대중”을 외치던 지난번과는 달리 “환영, 환영 노무현”이라는 구호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시민들의 분위기를 묘사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정상회담은 양 정상 간의 형식적인 합의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10월 2일 사설 <군사분계선 넘어 평양 도착한 노대통령>에서 “김 위원장의 바뀐 영접 모습이 역설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아니겠냐는 기대를 해 본다”고 했다.
언론들은 이처럼 대조적인 보도태도를 보였지만 3일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탄생한 10·4 선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는 그야말로 ‘추측’과 ‘소설’에 불과했다.

 

② 노무현 대통령의 건강 기원 건배사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 첫날 가진 만찬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며 즉석 건배사를 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10월 3일 <“김정일 위원장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에서 “노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목에서 만찬장은 일순 고요해졌고, 북측 관계자들 가운데는 ‘남축 언론에서 문제 삼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동아도 그 장면을 중앙과 비슷하게 묘사하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시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반면, 한겨레는 10월 3일 <노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 오래 사셔야 평화” 김영남 “7년전 6·15선언은 세계사적 사변”>에서 노 대통령의 건배사는 “평화와 경협을 함께 논의할 상대로서 북쪽의 현 지도부에 대한 인정과 존중, 배려의 마음을 전달한 것”으로 평가했다. 10월 4일 <노대통령 거침없는 언행 왜?>에서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노 대통령의 즉석 건배사를 회담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전술적 발언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의 만찬 자리에서 상대국 정상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은 예우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다만 보수 언론이 탐탁지 않게 보는 것은 남북한이 현재 분단 하에 서로 대치하고 있는 적대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평화와 통일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회담이 잘 이루어질 것이 만무하다. 만찬장에서 오가는 대화를 문제시 삼는 보수 언론의 행태는 정상회담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③ 방명록의 ‘인민’ 단어 사용
노무현 대통령은 만수대 의사당에 올라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이라고 쓰는 한편, 서해갑문을 방문해서는 “인민은 위대하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이 ‘인민’이라는 단어를 두 번 사용한 것에 대해 중앙일보는 10월 4일 칼럼 ‘분수대’ <인민>에서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간혹 잊는 듯한 노 대통령의 행보가 염려”스럽다며 이는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10월 4일 <노대통령 거침없는 언행 왜?>에서 노 대통령의 방명록을 “정상회담을 하는 마당에 북한 체제와 최고 지도자를 인정하는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의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자주 쓰이지 않기 때문에 생소할 수 있고 북 체제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국을 방문한 정상이 상대국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외교의 기술이다. 따지고 보면 북측의 ‘인민’은 남측의 ‘국민’에 해당하는 말이니 적절하게 사용했다고 할 수 있다.

 

④ 아리랑 공연 관람
노무현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 또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정상회담 개최 전부터 조선·중앙·동아는 노무현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을 두고 ‘아리랑은 북한 아동 학대의 결정판’이라며 맹렬하게 비난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공연 중 노 대통령이 두 차례 기립박수를 보낸 것을 향해 화살의 방향을 돌렸다.
조선일보 10월 4일 <노대통령 기립박수 순간 ‘김일성 찬양’ 카드섹션>은 노 대통령이 기립해 박수를 치는 순간 “아버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구호가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두 번째 기립박수 때에는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카드섹션에서는 ‘21세기 태양은 누리를 밝힌다. 아, 김일성 장군’이라는 구호가 나타났다. 이어 노 대통령이 박수를 치는 도중 ‘무궁번영하라 김일성 조선이여’라는 구호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마치 노 대통령이 김일성 전 주석을 찬양한 것처럼 상황을 왜곡시켜 묘사한 것이다. 한편, 중앙일보는 10월 5일 사설 <정상회담 원칙부터 바로 세워라>에서 “이러한 부적절한 처신과 경우 없는 돌출 행동이 계속되는 데도 회담 정례화를 지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리랑 공연이 ‘북의 체제 찬양’ 등으로 논란이 많았다는 것을 노 대통령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체제를 인정함으로써 회담의 성과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관람을 결정한 것이다. 공연 도중 기립박수를 친 것도 공연에 초청받은 것에 대한 예의 차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고, 기립박수를 쳤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데 이용당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니터를 마치며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언론은 노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에 대해 주목하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이상의 모니터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도 수많은 해석이 엇갈렸다. 아쉬운 점은 전반적으로, 정상회담 논의 내용보다 부수적인 행사에서의 해프닝에 대해 보도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중앙·동아는 북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악의적인 추측 및 해석 보도의 선봉 역할을 자처했다. 정상회담 전에는 ‘선 핵폐기’를 거론하며 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한편, 정상회담 기간 동안 양국 정상의 표정과 행동,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시비를 걸면서 정작 중요한 논의 내용은 묻히게 만들었다.
반면 한겨레·경향은 이번 회담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기대를 드러냈고, 정상회담 기간 동안에는 회담의 성공적 성사와 회담의 의미를 손상시키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제2차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약속한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여전히 10·4 선언을 흠집내기 위해 온갖 시빗거리를 제기하며 온 사회를 들쑤시고 있다. 남북 화해와 공동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시점에서 아직도 냉전적 이데올로기를 버리지 못하는 보수 언론들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대세다. 보수언론들이 계속해서 시대 흐름을 외면하고 대결적 사고방식으로 과거에 안주하려 한다면 결코 ‘수구’라는 딱지를 떼지 못할 것이다. <끝><정리 : 이혁진>



2007년 10월 2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Posted by 온자매 아빠
신문 모니터2010. 6. 30. 11:11

여론조사가 만능인가


-정책조사는 뒷전, 선정적 지지율 조사만 난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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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
모니터 기간
2008년 3월 3일 - 4월 2일


총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각 지역구마다 후보의 지지율을 조사하는 여론조사가 신문 지면의 상당수를 채우고 있다. 여론조사는 선거 때마다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으며, 선거기간 동안 실시하는 신문사 자체 여론조사 횟수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각 정당들도 정당별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를 후보자 공천 기준으로 사용하는데 이르렀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증대되었다고 해서, 여론조사의 신뢰도와 공정성까지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그 때문에 선거에서 여론조사의 과정과 결과를 사회 구성원들이 신뢰해도 될 것인지, 특히 여론조사를 주도하고 그 결과를 보도하고 있는 신문들이 공정하게 여론조사를 다루고 있는지는 철저하게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2008 총선미디어연대는 본격적인 모니터 활동을 시작한 3월 3일부터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일(3일) 전날인 4월 2일까지 한 달 동안의 모니터 대상 6개 신문의 여론조사 보도를 살펴보았다.

 

1. 여론조사 보도 요건에 대한 분석

 

중앙일보, 기본적인 보도 요건 상당 부분 누락


한 달 동안의 모니터 기간 동안, 6개 일간지는 도합 40차례의 자체적인 여론조사를 결과를 내보냈다. 중앙일보가 14회 이어 조선일보·한겨레가 각각 9건을 실시해 세 일간지가 실시한 여론조사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3월 18일부터 3월 28일까지 24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특정지역의 여론조사 결과를 1면에 보도하며 총선보도에 있어 여론조사의 비중을 매우 높게 두었다.
하지만 일부 신문은 여론조사의 기본적인 보도 요건인 조사방법, 표본오차, 응답률 등 상당부분을 누락한 채로 보도했다. 특히 여론조사 횟수는 가장 많았던 중앙일보가 정작 여론조사 기본정보를 게재하지 않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표1> 참고)


중앙일보는 기본정보 게재요건을 상당수 누락했다. 특히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일보는 △조사기관 △조사방법 △표본오차 등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거의 명시하지 않았고, 여론조사 보도를 거의 매일 1면에 기사 없이 그래픽으로만 다루었다. 조사기관과 방법, 표본오차에 대한 언급은 반드시 명시해야만 했다. 여론조사의 과정 소개 없이 결과만을 그래픽으로 처리하고 끝내는 이런 보도는 ‘주먹구구식 경마보도’의 전형이다. 여론조사의 기본요건을 거의 무시한 보도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겨레는 3월 3일에 게재된 자체여론조사,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여론조사 보도에서 응답률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할 수 있으며, 경향신문 역시 단 한 차례의 자체여론조사에서 조사방법과 응답률을 언급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었다. 다른 조선·동아·서울 세 신문은 여론조사의 기본 보도 요건을 비교적 충실히 지면에 게재했다.
 

대부분 언론사, 홈페이지에 여론조사 설문구성, 설문내용, 결과 분석표 등 게재하지 않아


언론사는 여론조사의 설문구성과 구체적인 설문 내용, 결과분석표 등을 홈페이지에 게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일부 신문들은 홈페이지에 여론조사 관련 내용을 게재하지 않았다. (<표2> 참고)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은 여론조사의 설문내용을 거의 홈페이지에 게재해놓지 않았다. 설문조사 내용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을 경우, 설문 순서와 질문당시의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어 여론조사 내용이 적절히 구성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선호형’질문(어느 후보(정당)를 더 좋아하십니까)과 ‘지지형’질문(어느 후보(정당)을 더 지지하십니까) 중 어떤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조사 당시 질문지와 설문순서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와 조사결과 분석표를 게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자의적으로 설문 결과 중 일부를 ‘취사선택’하거나 부적절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언론사가 이 내용을 게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언론사는 독자들이 여론조사를 스스로 검증할 수 있도록 반드시 설문내용과 설문결과를 공개하길 거듭 촉구한다.
 

지나치게 넓은 표본오차 범위, 여론조사의 신뢰문제


총선의 경우 오차범위가 ‘95% 신뢰수준 ±4.0%’ 정도로, 대선에 비해 표본오차 범위가 크다. 오차범위가 ±4.0%일 경우 8.0%에 가까운 수치의 격차에도 후보자들 간의 우위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각 언론사들이 공개한 여론조사 오차범위를 분석해본 결과, 오차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다. 문제는 아무리 ‘박빙’이라는 말을 기사에 붙인다고 하더라도, 유권자들은 오차범위보다 그래픽으로 명시된 결과수치에만 관심을 갖는다는데 있다. (<표3> 참고)



조사결과 6개 일간지의 평균 오차범위 평균은 ±3.9%였고, 가장 많은 오차범위의 구간은 ‘±4.1%~±4.5%’으로 전체 비율에서 67.%를 차지했다.
비교적 여론조사 횟수가 적었던 경향과 서울을 제외하고는, 4개 신문 모두 오차범위가 ±4.0%를 초과했다. 한겨레의 경우, 1회를 제외하고는 8차례에서 ±4.4%의 오차범위를 보여 가장 큰 오차범위를 보였고, 중앙일보의 경우, 최대 ±4.8%의 표본오차범위를 보이는 경우(3월 10일 지면게재, 영호남 7곳 유권자 조사)도 있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각각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든 조사의 오차범위가 ±4.1%를 넘어 오차범위가 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오차범위가 넓은 경우, 보도에 있어서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인용을 통한 판세분석 보도


총선 당일에 가까워지며, 대부분의 신문들은 기존의 여론조사를 종합한 판세분석 보도를 지면화했다. 언론사들의 판세분석보도는 자사의 여론조사를 중심으로 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타사의 여론조사 결과까지 종합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판세를 예측한 기사들이었다.
조선일보는 3월 28일 1, 3면(<총선 D-12일 권역별 판세분석>), 동아일보는 4월 1일 8면(<[총선 D-8] 여론조사기관 “한나라 120, 민주 50곳 안팎 우세…”>), 중앙일보는 3월 27일 4면(<수도권 ‘경제냐 견제냐’ 한나라 리드 속 민주당 추격>), 4월 2일 4면(<수도권 ‘확실 우세’ 민주당 14 한나라 58곳>) 등의 기사에서 1~2개 지면 전체를 통해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각 언론사가 예측한 판세를 자세히 보도했다. 또한 경향신문은 3월 28일 12면 (<비례 포함 한나라 “160석”, 민주 “100석”>)에서, 한겨레는 4월 1일 1, 6면 (<“한나라 158~170석, 민주 75~90석”>), 서울신문은 4월 2일 1면 (<한나라 167 민주 90?gt;)의 기사를 통해 판세를 다뤘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문들이 판세분석의 근거가 된 여론조사 자료의 출처조차 정확히 표기하지 않았다. 조사대상, 조사방법, 오차범위 등에 대한 설명 역시 거의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언론사의 자의적인 해석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조선일보의 3월 28일 1면 기사 <여론조사 기관 “62~66곳 초접전”>를 보면, 판세분석의 출처가 “조선일보가 여론조사 기관들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라고만 간단히 명시되어 있다. 동아일보의 4월 1일 8면 기사 <[총선 D-8] 여론조사기관 “한나라 120, 민주 50곳 안팎 우세…?gt;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확한 출처 게재 없이 기사 중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여론조사기관과 함께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수치와 각 당의 자체 분석 등을 종합한 결과”라고만 표현되어 있다.
중앙일보 역시 다르지 않다. 3월 27일 판세분석 기사에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와 같은 판세분석이 도출되어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며, 4월 2일 4면 기사 <수도권 ‘확실 우세’ 민주당 14 한나라 58곳>에는 “지난 달 29~31일 실시된 중앙일보-YTN 공동 여론조사(62곳)를 토대로 했다. 여기에 미디어리서치-코리아리서치,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각 정당의 판세 분석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했다”고만 설명이 되어있다. 참고 기관은 명시되어있지만, 자료와 이용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역시 없었다.
경향신문의 3월 28일 12면 기사 <비례 포함 한나라 “160석”, 민주 “100석”>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견되었다. 출처에 대한 설명은 “각 당의 판세분석을 종합한 결과”라는 표현이 전부였다. 조사대상 등 기본요건에 대한 기재 역시 전혀 없었다.
반면, 한겨레와 서울신문은 판세 분석에 관련된 정보 출처를 명확하게 표기했다. 한겨레는 4월 1일 1면 기사 <“한나라 158~170석, 민주 75~90석”>에서 “이번 조사는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이 코리아리서치와 미디어리서치에 맡겨, 전국 116개 선거구별로 19살 이상 성인남녀 500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라고 관련 정보 출처를 분명하게 언급했다. 서울신문의 4월 2일 보도의 경우, 자사의 여론조사를 토대로 했으며, 여론 조사 기본 요건이 충실히 언급되어 있었다.
언론사들이 정확한 근거 없이 판세분석을 하는 것은 신뢰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인 것은 언론사마다 서로 다른 판세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언론사들이 ‘선거 결과 알아맞히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판세 분석의 결과가 총선에 참여하는 유권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님에도 총선에 대한 관심을 총선 결과에 한정하는 효과가 있고, 더 나아가서는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유권자의 투표 심리를 유도할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여론조사 기사 내용에 대한 분석

 

여론조사의 형식적인 면으로 볼 수 있는 기본 요건에 비해 기사의 내용적인 면에서는 지적할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표본오차 내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 섣불리 특정 후보의 우세를 점치거나, 제목달기에서의 문제점을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한겨레 등, 오차범위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


하지만 서울신문의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의 약간 우위를 보이는 결과를 특정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것처럼 다룬 보도가 있었다. 3월 20일 4면 기사 <“李는 지역개발에 필요한 여권 실세” “文에 호감 느껴 … 대운하 저지할 것”>에서 타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중앙일보 여론조사팀, 이재오 32.5% 문국현 32.6%, 0.1P 문국현 우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와 같은 표현은 다른 날에서도 등장했다. 3월 29일 3면 기사 <“與후보 돼야 발전” “親朴의리 지킬 것”> 역시 타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부분에서 “SBS·조선일보 공동, 조양환 33.2% 유기준 33.4%, 유기준 0.2%P 우세”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오차범위 이내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우세’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어야 했다.
중앙일보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점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3월 17일 4면 기사에서 제목으로 <한나라, 수도권 격전지 18곳 중 7곳 열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실제로 뒤지고 있는 3곳은 오차범위 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지역이다. 오차범위를 감안한다면 실제로 통합민주당이 앞서고 있는 곳은 4곳에 불과하지만, 7곳으로 과장해석을 한 것이다. 이 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열세’라는 표현을 신중하게 사용했어야 했다.
한겨레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3월 27일 9면 <노회찬, 홍정욱에 근소한 차로 우위>라는 기사를 보면, 두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홍정욱 28.2% 노회찬 31.4%’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오차범위 안에 있는 결과임에도 제목에서 특정 후보에게 ‘우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조선과 동아의 ‘적극적 투표 의사층’언급 보도, 편파성 우려


한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과정에 있어 ‘적극적 투표 의사층(의향층)’이라는 수치를 반복해서 많은 부분에서 언급했다. 적극적 투표 의사층이란 여론조사 과정에서 조사대상자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꼭 참여하겠느냐’는 등의 질문을 통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대상자들의 여론조사 응답만을 따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적극적 투표 의사층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수치를 기사 내에 언급하지 않은 채, 특정 지역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만 사용해 여론조사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위의 두 신문은 통합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유리하거나, 박빙인 지역일 경우에만, 한나라당에 무게를 싣는 내용으로 적극적 투표 의사층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조선일보 3월 17일 5면 <[서울 17곳 총선 여론조사] 한나라 홍준표·원희룡·전여옥 … 민주 추미애·김근태 우세> 기사를 보면, “도봉을(乙)은 민주당 유인태 의원 34.4%, 한나라당 김선동 후보 31.1%였지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투표 의향층에선 유 의원 35.4%, 김 후보 37.2%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 양상이었다. (중략) 중랑을(乙)도 국회부의장 출신으로 6선을 노리는 민주당 김덕규 의원 31.5%, 한나라당 진성호 후보 27.7%였지만, 투표 의향층에서는 김 의원 28.9%, 진 후보 33.7%로 순위가 바뀌었다”는 언급을 통해 전체 결과보다 투표 의향층만의 결과가 한나라당이 유리하게 나온 경우에만 투표 의향층을 언급했다. 통합민주당 혹은 기타 야당에게 유리하게 투표 의향층이 언급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동아일보 또한 마찬가지였다. 3월 21일 5면 <총선 D-19/ 관심지역 15곳 여론조사> 기사 중 “통합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45.5%)이 한나라당 박명환 후보(29.0%)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그러나 적극적 투표 의사층에서는 추 전 의원이 41.5%, 박 후보가 34.6%로 두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줄었다”라고 언급했다. 다른 단락에서도 비슷한 형식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3선의 통합민주당 김근태 후보가 41.0%의 지지도를 보이며 첫 총선 출마자인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27.3%)를 13.7%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있다. (중략) 하지만 적극적 투표 의사층에서는 김 후보(38.5%)와 신 후보(33.1%)의 지지도 격차가 5%포인트 내외로 줄어들고, 정당선호도에서도 한나라당이 통합민주당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 아닌 통합민주당 혹은 기타 야당에게 ‘적극적 투표 의사층’이 유리하게 언급된 경우는 역시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동아일보 여론조사의 경우, 홈페이지에 게재된 질문지에서 ‘적극적 투표 의사층’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 없었음에도 위 내용과 같은 표현이 기사에서 그대로 등장했다. 적극적 지지를 뜻한다고 볼 수 없는 질문을 신문사가 자의적으로 적극적 지지로 해석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특정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의 하위표본을 해석할 때는 언론사가 더욱 신중해야 한다. 특히 하위표본의 경우에는 따로 표본오차가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그 신뢰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무난한 그래픽 처리, 일부 기사 내용의 아쉬움


각 언론사가 보도한 이번 18대 총선 여론조사의 경우, 표나 그래프를 사용하는데 있어 큰 문제점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부 신문의 경우, 여론조사 관련 기사 형식이나 내용이 특정 정당에게만 유리하게 편집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 문제점을 보였다.
여론조사 판세를 분석했던 조선일보의 3월 21일 6면 기사 <여론조사 기관들 “한나라 의석 175석(비례대표 포함)-α”>의 경우, 여론조사의 결과를 한나라당이라는 특정 정당에 중심을 두고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제목에서부터 드러냈다. 또한 3월 24일 5면 기사 <[관심지역 13곳 총선 여론조사] 한나라·민주당, 텃밭 영·호남에서도 안심 못해>에서는 기사의 형식을 “한나라 對 친박연대·무소속/ 한나라당 對 민주당 /한나라 對 민노당·진보신당”로 편집하며 여론조사 분석의 중심을 한나라당에 두는 구도를 취했다. 특정 정당에 대한 편파적인 기사 형식으로 지적할 수 있다.

 

대운하 등 정책적인 이슈에는 관심 적어


이번 여론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정책적인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가 매우 부족했다는 점이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 논란’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고, 기타 남북문제 및 민생현안에 대한 정보 또한 유권자들에게 제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 신문사들은 정책적인 이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데는 매우 인색했다. 정당 및 후보 지지도에 매몰되어 있는 언론사들의 여론조사는 선거가 올바른 여론 및 의제 형성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하고, 선거를 다루는 것이 ‘경마식 보도’로만 이뤄지게끔 하는 악영향을 끼친다.
정책적인 이슈를 반영하기보다는 정치적인 주요 사안만이 여론조사의 핵심이었던 신문들도 있었다. 조선일보, 한겨레, 경향 등의 여론조사가 그러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전형적인 경마식 보도의 행태로 여론조사 시행과 보도를 일관했다. 3월 29일에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31일에 기사화 된 <조선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 “안정” 36% … “견제” 49%, 총선民心 급변…> 정도가 그나마 사회 이슈가 여론조사 질문에 포함되어있던 여론조사였다. 이 여론조사의 질문지에는 “최근 각 정당의 후보 공천결과를 보시면서 지지 후보가 바뀌었습니까?”, “한나라당 후보 공천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가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한나라당 지원 유세에 소극적인 것에 대해 공감하십니까?” 등의 질문을 통해 주로 정치 이슈에 따른 여론조사 향방을 묻고자 했다. 유일하게 사회 현안으로는 “최근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개성공단에 상주하고 있는 한국 요원을 추방하고 서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 사건이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그나마 위 질문은 지면에는 반영되지 않았으며, 기타 사회, 경제 이슈는 전혀 여론조사 질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한겨레도 동일했다. 3월 27일 9면에 지면화 된 <“한나라당 공천 불공정” 60% / “이상득 출마 반대” 50% 이상> 기사가 그나마 사회 이슈가 질문지에 포함된 여론조사였는데, 질문 내용은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한나라당 공천이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귀하께선 박근혜 전대표의 이런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와 “최근 일부 한나라당 총선 후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총선 후보직을 내놓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귀하께선 이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의 정치적인 이슈에 지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포함된 사회 현안은 “최근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한 측 경협사무소 철수를 요구하였습니다. 또, 지난 28일 북한은 우리나라 서해상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번 북한의 움직임이 귀하께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지후보를 결정하시는데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십니까?”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위 질문 역시 지면에는 게재되지 않았다.
또한 동아일보는 정책적인 이슈를 여론조사에 반영하지 않았다. 5번의 자체여론조사 중 4월 1일 <2008 국민의식/선진국 진입위해 할 일, 경제발전 28.9% 정치개혁 22.2%>에 정책관련 요소를 실기는 했으나, 총선과 연계된 질문은 아니었다. ‘대운하 논란’에 관련된 질문도 보도했으나, 총선과 연계시키지는 않았다. 정책관련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에는 매우 소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자체 여론조사를 2월 29일(3월 4일 지면화)에 1번만 실시했던 경향신문의 경우도, “견제론 vs 안정론”, “여야 대표의 역할 수행” 정도의 질문을 간단히 했을 뿐, 선거에서 지지할 정당을 묻는데만 집중하는 타 언론사의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신문과 중앙일보의 경우,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사회적인 이슈를 여론조사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서울신문은 3월 25일 5면 기사 <‘한반도 대운하 건설’ 찬성17%, 반대 51%> 중 일부분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경제성장(65.1%), 공교육 안전(12.8%), 사회차별과 불평등해소(9.5%)”과 같은 응답을 지면화했다. 단, 세부현안에 대한 여론조사까지는 진행되지 못해 정책 관련 여론조사라 하기에는 심층성이 부족했다. 서울신문은 다른 신문이 여론조사를 통해 잘 다루지 않았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지지여부” 역시 질문을 통해 “반대한다(51.5%), 지지한다(17.0%), 둘 다 아니다(25.1%), 모름/무응답(6.4%)”의 응답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한반도 대운하가 총선에서 ‘계륵’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3월 22일 4면 기사 <“대통령 견제” + “새정부·한나라당에 실망” 78%>의 일부분에서 ‘한반도 대운하’, ‘영어공교육 확대’, ‘사교육비 등 민생 관련 정책’등의 이야기를 간단히 다뤘다. 단, 정책 관련 여론조사가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단순 평가에 그쳤다는 아쉬움은 남겼다.

 

결론 : 여론조사 보도는 그 무엇보다 정확해야 한다.

 

이와 같이 18대 총선에 대한 주요 신문사들의 여론조사 보도 행태는 지적받아 마땅하다. 조사방법과 표본오차, 응답률 등 여론조사의 기본요건마저 지면에 게재하지 않은 채, 결과만을 나열하는 여론조사 보도는 ‘경마식 보도’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더 나아가 결과 분석을 통해 언론사가 특정 정당에만 무게를 실어준다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여론조사의 기본 사항에 대해 정확히 유권자에게 알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18대 총선 여론조사는 특정 후보 중심의 여론조사와 일상적 지지율 중심의 여론조사에서만 치중했을 뿐 유권자를 통한 주요 정책을 발굴하려는 노력과 정책 및 공약에 대한 여론조사는 현저히 부족했다.
여론조사의 영향력과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신뢰도도 그에 발맞춰가야만 그 가치를 살릴 수 있다. 부정확하고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영향력만 높아져간다면 그만큼 심각한 문제도 없을 것이다. 언론사들이 여론조사 시행과 보도에 있어 정확도, 신뢰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여전히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의 결과에 휩쓸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방해하고, 선거의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끔 한다. 언론사들은 진정으로 여론조사에 대해 유권자들이 알기를 원하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만 한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에 속하는 영역이며, 언론사의 최대 의무이다. 이번 선거보도에서 드러난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 더욱 진일보한 여론조사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끝>



2008년 4월 7일

 



2008 총선미디어연대


Posted by 온자매 아빠
신문 모니터2010. 6. 30. 11:00

총선쟁점으로 떠오른 ‘대운하’, 언론은 여전히 ‘유구무언(有口無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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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
모니터 기간
2008년 3월 31일 - 4월 5일


1. 들어가면서

‘대운하’는 단순히 새 물길을 트는 일이 아니다. 산천 곳곳을 깎아 수억 년간 보존돼온 한반도의 지형을 바꾸는 작업이다. 대운하 건설의 본격 추진에 앞서 국민 여론 수렴이 선행돼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동아일보·KRC가 3월 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운하를 반대한다는 응답은 57.4%였던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32%에 그쳤다. 여기다가 최근 언론을 통해 정부가 밀실에서 대운하를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추진하고 있음이 밝혀져 대운하 건설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의지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은 국가적 이슈를 선거 의제로 설정하고, 심층보도를 통해 사안의 본질을 알리려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 언론은 국민들이 대운하 건설의 찬-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충실한 정보를 제공해야 마땅하다. 2008총선미디어연대는 총선정국에서 언론이 책무를 다하고 있는 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 1차에 이어 3월 31일부터 4월 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신문)를 대상으로 대운하 관련 기사를 분석해봤다.

 

1. 대운하 관련 기사의 기사량 분석

 

‘한겨레 32 vs 동아 4’


'32:4'. 대운하 관련 보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겨레와 가장 소극적이었던 동아일보의 보도량을 비교한 수치다.(<표 1>참고) 한겨레는 6일에 걸쳐 총 32건(일평균 5.3건)의 기사를 내보내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다. 경향신문이 31건(일평균 5.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동아일보는 같은 기간 동안 한겨레의 1/8 가량인 4건(일평균 0.7건)의 보도를 내는데 그쳤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각각 8건과 5건의 기사만을 내보내 ‘대운하’보도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으며, 8건을 보도한 서울신문 역시 보도량에 있어 보수신문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보도 태도는 야당들의 ‘반(反)대운하 연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대운하’건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등 ‘대운하’ 문제가 총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 받을 만하다.


2. 대운하 관련 기사의 비중 분석

모니터 기간 각 신문들이 내보낸 ‘대운하’ 관련 보도의 찬-반 입장전달 비중을 5가지 유형으로 나눠 살펴보았다. (<표 2> 참고)


동아, 대운하 보도 ‘어물쩍’
‘대운하’ 보도에 있어 가장 적은 보도량을 보였던 동아일보의 소극적 태도는 기사 비중 분석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4월 1일 <이 대통령 “대운하, 전문가 의견 모아 논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통령의 입장 전달에만 치중한 것을 비롯해 ‘대운하’ 관련 총 4건의 보도 중 2건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동아일보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의(<“대운하 반대" 57.4% "찬성” 32%> (4월 1일))를 거스르는 것으로, 여당에 불리한 ‘대운하’ 정책이 여론의 입길에 오르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중앙·조선·서울, 미온적 보도에 그쳐


중앙일보는 1면을 통해 2차례(3월 31일· 4월 1일) ‘대운하’ 보도를 내보냈지만, 반대 측 입장을 25%의 비중으로 전달하는데 그쳤다. 반면 조선일보는 반대 측 입장 서술에 보도의 상당부분을 할애했지만(80%)했지만, 3월 31일 단 하루 1면에 다뤄진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면인 5, 6면에서 다뤘다.
서울신문은 대체적으로 찬-반 양측의 입장을 한 기사에 함께 녹여 쓰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3월 31일 하루 1면 보도를 했을 뿐 그 외에는 대운하 이슈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 경향, 반대 여론 전달에 적극적인 보도태도 인상적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반대 측 입장을 전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한겨레는 32건의 ‘대운하’ 관련보도 중 26건(81.3%)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 사흘(3월 31일, 4월 1일, 4월 4일)에 걸쳐 관련소식을 1면 보도했으며, 3월 31일과 4월 2일에는 후속 한 개 면(각각 3면과 9면)을 모두 할애해 ‘대운하’ 정책을 비판적 어조로 보도했다. ‘대운하’에 대한 경향신문의 비판적 보도 태도 역시 돋보였다. 경향신문은 31건의 관련보도 중 16건 (51.6%)의 기사를 통해 운하건설에 대한 비판을 전했다. 두 신문은 적극적 보도를 통해 ‘대운하’ 정책을 총선 쟁점화하려 애쓰는 동시에, 운하건설에 대한 비판 여론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여, ‘대운하’ 문제의 선거쟁점화를 꺼려하는 듯한 다른 신문들과는 대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3. ‘대운하’를 총선의 ‘주요의제화’ 하기 위한 노력 여부


동아·조선, ‘대운하’ 이슈를 정책으로 축소·왜곡 보도
동아일보는 ‘대운하’문제를 총선의 주요의제로 설정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한 정쟁의 대상으로 몰고 가 ‘대운하’가 선거에 미칠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와 같은 동아일보의 태도는 4월 1일 지면에 실린 자체여론조사 결과 보도 <“대운하 반대” 57.4% “찬성” 32%>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기사에서 기자(박민혁 기자)는 여론조사 기관인 코리아리서치(KRC)측의 목소리를 빌려 “총선에서 ‘대운하’가 최대 이슈로 부각될 경우 한나라당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운하’를 야당들의 단순한 총선 전략 일부로 축소·왜곡 보도한 것이다.
조선일보 역시 ‘대운하’를 총선의 주요 아젠다로 설정하고자 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운하’ 문제 보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다른 신문들과는 대조적인 조선일보의 태도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야당의 입장을 그대로 드러내는 기사들을 지면화하면서 궁극적으로 ‘대운하’를 정쟁이나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축소하려 한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 점은 3월 31일 1면 기사 <野 “대운하 반대” 총선 쟁점화>에서 잘 드러난다. 기자는 기사에서 ‘대운하’가 총선의 이슈로 떠오른 것이 야당 측의 문제제기 때문인 것처럼 다루고 있었다.
 

중앙, 칼럼에선 ‘쟁점화’ 기사에선 ‘정쟁화’ 오락가락 보도


중앙일보는 ‘대운하’ 보도에 있어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3월 31일 중앙시평 <말로만 머슴>에서는 이근식 경실련 대표의 말을 빌려 “한반도 대운하는 현재 시대에 적절치 못한 정책이며 이를 추진하려면 총선에서 국민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 칼럼리스트의 의견을 싣는 형식이었지만, 한정된 지면을 내줬다는 데서 중앙일보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4월 4일 중앙시평 <원하는 것, 필요한 것>에서는 대운하 정책이 FTA나 교육 경쟁력 강화, 국민연금 같은 다른 이슈에 비해서 원하는 주체도 불분명하고, 필요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빨리 손 털고 정말 필요한 데 힘을 쏟는 것, 이게 국정 운영의 당연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 같은 의견기사와 달리 일반 기사에서는 칼럼과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3월 31일 1면 기사 <대운하 ‘총선 이슈’ 급부상>과 5면 기사 <“대운하 막게 야당 살려달라” “검토조차 하지 말란 말이냐”>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야당이 선거 막판에 판세를 뒤엎기 위해 설정한 이슈로 치부했다. 물론 야당에서 ‘대운하 정책’을 선거 전략으로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의 칼럼에서는 정치적인 손익을 떠나 ‘한반도 대운하’가 총선 이슈로서 부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 의견은 대다수 사회 구성원의 요구이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정부·국회가 중심이 돼 추진될 것이 분명하며, 총선은 이를 주도할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를 선거 공약에서 제외하고, 은폐하려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마땅히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위 두 기사를 통해 중앙일보는 대운하를 정치적 공방의 도구로 치부하고, 기사의 제목에서도 여당과 야당의 목소리를 대등하게 실음으로써 국민들에게 여느 이슈와 같이 여·야가 공허한 정쟁만 되풀이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도록 보도하고 있다. 기사 내용에서도 야당의 공조와 공세를 강조할 뿐 정작 ‘대운하’가 총선 이슈로 등장할 필요성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칼럼과 기사에서 드러나는 이중적 태도로 추측컨데, 중앙일보는 ‘한반도 대운하’ 정책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대운하’에 의해 총선에서 타격 받기는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신문도 사설·칼럼에서는 대운하 정식공약으로 내세울 것 강조, 기사는 미적지근한 태도


서울신문은 ‘대운하’ 문제를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할 중요 이슈로서 간주하고 있었다. 동시에 의견 수렴 방법 중 하나가 총선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3월 31일자 지면에 실린 사설<대운하 떳떳이 국민 뜻 물어라>에서도 한나라당이 ‘대운하 건설’을 정식 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운하를 하려면 특별법이 있어야 한다. 이 법 제정은 18대 국회의 몫이다. 당연히 총선에서 대운하 찬반을 물어야 한다”며 대운하가 총선에서 이슈화돼야 하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했다. 4월 3일 <기고/대운하, 과학계가 목소리를 내야>에서는 과학계가 지금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제시해야 하고, 그 시기는 총선이 이루어지기 전인 지금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4월 4일 30면 <데스크 시각/행정수도와 한반도 대운하>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국민투표 없이 밀어붙이다가 국론만 분열시킨 사례를 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 한반도 대운하 정책 시행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럼은 꼭 총선을 통해서 대운하를 심판해야 한다고 명토 박고 있진 않지만, 국민의 뜻을 묻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서울신문은 사설과 칼럼에서 ‘한반도 대운하’가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할 정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를 통해 ‘대운하’를 총선 아젠다로 설정하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였다. 3월 31일 하루 1면 보도(<대운하 ‘뜨거운감자’>)를 했을 뿐 그 외에서는 ‘대운하’ 이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로 볼 때, 서울신문은 ‘대운하’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한 정책임에는 동의하지만 총선 이슈로서 부각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한겨레· 경향, 대운화 총선 의제화에 적극적 행보


‘대운하’를 총선 의제화하기 위해 가장 노력한 곳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과반의 국민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된 총선 공약을 찾아볼 수 없음을 비판했다. 또한 ‘대운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 단체의 동향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총선 주요 의제로서 ‘대운하’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4월 3일자 3면 [총선 D-6] <당은 정책 실종…후보는 ‘묻지마 공약’>에서 한겨레는 ‘대운하’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정책대결과 토론 없는 4.9총선을 지적하면서 이는 쟁점을 회피하려는 여당과 야성을 갖추지 못한 야당의 ‘합작품’이라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3월 31일자 1면 <‘밀실 대운하’ 쟁점화…“총선서 찬반 묻자”>또한 대운하 건설을 ‘총선 뒤 추진’하려는 정부의 방침을 지적했다. 기사는 진보신당 등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반(反) 대운하 연대’추진 움직임과 ‘총선에서 대운하 건설 공약으로 내걸고 찬반을 묻자’는 주장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반도대운하 건설’의 핵심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배제되기 쉬운 시민사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려는 노력은 언론의 마땅한 책무이다. 그런 면에서 시민사회 단체와 학계, 총선 지역구의 ‘대운하’ 반대 여론을 알리려는 한겨레의 보도 태도는 긍정적으로 평할 수 있다. 4월 1일자 6면 <천주교 인천교구 “대운하 반대” /내일 시국미사…서명운동까지>, 4월 2일 사설 <“강은 강대로 흐르게 하라”>, 같은 날 14면의 <총선후보 ‘10대 환경공약’ 제안... 대전시민단체, 후보 32명에>, <“경부대운하 건설 반대한다”>, 10면의 <대운하 안된다’ 언론계 100인 선언>은 ‘대운하’라는 주요 이슈의 중심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보도라고 분류할 수 있다.
경향신문 또한 많은 기사에 대운하를 총선 이슈로 가져가야 한다는 요지를 담아 보도했다. 4월 5일자 5면 기사 <민주 “살려달라” 읍소작전... 수도권 총출격>과 같은 날 6면 기사 <“과반 이루자, 투표합시다, 번호 알려라”>를 통해 대운하를 선거 쟁점화 하려는 움직임을 전했다.

 

4. 심층적인 대운하 정보 제공 여부

대운하를 다룬 기사 유형을 9가지로 분류· 분석해 살펴보았다. (<표 4> 참고)

조선· 중앙· 동아· 서울, 대운하 본질은 ‘나 몰라라’, 단순 사실 보도에 그쳐


동아일보의 경우 총 4건의 ‘대운하’ 관련 기사 중 3건이 스트레이트 보도였고 1건은 여론조사결과를 전달한 것이었다. 따라서 대운하의 본질에 대한 보도보다는 표면에 들어난 깊이 없는 사실을 전하기에 급급했다.
조선일보에서 역시 칼럼 및 기획·심층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5건의 ‘대운하’ 관련 보도 가운데 4건이 스트레이트 보도였고, 유일한 해설기사라 할 수 있었던 3월 31일 6면 <“여론도 대운하 반대” 에 공동전선> 기사 역시 ‘대운하’ 자체에 대한 정보라기보다는 왜 ‘대운하’가 총선의 이슈가 되었는가를 정략적으로 분석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중앙일보의 보도태도 또한 앞선 신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운하’의 본질을 파고들어간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3월 31일 5면 기사 <토지 보상비만 1조 6000억 대운하 ‘100% 민자’될까>에서는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논란을 3가지로 정리해 전달했다. 국토해양부의 입장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같이 실음으로써 비교적 공정한 시각에서 ‘대운하’ 논란의 본질에 잘 접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사마저도 대운하 건설 자체가 초래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대운하 정책의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서울신문의 보도도 ‘대운하’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본질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련보도 가운데 62.5%가 단순 사실을 전달한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한겨레, 다양한 유형의 보도 통해 ‘심층성’ 제고


칼럼과 심층보도를 통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정보와 사안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한겨레의 보도는 단연 돋보였다. 4월 2일자 9면 <팔당호 우회수로 만들면 ‘다산 유적’ 섬으로>에서 한겨레는 경부운하건설 시 수로터널로 인한 문제점을 심층보도했다. 기사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중점적으로 검토한 ‘터널안’과 관련한 구체적 자료를 보도하면서 댐건설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환경과 유적지의 파괴현상을 지적했다. 문경시와 충주시, 상주시 등 향후 대운하가 들어 설 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는 지역민은 물론 독자들에게 ‘대운하’건설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충분한 근거를 제공했다. 4월 1일자 객원논설위원 칼럼 <대운하 재앙지역 예측도> 역시 경부운하건설로 홍수위험 및 식수원오염 가능성 있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여 독자들에게 대운하에 대한 경각심을 제공한 보도 중 하나였다.
경향신문의 경우 2~3월에 걸쳐 직접조사, 설문조사, 인터뷰 등을 통해 대운하가 건설될 지형확인과 완공됐을 때 예상되는 화물업체들의 이용률 등을 탐사·보도했다. 그런 까닭에 이번 모니터 기간에는 대운하 반대 의견 등을 기술한 정도에 그쳤다.

 

5. 대운하 관련 이슈 보도의 적절성 여부

 

보수언론들은 모니터기간 동안 불거진 ‘대운하’ 관련 이슈들을 지면을 통해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표 5> 참고) 특히 대운하 건설에 있어 불리한 소재는 기사화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예컨대 ‘대운하’ 추진을 둘러싼 여당과 정부의 이중적 행태, 정부의 대운하 반대 교수 사찰, 국토해양부 내부문건 내용 등에 대한 보도를 등안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1) 대운하 추진을 둘러싼 정부· 여당의 이중성

‘공약을 공약이라 부르지 못한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비꼰 표현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대운하 추진 계획을 총선 공약에서 제외했고, 청와대 역시 국민 여론을 수렴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국토해양부 대운하 내부문건을 보면 대운하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구체적 계획까지 세워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 여당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해야할 책무가 언론에 있음은 자명하다.

 

한겨레·경향, 겉과 속 다른 정부여당에 대한 적극적 비판


그런 점에서 한겨레의 보도태도는 돋보였다. 한겨레는 여당과 정부가 대운하 이슈를 두고 벌이는 ‘이중플레이’ 행태에 대해 적극적인 비판보도를 행했다. 3월 31일자 4면 <청와대,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에서 한겨레는 한반도 ‘대운하’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불분명한 태도를 꼬집으면서 정부가 총선이라는 민감한 시기 이후에 ‘여론을 유리하게 돌려’ ‘대운하 추진 설득’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4월 2일자 칼럼 <유레카/심장에 난 털>은 여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전략’상 총선 공약에서 제외하려는 태도를 지적하며 ‘잔꾀를 부려 남을 속이는, 음흉’한 태도라고 일갈했다. 4월 3일자 3면 [총선 D-6] <당은 정책 실종…후보는 ‘묻지마 공약’>에서 기사는 대운하 등 중요 현안에 대한 쟁점을 회피하려는 여당과 야성을 갖추지 못한 야당을 두루 비판하기도 했다.
경향신문도 겉과 속이 다른 정부·여당의 행태를 적극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3월 31일자 3면 <청 어정쩡> 기사를 통해 대운하 건설에 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청와대의 행동을 꼬집었다. 또 같은 면 하단기사 <야당 연대 “여 입장뭐냐”>에서는 야당들이 ‘대운하’에 반대하며 운하건설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조·중·동, 이중행보에 대한 비판보도 찾기 어려워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에서는 정부·여당의 이중 행보에 대한 비판 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대운하, 국내외 전문가와 논의할 것”>(중앙일보 4월 1일자 1면), <李 이대통령 “대운하, 전문가 의견 모아 논의”>(동아일보 4월 1일 11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표면적으로 밝힌 입장을 전달했을 뿐 은밀히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속내는 들춰내진 않았다. 조선일보 역시 정부·여당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하지 않았고, 오히려 <野 “대운하 반대” 총선 쟁점화>(3월 31일자) 기사를 통해 “대선 때 공약을 했다고 해서 토목 공사하듯 무조건 밀어붙여선 안 된다” “야당이 총선에서 이를 쟁점화 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말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주장을 비판 없이 실었다.
서울신문 또한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중성을 비판하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4월 1일자 2면 기사 <원로들 “대운하 국론 분열 없게”>를 통해 대운하 건설로 인해 국론이 분열될 것을 우려하는 원로들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겉으론 ‘신중론’을 펴고 있는 정부가 운하 건설을 밀어붙일 속내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해주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겨레, 대운하 반대 교수 사찰· 국토해양부 내부문건 내용 보도태도 돋보여


‘대운하’와 관련된 이슈 전달에 있어 한겨레는 적극적 보도 태도를 보였다. 특히, 정부의 ‘대운하 반대 교수모임’에 대한 정치사찰, 국토 해양부의 내부문건과 관련해서 사설과 칼럼, 기사를 통해 ‘5공 시절’의 ‘정치사찰’로 규정하고 전면적으로 비판했다.
3월 31일자 사설 <공안정국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인가>에서 한겨레는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 출범을 전후해 벌어진 ‘정치사찰’을 보도하면서 이는 정부의 ‘조직적 학원사찰’이자 20년 전 ‘공안정국’으로 돌아가려는 행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4월 1일자 3면 <‘시국치안’에 밀린 ‘민생치안’/ 왜? 정보과 형사가 유세 경호? 경찰 “……”>는 대운하 반대교수에 대한 ‘사찰’이 ‘평상시 치안활동의 일환’이라는 경찰의 해명을 보도하면서 그러나 ‘과거 정치사찰의 악령이 따라붙어 다니는 정보조직의 악령’ 이라는 의문을 해소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4월 4일자 <아침햇발/봉인이 풀렸다>또한 대운하를 반대하는 대학교수들에게 국정원 요원과 정보과 형사가 드나드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5공 시절의 ‘사찰’이 현재의 일상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3월 31일자 3면 기사 <국토부 업무자료 논란>을 통해 국토해양부 문건의 상세한 내용을 전했다. 또 4월 1일 1면 <류우익 靑실장 ‘압력성 발언’>기사에서는 류 실장이 대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에 참가한 교수들을 만나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사실을 발뺌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다음 날 (4월 2일) 실린 사설 <류우익 실장의 부적절한 ‘대운하 압력’ 발언>을 통해 류 실장의 태도를 힘줘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은 관련 이슈에 대한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의 경우,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 논란에 대해선 <토지 보상비만 1조 600억 대운하 ‘100% 민자 될까>’(3월 31일 5면) 기사를 통해 비교적 중립적으로 사안을 전했지만, 경찰이 대운하 반대 교수를 사찰했다는 소식은 보도하지 않았다.

 

2) 대운하 반대 활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한 선관위 결정

 

모니터 기간 중이었던 지난 4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운하 건설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홍보물을 배부 또는 게시하거나 토론회와 거리행진 등 집회를 열고 서명을 받는 행위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흘 전 경기도 선관위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거론하지 않은 채 선거와는 무관하게 이뤄지는 서명운동과 토론회는 선거법 위반행위가 아니다”라고 유권해석한 바 있어 선관위의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대운하 건설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반(反)대운하 세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조선·중앙·동아·서울,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축소보도에 그쳐


한겨레는 선관위의 ‘대운하 반대활동 선거법 위반’ 해석에 대해 사설과 기사를 통해 시민사회의 논의와 활동을 봉쇄하려는 처사이자 주권행사의 방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4월 4일자 사설 <선관위, 정권의 방패막이가 되려는가>에서 한겨레는 선관위의 선거법위반 해석이 사흘 전 경기도 선관위가 내린 유권해석을 뒤집은 ‘궁색한 변명’ 이자, ‘시류를 따라 정권과 코드를 맞추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설은 ‘대운하’는 ‘국민적 쟁점’이라면서 ‘집권 여당의 손발이 아닌 한, 국민의 주권행사까지 방해하며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시민사회의 논의와 활동마저 봉쇄하려 해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4월 3일자 10면 <선관위 “대운하 집회 불법”…시민단체 반발>에서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반발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을 보도하면서 ‘공정선거를 진행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꼴이며 과도한 정권옹호용 유권해석’이라는 시민의 의견을 인용했다. 이어 기사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학계 원로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주지역 교사들의 대운하 백지화 촉구 움직임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4월 3일자 1면 기사<선관위 대운하 반대 제동>을 통해 중앙선관위가 시민사회단체의 대운하 건설 반대 운동에 대해 당초 합법이라고 해석했던 경기도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깨고 이를 선거법 위반 행위로 규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날 9면 기사 <‘총선이슈’ 국민 눈 귀 막은 선관위>에서는 대운하반대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한 선관위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선관위는 위헌적 조처 철회하라>(4월 4일 35면)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정당의 정책을 공론화시켜 토론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유권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함에도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대운하 반대 운동’을 선거법위반행위로 결정한 선관위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서울신문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 중앙선관위의 대운하 찬반집회·서명에 대한 판결과 그 이유를 짧게 보도했다.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언론, 적극적 의제설정 노력 통해 총선서 국민 여론 수렴할 수 있게 도와야


모니터 기간 중 조선·중앙·동아는 ‘대운하’를 총선의제로 설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4건의 관련기사만을 내보낸 동아는 표면적 사실전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언론의 기본 의무마저도 다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서울신문은 기사와 칼럼·사설 등을 통해 대운하가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정책임을 강조했지만, 이를 의제화 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대운하와 관련된 핵심 이슈 전달에도 등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신문은 경찰이 대운하 반대 교수를 사찰했다는 소식을 전하지 않았으며, 조선·동아는 대운하 추진 계획이 담긴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에 대해서도 입을 닫았다. 뿐만 아니라 대운하 반대 활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본 선관위의 결정도 스트레이트 기사로 전달했을 뿐 비판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서울신문도 반대 교수 사찰과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선관위 결정내용 역시 단편적 사실을 알리는 데 그쳤다.

총선이 이틀 남았다. 18대 총선은 ‘대운하’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할 좋은 기회다. 이번 선거에서 여론의 뜻을 묻지 못한다면 훗날 여론 수렴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은 중요 의제를 설정해야할 본연의 책무를 기억하고, ‘대운하 정책’을 의제화하고자 애써야 할 것이다. 동시에 ‘대운하’ 문제의 본질을 검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옳다. <끝>



2008년 4월 7일


2008 총선미디어연대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