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상2010. 3. 15. 00:31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나이 앞에 처음 "2"가 붙기 시작했을 때, 나는 대학생활에 대해서, 나의 20대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내가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을 뿐이고, 내가 무슨 전공을 선택해야 차후 진로에 유리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의 대학생으로서, 그리고 20대를 살아가는 기준이 생겨났다.


대학생의 특권은 다른 계층보다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생의 의무는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할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20대의 과제는 자신, 그리고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30대 이후를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대학생, 그리고 20대의 축복은 어떤 것을 도전해서 실패하더라도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둘 수 있는 것이다.


그 기준에 날 비추어보면서 그동안 나는 대체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20대 끝자락의 나는 지난 8년이 향후 내 인생을 위한 초석을 쌓았던 시간이라고 믿고 있다.


얼마전 대학교 친구에게 내가 너무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발끈했지만, 마땅한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 대학생, 그리고 20대의 당위를 강조하던 시간동안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냉혹한 현실을 보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나의 20대를 20년 후에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잘 되어 있으면 좋게, 못 되어 있으면 나쁘게 평가하는게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설령 내가 만족스럽지 못한 40대를 살아가고 있더라도 내가 20대에 했던 선택을 부정하면서 살지는 말자고 다짐해본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이상과 가치관을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고, 현실적인 감각을 갖추는 일이다. 나의 20대를 후회하지 않기 위해 20대 마지막 1년에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