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작문2008. 12. 20. 15:57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다. 공정택 교육감은 지난 7월 31일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이후 서울시의 교육정책을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그는 먼저 국제중학교의 설립을 추진했다. 현재 서울에 있는 청심 국제중학교 외에 2곳을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년 3월에 개교할 예정이라니 정말 놀라운 추진력이다. 또한, 2010년부터 고교선택제를 도입해 서울 지역 학생들이 학교를 골라서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월성 교육과 경쟁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의 논리엔 상당한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수월성 교육은 새 교육정책의 키워드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교육평준화 때문에 학생들의 실력이 저하되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어려서부터 인재를 모아 육성하는 것만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새 교육정책이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살려주는가 하는 것이다. 국제중학교의 선발기준은 영어구사능력과 경시대회 실적, 그리고 학교 성적이다. 학생들은 적성에 관계없이 모두 정해진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게다가 영어구사능력은 개인의 실력보다는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려서부터 경쟁의 조건에서 불리함을 경험하는 것이 수월성 교육이라면 그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동안 학군에 따라 학교 수준의 불균형이 초래된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재는 학교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좌우되는 상황이 아니다. 그보다는 교육열이 높은 목동, 강남 등지에서 값비싼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선택권이 서울 지역 내 불균형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학교 간 서열화를 불러와 소외된 학교의 공동화를 초래하는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고교 평준화 정책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과도한 입시경쟁을 대학교 입시에서 고등학교 입시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러 문제점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중학교 전환을 준비하는 학교들은 아직 제대로 된 여건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당장 내년 3월 개교가 어려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학교들은 국제중학교에 채택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 과연 내실 있는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또한 고교선택제가 시행될 경우 중요한 것은 서울시가 학교 간 수준 격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소외된 학교에 대한 전혀 지원 정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부작용이야 어쨌든 무조건 추진하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한간에는 공정택 교육감이 자신을 뽑아준 강남의 학부모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는 비난이 나온다.

 

교육에 있어 경쟁의 요소를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의 최고 가치는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형평성을 위배하면서까지 수월성을 추구한다면 진정한 교육이라 할 수 없다. 예전 한국 사회에서는 교육이 계층 간의 이동을 위한 통로로 이용되어 왔지만, 현재의 교육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 되었다. 무한 경쟁을 외치기에 앞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정택 교육감은 ‘부자만을 위한 교육’을 전면 재검토하길 바란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