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작문2008. 12. 20. 16:22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 얘기는 술자리에 빠질 수 없는 화제 거리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갑론을박을 펼친다. 하지만 사람들의 하는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대부분 “어디서 봤는데” 내지는 “어디서 들었는데”로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어디’의 근원지는 당연하게도 신문, 방송으로 대표되는 ‘언론’이다.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생각에 끼치는 언론의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그 ‘언론’들이 항상 진실만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론의 선거 개입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의 조항은 언론의 거대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언론이 정치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담당하였다면, 이제 언론은 하나의 권력이 되었다. 어떤 정치인도 언론과 적대적 관계에 있어서는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없다. 권력의 최정점이었던 대통령의 지위가 언론과의 불화로 인해 ‘지나가는 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이를 증명한다. 또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언론이다. 이 둘 사이의 공생관계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정치적 사안에 있어서의 ‘언론의 중립성’을 논하는 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대다수의 신문사들은 특정 당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고, 일부 신문사는 특정 당의 당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심지어 방송에서도 특정 인물, 당을 부각시키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이 무색할 정도다. 차라리 미국처럼 언론의 선거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신문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볼 때, 이는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신문에서 보는 사실은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한 신문이 특정 당을 지지하는 입장을 알고 있더라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신문시장의 75%를 보수적인 태도와 특정 당에 대한 지지를 보이는 신문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도 같은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각 당을 지지하는 신문사들의 시장에 대한 장악력이 비슷하다면 가능하겠지만, 정보의 편중성을 고려했을 때 언론의 선거개입은 위험하다.

 

또한, 언론의 특정 당, 후보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허용할 경우 ‘권․언 유착’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는 차기 정권에 유력한 후보와 당에 대한 ‘줄서기’가 노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현 제도 하에서도 ‘줄서기’는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용인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결국 언론은 중립적일 수 없지만 중립적이어야만 하고, 이는 제도로서 해결해야 한다. 보다 엄격한 선거법의 개졍을 통해 언론의 정치적 영향력을 줄여야 할 것이다. 신문의 각 정당에 대한 기사에 있어서, 지면 수에 대한 규정을 둔다거나, 방송의 경우 할애하는 꼭지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한 예이다. 특정 당이나 후보에 편중되지 않는 보도를 법으로 규정해 놓는다면 기계적인 중립이나마 지켜질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이 될 것이다.

 

선거제도에 있어 유권자에게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언론의 당파성으로 인해 그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문제는 유권자의 성숙한 의식과 냉철한 판단 능력으로 귀착된다. 사람들은 매일 24시간 언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지만, 그 정보의 편중성을 잘 의식하지 못한다. 다양한 언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려는 유권자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대중이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