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작문2008. 12. 20. 16:18
"모두가 '예'라고 외칠 때 홀로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 한 기업의 광고에 나왔던 현대 사회 인재상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보면 그런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어려웠던 때가 많았다. 기독교가 지배적 영향을 미쳤던 서양 중세 사회에서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한국의 근대 이전 사회에서는 누구든 왕을 모욕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온전한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시작한 것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부터이다. 지금은 누구나 당연스럽게 생각하는 표현의 자유가 실은 민주주의 사회의 특권인 것이다.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근대의 제도로써 만들어질 때, 사상가들은 필수권리로 표현의 자유를 언급했다. 상호 의견 교환과 다수결의 원칙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 표현의 자유는 사회 체계의 전제 조건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다면 합의 과정 자체가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통해 독재권력을 추방하기도 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대안을 도출해내기도 한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한국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누릴 수는 없다. 그 자유가 다른 사람의 사생활 침해나 인격 모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만큼 개인의 인격권 존중도 중요하다. 따라서 두 가치가 충돌하지 않도록 적절한 선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한국에선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친고죄의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제 3자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어느 선에서 제한할 것인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전히 어려운 숙제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을 더욱 뜨거워졌다. 익명성을 이용해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발산했고, 이른바 '악플'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이 악플때문이라고 밝혀지자 인터넷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 규제는 실생활에서의 그것보다 더 엄격한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통로인 인터넷을 원천봉쇄할 우려가 있다. 극히 일부인 악플을 방지하려다 모든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앗아갈 수도 있다. 더욱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방안은 친고죄를 적용하지 않아 공권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할 위험성이 크다.

한국에서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말을 잘못하면 '빨갱이'로 몰려 잡혀가곤 했다. 그와 비교할 때 현재 인터넷 상으로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편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유 속에서 건전한 민주주의가 탄생한다. 물론 개인 인격에 대한 모독은 제재가 필요하지만 건전한 비판과 악의적 비난을 구분하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일부 악성 댓글을 가지고 전체 인터넷 소통에 제약을 가하는 제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어떤 의견에 동의할 수 없어도 그 사람이 의견을 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