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상2011. 1. 11. 09:53

#1. 2005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머물고 있을 때, 워킹(working)으로 청소 업무를 3개월 정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타이어 업체의 사무실 청소를 한국 청소업체가 대신 맡아서 해주는,
전형적인 도급 형태의 비정규직 업무였지만 그때는 인식하지 못했다.
외국에서 오히려 한국사람들이 한국인을 착취한다는 말처럼, 그 한국 업주도 악덕했고, 근무조건도 열악했다.
우리의 세금을 미리 빼고 준다면서 시중보다 훨씬 싼 보수를 지급했고, 시간에 비해 과중한 업무를 시켰다.
철야로 대형마트 청소를 할 경우에도 보수는 주간근무와 똑같이 지급했다.
그럼에도 미화 노동자로 고용된 유학생들은 군말없이 일해야만 했고, 나는 결국 일을 잘 못했다며 짤렸다.
당시에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다 짤린 그 곳이 나의 직장이었다면 나는 그토록 순종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2. 용산 철거민 시위를 무리하게 진압하다 생긴 사고에 대해서 한동안 거리에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무렵이었다.
서강대 학생들 중 촛불집회에 나가려는 무리가 자신들의 모임 이름에 "서강"이란 단어를 넣으려고 했고,
그들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며칠동안 사람들의 숱한 반대를 받았다.
"니네가 정치적 성향이 있으면 니들끼리 나가면 되지, 왜 우리에게 피해를 주냐.. 서강대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니네들이 책임질거냐.. 우리는 서강이란 이름을 니네한테 허락한 적이 없다.." 뭐 이런 식의 얘기였다.
촛불집회에 참석한다는 것이 학교의 이미지를 실추할만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실망스러웠고,
서강이란 브랜드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위권 대학이라는 것도 하나의 기득권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면서 또한 실망스러웠다.
학생과 노동자의 연대,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의 연계 등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던 나였기 때문이다.

#3. 학부시절 교내 아르바이트를 1년 이상 하면서 학교를 청소하시는 미화 노동자 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어머니뻘 되시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가끔 우리 어머니께서 저런 일을 하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왔다. 일하다보면 아주머니들이 바뀌시거나, 다른 건물로 배치받으신다며 가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분들에게는 밥줄이 달린 직장인데 인사이동이 너무 쉽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용역업체에 맞서 싸울 생각을 하지 못했고, 나역시 그들에게 간섭하는 것이 오만하다고 느껴졌다.

#4. 홍대 학생회장이 얼마전 계약해지 된 홍대 청소 아주머니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을 봤다. 비운동권 학생회를 표방하며 당선이 되었으니 그의 정치적 부담에 대해서는 이해못할바가 아니다. 하지만 현 사태에서 외부 운동세력과 내부 구성원을 구분짓는 태도가 뭐그리 중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도 아주머니들을 응원하고 있다며 우리가 돕겠다고 하는데, 그 대안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가 시급한 아주머니들에게는 외부 운동세력 구분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것이다.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고, 학습권과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간의 충돌에 대해서 토론을 해보고, 부당한 계약해지를 하루빨리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사람에 대한 배려이자 한국의 대학생으로서 살아가는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용역업체 노동자로서 잠깐 일해보기도 했지만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 누구나 속할 수 있고, 그 위치에서 그들의 권리를 지키며 살아가려면 사회 구성원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멀리 봤을 때에는 그들의 권리를 위하는 길이 나의 권리를 위한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한치 앞 이득을 생각하기 보다 더 멀리, 더 넓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