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서평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믿음
온자매 아빠
2010. 3. 15. 00:30
도발적이고 섹시한 제목에 끌렸지만, 기껏해야 현 정부의 교육제도에 따끔한 소리를 하는 것에서 그치겠거니 생각했다. 아무리 상상력을 최대화한들 어떻게 사교육 걱정이 없는 현실을 꿈꿀 수 있을까. 글자 그대로 해석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편집자의 서문을 읽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는 실제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확신으로 그 목표에 남은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어떻게 그런 믿음을 갖게 되었을까. 평범한 교사였던 그가 좋은교사운동이란 모임 대표를 역임하게 되고, 더 나아가 교사직을 그만둔 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모임의 대표가 된 이유가 궁금했다.
책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주최한 <등대지기 학교>의 7차례 강의 내용을 싣고 있었다. 새로운 교육에 대한 장황한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주로 학부모들이었던 청중을 대상으로 자식 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내용이었다. 각기 교육 분야에서 독특한 이력을 가진 7명의 강사 (아는사람은 이범 뿐이었지만) 들이 재미있게 강의를 풀어나간 덕에 책은 술술 읽혔다. 교육 개혁에 대한 심도있는 지식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장차 학부모가 될 사람으로서 자식 교육에 꼭 필요한 교양을 쌓을 수 있었다.
내가 자라온 과정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나는 이렇게 자식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론사 논술용으로 정립되었던 나의 교육관이 단편적이었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다. 7강의 강의가 모두 나름의 교훈을 던져주고 있었지만, 역시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강의였던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의 강의 내용이었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순서에 대해서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려면 정책 법률을 개정해야하고, 그 대안의 내용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나쁜 정책을 철회시키고 좋은 정책을 요구하는 실천 전략이 첫째이고, 나쁜 정책을 존속시키는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둘째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둘째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나 언론에 대해서 나름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과 그 고민을 나누려 하지 않았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섣부른 엘리트 의식으로 다른 이를 계몽하려드는 것도 위험하겠지만, 내가 가진 생각이 옳다고 믿는다면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표출하는 것도 중요한 운동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것이 꼭 신문의 지면이나 두꺼운 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거창하게 살려고 하지 말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