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채움터2009. 1. 13. 00:19
1. 가식
가식은 척하는 병이 만들어낸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온갖 척하는 병들이 난무하다. 글쓰기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를 거느리고 있는 풍토병도 그놈의 척하는 병이다. 감염되면 민간요법 정도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글을 쓰기 전에 철저하게 가식을 경계하라. 가식은 여러 종류의 척하는 병들을 불러들일 뿐만 아니라 글쓴이의 인격을 격하시키고 글의 궁극적 목표인 감동이나 설득력을 깡그리 말살시킨다.

2. 욕심
글쓰기에 욕심은 금물이다. 욕심이 들어가 있는 문장은 모두 죽어 있는 문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인이 탄복해 마지않는 문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 한 달 이내에 반드시 신춘문예에 당선될 작품을 쓰고야 말겠다는 욕심. 지금 쓰고 있는 글을 통해 금세기 최고의 문장가로 추앙받고 싶다는 욕심. 이러한 욕심들이 응어리진 채로 의식을 메우고 있으면 절대로 경탄할 만한 글은 나오지 않는다.

3. 허영
허영 중에서도 글쓰는 사람들이 특히 매력을 느끼는 허영이 지적 허영이다. 여기에 빠지게 되면 창작을 하더라도 보고서나 논문을 연상시키는 문장을 구사하게 된다. 소화되지 않은 학문, 소화되지 않은 철학은 글쓴이를 위선자로 만들기도 하고 읽는 이를 청맹과니로 만들기도 한다. 허영은 국어사전 그대로 겉치레에 불과하다. 알맹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 있는 글솜씨를 가지고 있어도 정신적 빈곤에 연계되어 있는 허영을 버리지 못하면 자신도 비천해지고 문장도 비천해진다. 어찌 남을 감동시키는 글을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 이외수 <글쓰기의 공중부양> 중 일부 내용 발췌.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