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서평2010. 3. 24. 21:52


20대가 수없이 부딪히고, 넘어지고, 무릎이 깨지는 시기라고들 하지만 그것이 너무 가혹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손을 잡아주고 격려해주는 선배가 그리웠다. 하지만 손윗사람을 유난히 어려워하는 성격 탓에 가까운 선배를 많이 만들지는 못했다. 20대의 끝자락에서 만난 이 책은 왠지 든든한 선배를 만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인생 기출문제집>이라고 모든 것을 유형화시키고, 시험에 비유하는 한국적인 제목이 마음에 들진 않았다. 뻔한 말들을 하는 자기계발서 같아 보였고, 그 문제집을 푼들 인생 시험에서 합격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다만 심상정, 우석훈, 송호창, 안철수 등 내가 닮고 싶어하는 선배 이름이 보여서 우발적으로 고른 책이다. (선배들 섭외 하나는 참 잘 했다고 생각하면서)


책에 등장하는 21명의 선배 모두 멋진 인생을 살고 있었다. 두바이 최고 셰프자리에 오른 에드워드권, 지식채널e를 제작한 김진혁PD, 뮤지컬 배우 최정원, 오케스트라 지휘자 서희태 등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을 보면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자신의 분야 하나에 모든 것을 바치면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들의 성공이 부럽기도 했지만, 한 가지에 온전히 자신의 일생을 바칠 수 있는 그들의 열정이 더욱 놀라웠다.


선배들이 우리에게 답을 내려주기 보다는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내게, 그리고 20대들에게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제3의 선택지를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을 주기 때문이다. 21명의 선배들은 "패기있게 살아라" 따위의 뻔한 말로 우리에게 충고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자신의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20대에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이 책을 읽는다고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고민들이 싹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대에 향후 인생을 설계하면서 한번쯤 읽고 간다면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선배들은 우리에게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으니까.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