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2018. 7. 7. 02:10

기다리던 토요일,
성북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즐거운 아빠학교' 교육이 있는 날이다.
지난 8월, 우연히 이 홍보글을 보고 바로 신청했지만
하필 그날 아내가 당직 근무를 서게 되어 못가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구청에 문의해보니,
교육시간(오전 10~12시) 동안 돌보미 선생님들이 아기를 봐주신다기에
아내와 상의하여 참여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아내의 출근 후, 조금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기저귀 가방을 챙겼다.
내 욕심으로 아기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7개월 아가 나온이의 적응력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교육 시작 전, 성북구청 어린이집에 들러 아기를 맡기려니
6명 가량의 돌보미 선생님들이 나온이가 첫번째로 온 아기라며 매우 반겨주셨다.
갑자기 정신이 없어진 나는 분유 물의 양, 나온이가 깔고 잘 담요 등
그분들께 몇가지 일러드려야 할 사항을 빼먹은 채 교육장에 들어왔다.

온통 나온이 걱정으로 교육이 귀에 들어올까 걱정했지만,
2시간 동안 진행된 교육은 기대를 충족시켰고, 또한 유익했다.
30-40대 아빠들, 그리고 일부 엄마들까지 60명 가량이 한자리에 모여서,
노래와 연극과 심리 상담이 어우러지는 교육을 들었다.

몸통심리를 전공하셨다는 원성원 박사님의 진행도 재미있었고,
나훈아의 "사랑" 노래에 아내와 아기 이름을 넣어 부르며 뭉클하기도 했지만,
가장 몰입도가 높았던 것은 관객들이 참여하는 상황극이었다.

먼저 남자배우 1명, 여자배우 2명이 나와 10분남짓 되는 짧은 연극을 보여주었다.
남과 여가 만나 결혼을 하고, 딸아이를 출산하여 7살이 될 때까지
여느 맞벌이 가정에서 벌어질 법한 아빠와 엄마의 갈등 상황을
7살 여자 아이의 화법을 통하여 보여주었다.
그 후엔 관객들에게 공감이 가는 부분을 물어보고,
각자가 실제로 겪은 상황을 이야기하도록 한 후에,
배우들이 즉석으로 그 상황을 재연하면서
당시에 어떻게 소통했어야 했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심리상담에 많이 활용되는 'playback theater(재생연극)' 기법이라고 하는데,
마치 나의 상황인 것처럼 빠져드는 '마법'을 경험했다.

원 박사님에 따르면 의사소통의 방식엔 상보교류, 교차교류, 이면교류가 있다고 한다.
상보교류는 서로 보완하면서 긍정적인 말을 주고 받는 것이고,
교차교류는 서로 공격적으로 반응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이면교류는 겉으로는 좋게 이야기하지만 속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을 삭히는 것이라 한다.
나는 그동안 아내와 어떤 교류를 해왔는지 되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 아내와 아기와의 상보교류를 늘려나가야 겠다고 다짐했다.

교육이 끝나고 어린이집으로 아기를 데리러 가니
별로 울지도 않고, 도우미 선생님에게 안겨서 1시간 가량 잤다고 하셨다.
보통 아기가 오전에 2시간 가량 자기 때문에
낯선 공간에서 잠투정하면서 힘들어 할까 걱정했는데
2시간 동안 잘 적응한 아기가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있는 것 같은데,
시간 내서 자주 참여해야겠다.
많이 배우고, 노력해서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