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 이슈2009. 2. 16. 08:10

[이해영칼럼] FTA, 시민외교 대 로비

 

이해영 한신대교수 국제관계학

 

며칠 전 미국의 345개 단체가 연대해 새로운 통상 및 세계화 정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선 그 규모가 매우 크다. 시민, 노동, 농민, 소비자, 학생, 환경, 인권, 학생부문 등 연방 차원의 대표적 시민, 사회단체와 주 단위의 수많은 조직들이 함께하고 있다.

 

부당성 공유한 한·미 시민사회

 

이들은 성명을 통해 특히 콜롬비아, 파나마, 한국 등 ‘부시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진 결함을 적시하고 있다. 첫째, 투자자-정부 소송제다. 이미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문제이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 문제를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둘째, 이 3개의 FTA가 미국의 식품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로 홍역을 치른 우리로서도 진정 적절한 지적이다. 셋째, 미국내 일자리의 해외유출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오바마의 ‘녹색경제’ 구상을 가로막는 정부조달 조항이다. 넷째, 미 농민을 어렵게 하는 농업조항이 문제다. 이 또한 FTA로 폐농 위기에 내몰린 한국 농민을 생각하면 그지없이 반가운 인식이다. 다섯째, 서민들의 의약품 접근을 가로막는 의약품 관련 조항들이다. 한·미 FTA 최대 피해자 가운데 하나가 한국의 돈 없는 의약품 소비자와 제약업계라고 할 때 이 또한 동시에 우리 문제이다. 특별히 한·미 FTA와 관련해 이 성명은 ‘균형이 맞지 않는’ 자동차 조항과 더불어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 완화가 포함되어 있음을 결함으로 언급한다. 키코(KIKO)로 우량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지켜보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너무나 절박한 지적이다. 그래서 FTA에 관한 한 한·미 시민사회 간 소통과 연대에 더 이상 주저할 일이 없다고 하겠다. 부실한 국가외교 대신 시민사회를 통한 ‘공공외교’가 절실하다는 말이다.

 

얼마 뒤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방한한다. 그리고 ‘예우(?)’ 때문인지 2월 한·미 FTA 비준동의안 표결도 연기되었다. 그런데 한·미 FTA의 조속한 미의회 통과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말 미국의 로비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 우리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며칠 전 멕시코의 칼데론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업그레이드’를 제안한 바 있다. 재협상을 강력히 요구하는 미 시민사회와 이에 반발하는 멕시코 우파 대통령 사이에서, 어쨌든 협정을 손보겠다는 말이다. 둘째, 이런 흐름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 상원 외교위에 제출한 인준청문회 서면답변에서도 읽힌다. “FTA로 인해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실질적으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현 형태대로의 한·미 FTA 비준은 미국이 한국 측의 비관세장벽에 대응할 남아있는 레버리지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만일 한국 측이 이 핵심 조항에 대한 협상을 재개할 태세가 되어있다면, 우리는 그들과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의 이 말을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로 읽지 못한다면, 정부는 스스로 심각한 난독증 증세가 있는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美로비스트 고용한 한국정부

 

1년 넘게 계속되어 온 정부 측의 한·미 FTA 헛발질이 이젠 블랙코미디 수준으로 가고 있다. ‘로비와의 전쟁’을 선포한 오바마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통해 한·미 FTA를 조기에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맨정신에 할 짓일까. 로비를 통해 미 자동차 업계는 물론 미 의회와 시민사회가 바뀔 것이라 보는 걸까. 그렇게 ‘자문’할 곳이 없다면 ‘우리’라도 돕겠다. 물론 무료다.

 

<이해영 한신대교수 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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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에 대한 생각을 아직 명확히 하지는 못했지만,

한미 FTA는 협상 결과에서 드러난 문제점 - 법주권 침해, 농민 계층 피해, 의약품 가격 급등 등 - 으로 볼때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도 한미FTA를 반대하는 시민연대가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해영 교수의 말대로 양국 시민 간의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적지않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그 방법을 모색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