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상2008. 12. 20. 14:19

"대학 가면 절대로 데모하는 애들하고는 어울리지 마라"

경찰 공무원이셨던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늘상 내게 말씀하셨다. 그때는 왜 그렇게 그 말을 강조하시는지 알지 못했지만, 나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운동"하는 대학생들은 빨갱이라는 반공주의식 사고가 철저히 몸에 베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경영에 접목시킨 스포츠경영이라는 전공을 택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 그것이 내 대학생활의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 만난 사람은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었고(그땐 알지 못했지만), 난 그들과 어울리면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을 모를 때, 아는 선배가 경찰에 잡혀갔다는 소식에 무작정 경찰서로 항의 방문을 가던 때를 기억한다. 사실 방문이라기 보다는 침투에 가까울 정도로 분위기는 살벌했다. 좁은 인도변에서 우리를 가로막고 방패로 무자비하게 때리던 내 또래들과 그들 뒤에 있었던 경찰들 역시 나는 기억한다. 경찰이 수호한다고 하는 사회 질서라는 것이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지는 않는구나 하고 느꼈던 시간이다. 그 후로 여러번 나는 그들이 지키는 사회 질서와 충돌하게 되었다.

 

사회가 저절로 올바르게 굴러가지 않는다면 누군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운동"이라 부른다면 운동은 분명 필요한 것이고, 나 또한 거기서 열외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간의 의식교육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운동"이라는 말엔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진다. 노동운동이든, 시민운동이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소수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내가 운동에 더 적극적이 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렇게 운동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매도당하는 데엔 대한민국의 언론의 상당한 영향력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난 언론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나의 펜으로 나름의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보세력에게 아군이기보다 적에 가까운 언론의 진영에 들어가 적진에서 아군을 돕는 임무를 내가 해내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열심히 한다면 그 적을 아군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것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는 것은 얼마 안 지나서 깨닫게 되었지만..

 

지금은 기자라는 직업이 사회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사회에 득보다 해를 더 많이 끼칠 수도 있는 것이 기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정의로워지기 위해서는 언론부터 바로 서야한다는 것이다. 언론인이 된다면 적어도 그런 고민은 늘상 하면서 살게될 것이다. 그리고 나름의 해법을 찾아 나만의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이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