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2010. 7. 1. 11:37

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모니터보고서

.................................................................................................................................................

모니터 대상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모니터 기간 10월 1일~10월 6일


정상회담 성과는 뒷전인 채 '해프닝'에 집착한 수구신문



2007년 10월 2일 오전 9시 5분, 전 세계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2시간 여만인 11시 40분 경,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를 하며 얼굴을 맞대었다.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남북의 정상들이 두 번째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회담은 시기상으로 대통령 선거를 2달여 앞둔 점과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회담 사실이 발표됐을 때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10월 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10·4 선언)을 통해 기대 이상으로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어냈다. 10·4 선언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지배적으로 받고 있다.
한편, 이번 회담이 중요했던 만큼 국내외 언론에서도 높은 취재 열기를 보이면서 많은 양의 기사를 쏟아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10월 1일부터 6일까지 6일 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의 정상회담 보도를 모니터해 보았다.

 

1. 2007 남북 정상회담 의미 · 성과 분석 및 평가

 

①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평가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던 날부터 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에 대해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남북 경제협력이나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기대하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보수 언론에서는 일관되게 북한 핵 폐기 약속이 선행되어야 함을 주문했다.
정상회담을 앞둔 10월 1, 2일에도 보수 언론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선·중앙·동아는 ‘북핵 폐기가 선행되지 않은 평화는 한낮 구호에 불과할 것’이라며 핵문제 선 해결을 강조했다. 반면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져야 할 주요 의제에 대한 정리 및 분석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정부 역할을 제한하기도 했다. 게다가 동아일보는 10월 1일 신문에서 친북 게시물이 최근 2달 동안 급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1면 오른쪽과 4면 전면, 사설에까지 실으면서 북한에 대한 경계의식을 조장하는 편집의 악의성을 보여주었다. 다분히 정상회담의 의미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1차 정상회담에 비해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줄어든 감이 없진 않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회담에서 이전보다 한 단계 진전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필요한 의제를 제안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한 채, 북한에 대한 경계의식만 조장하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정상회담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남북 화해의 장을 마련하러 가는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시각을 표출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와 대조되는 보도 태도를 보여주었다. 한겨레신문은 10월 1일 <“평화 체제 뼈대에 경제 특구 살 붙여라”>에서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한반도 평화, 민족 공동번영, 통일 논의의 3가지 틀에서 합의 수준을 가늠해 보았다. 또한, 10월 2일 3면 기사 <정전체제 종식 주력…남북 주도 ‘평화선언’ 가시권>에서 의제별 핵심 현안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경향신문은 10월 1일 1면과 3면의 기사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해 평화벨트(가칭)’가 논의될 것을 예상하며 낙관적인 기대를 표시했다. 10월 2일 <세부 의제 사전조율 안돼 ‘성과’는 미지수>에서는 청와대가 제시한 3대 예상 의제를 분석함으로써 어떤 대화가 오고갈 것인지 예측했다. 두 신문은 국민에게 회담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②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에 대한 평가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통과한 것은 단순한 이벤트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은 종전 이후 남북 분단과 냉전의 상징으로 존재해 왔다. 다른 사람이 아닌 분단국가의 정상이 비무장한 상태로 분단 경계선을 넘어갔다고 하는 것은 앞으로 한반도 평화 체제가 실현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행사인 것이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사진과 함께 짤막한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하면서 단순 사실 전달에 그쳤다. 오히려 동아는 10월 2일 <김위원장 ‘마중 장소’가 예우수준 척도>에서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를 비롯한 방북 행보 하나하나가 북한 체제 선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서 10월 3일 ‘동아광장’ <민족은 주의(主義)를 초월하는가>에서 ‘1948년 백범 김구 선생이 남북 분단을 막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실패한 과거가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는 장면과 겹쳐져 보인다’며 정상회담의 실패를 예상하기도 했다. 회담의 성공을 위해 격려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시작도하기 전에 ‘정상회담에 재 뿌리는’ 보도를 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한겨레신문은 10월 2일 <1948년 백범이 걸은 길… 2007년 오늘 09:00 다시>에서 군사분계선 통과는 과거 김구 선생이 지나갔던 길로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10월 3일 사설 <평화는 신뢰에서 온다>에서 한반도 평화의 모습을 지구촌에 보여주는 계기를 통해 ‘평화’는 이번 회담의 주요 열쇠로서 결정적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경향신문 역시 10월 3일자 기사 <‘금단의 선’ 넘는데 54년 걸렸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걸음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최후의 냉전지대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교류 확대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했다.

 

③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평가
10월 4일 양국 정상이 발표한 남북정상선언은 남북관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한반도 평화 체제 논의에 대한 양국의 자주적, 협력적 의지를 읽을 수 있으며, 군사 안보와 경제 협력 문제의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대다수의 언론들도 남북정상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보수 언론들이 남북정상선언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기만 했다. 무조건 칭찬 일색의 평가보다는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보수 언론이 정상회담에 대해 보인 태도는 비판적이라기보다 부정하려는 것이었다. 조선·중앙·동아는 한 목소리로 북핵문제 논의가 미비한 점과 합의사항에 납북자·국군포로 문제가 담겨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이하 특별지대)는 사실상 NLL을 양보한 것이라며 깎아내리는 한편, 경제협력은 비용 문제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일면 타당성이 있고, 이는 여타 언론들도 한계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착실히 진행되어 가고 있고, 특별지대는 경제협력을 통해 안보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남북정상선언의 의미는 무시한 채, 부정적 평가로만 일관한다는 것은 올바른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그 예로 조선일보는 10월 5일 <10·4 선언 내용은 91년 기본합의서와 비슷>에서 이번 회담의 결과가 “남북기본합의서를 상당 부분 재인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의미를 낮게 평가했다. 동아일보 역시 10월 5일 <6·15도 미완인데… 버거워진 ‘합의 보따리’>에서 제1차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실천이 미비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회담의 합의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합의사항의 각 항목별 분석에서도 의미를 조명하기보다 한계점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10·4 선언 발표 직후 조선·중앙·동아가 의미를 축소하려고 주력한 것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 사항이었다. 이들은 ‘합의 사항이 지나치게 많은데 대부분 사업 비용을 남한이 대야 하는 재정 부담’이라고 초점을 맞추면서 ‘국민들에게 큰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10월 6일 <방북 경제인들 “北, 경협준비 미흡” 정부-공기업선 후속조치 쏟아내>에서 정부와 민간 사이에 상당한 시각차가 있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중앙일보는 비교적 경제협력에 대해 일부 긍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투자 측면에서 낙관적 기대를 하는 동시에 경협 비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비해 한겨레는 특별지대 설정을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동안 반복되어 왔던 군사문제 악화와 경제협력 미진의 악순환을 평화 정착과 경제협력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또 10월 5일 사설 <평화와 번영은 멀리 있지 않다>에서 “한반도와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 문제를 추진하는 데 남북이 협력해 나가기로 한 것은 남북이 평화체제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남북한 합의를 높게 평가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성실한 실천”이라며 현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이행의 토대를 쌓아줄 것을 당부했다.
경향신문도 이번 회담을 통해 군사적 문제를 경제적 공동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한반도 문제 해법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했다.
남과 북이 이번 합의대로 착실히 경제 협력을 추진하고, ‘유무상통’의 원칙에 따라 있는 것은 주고 없는 것은 받으면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나가는 것은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며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보수언론이 자주 거론하는 ‘통일비용’의 문제 역시 경제협력을 통해 상당 부분 부담을 덜 수도 있다.
하지만 보수 언론들은 10·4 선언 이행의 출발점부터 ‘이게 되겠느냐’는 식으로 폄훼하고 있다. 특히 평화정착과 남북공동번영의 토대가 될 경제협력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비용문제로 제동을 걸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보수 언론들에게는 한반도의 장기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2. 김정일 위원장을 둘러싼 추측성 보도

2박 3일의 정상회담 기간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과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을 2000년과 대조하여 건강상태를 분석하는가 하면, 김정일 위원장의 한 마디를 여러 가지 의도로 해석하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그 가운데서 특히 조선·중앙·동아는 온갖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며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노무현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평양 ‘4·25 문화회관’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은 7년 전과 다르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 또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여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 10월 3일 <김 위원장 달라진 걸음걸이… 당뇨때문인듯>에서는 김 위원장이 걸을 때 “오른쪽 무릎을 왼쪽 무릎보다 높이 들면서” 걸은 것이나, “어깨의 움직임은 고정되고 팔 동작은 힘이 없어” 보이는 것이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자세라고 분석했다. 그 외에 복부 비만과 머리카락, 피부 노화까지 김 위원장의 ‘종합 건강 진단’을 해 주었다.
중앙일보 역시 10월 3일 <화면으로 본 김 위원장 건강…>에서 전문가의 말을 빌어 “복부 비만 상태가 지속돼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이 유발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0월 5일 <김 위원장 목소리 작아지고 활기 떨어져>에서 목소리를 분석해 김 위원장의 당뇨나 심장병을 예측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고, 전문가의 의견을 통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할만한 분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행사에서 김 위원장의 ‘병명 맞추기’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언론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 게다가 중앙일보 10월 4일 <노 대통령 주최만찬에 안 나온 김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만찬에 안 나온 이유가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는 해석도 있다”며 건강이상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국 정상이 남북문제의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건강에 대한 추측성 기사를 연이어 보도한 것 또한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보수언론들의 속마음이 반영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② 김정일 국방위원장 표정 변화 관련
김정일 위원장은 어두웠던 표정의 첫째 날과는 대조적으로 둘째 날에 한층 밝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서도 보수 언론들은 온갖 추측을 내놨다. 특히 동아일보는 10월 4일 <기선제압 전략? 북 내부단속용? 남 여론 의식?>에서 김 위원장 표정 변화의 원인을 “노 대통령과 첫 만남서 근엄한 연출했을 가능성, 내부통제력 약화에 따른 ‘회담 좌지우지’ 과시 제스처, 남측의 보도 의식에 따른 행동, 실제 건강에 문제 있거나 피로 누적된 탓” 등 4가지로 분석했다. 이밖에 보수 언론들의 반응 또한 대체로 부정적이었고, 김 위원장이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억측을 전제로 했다. 하지만 남북정상선언 합의로 그 억측들이 무색해졌다.

 

③ 일정 연기 해프닝
10월 3일 오전 회담이 끝나고 김정일 위원장은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루 더 묵어갈 것을 제안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대답을 유보했다. 그리고 오후가 되자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제안을 자진 철회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 돌발 제안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난무했다. 조선일보는 10월 4일 <“하루 더 하시죠… 대통령이 결정 못합니까”>에서 “평양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이날 저녁에 있을 북한의 체제선전용 집단체조인 아리랑 관람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자 일정연기를 제안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경향신문 역시 10월 4일 <체류연장 해프닝 ‘아리랑’ 때문이었나>에서 연장 제안의 이유를 아리랑 공연과 연관시켰다. 중앙일보는 10월 4일 [김달술의 관전평] <“일정 모호성은 김정일의 기선 제압용”>에서 김달술의 말을 빌어 “본격적인 의제 논의를 하는 오후 회담 초반에 그런 이야기를 꺼내 상대를 위축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 나아가 같은 날 사설 <남북 이질성 보여준 일정 변경 소동>에서는 “이번 사태는 남북의 상호 이해 증진과 공조를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폄훼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역시 10월 4일 <김위원장 ‘게임의 룰 바꿔 주도권 잡기’ 노린 듯>에서 “미리 정해진 ‘게임의 룰’을 사전 예고 없이 바꿈으로써 노 대통령이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회담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였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회담이 “‘평화선언’ 형태의 추상적인 선언 수준의 결과물을 내고 막을 내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는 10월 4일 <‘체류연장’ 즉답 없자 거절로 판단? 의견차 심각?>에서 김 위원장의 제안과 철회의 이유가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거나 민감한 현안에서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속내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근거없는 악의적인 추측들이 양산되는 것은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일정 연장을 제의한 것에 대한 이유를 분석할 때 회담에서의 의견 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의 생각일 것이다. 그럼에도 각종 의혹을 제기한 신문들의 입장은 ‘김정일 죽이기’ 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보수 언론들이 일정 변경은 외교 관례상 상당한 결례라고 입을 모으며, 북한이 제 멋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일정 연기 제안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보수 언론들은 그들의 지나친 추측 보도가 자칫 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3. 본질에서 벗어난 ‘흠집내기 보도’

한편, 정상회담 기간 동안 중요하지 않은 사안을 부각시키면서 본질을 흐리게 하는 보도가 있었다. 이같은 보도는 대부분 정상회담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흠집내려는 악의적인 의도를 내포하고 있었다.

 

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 장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4·25 문화회관으로 영접을 나와 노무현 대통령과 마주 했다. 7년 만에 두 나라의 정상이 악수하는 감격스러운 장면이었지만 보수 언론이 주목한 것은 김 위원장의 굳은 표정과 어정쩡한 자세였다. 조선·중앙·동아는 김 위원장의 영접 장면을 2000년과 비교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태도가 시큰둥하다는 식으로 묘사했다. 또 숙소까지 동행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김 위원장이 2000년에 비해 회담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추측했다.
환영 나온 시민들의 모습 또한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동아일보는 10월 3일 <환영인파 12만명… “노무현” 연호 안 나와>에서 시민들의 숫자가 2000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고, “환영, 환영 김대중”을 외치던 지난번과는 달리 “환영, 환영 노무현”이라는 구호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시민들의 분위기를 묘사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정상회담은 양 정상 간의 형식적인 합의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10월 2일 사설 <군사분계선 넘어 평양 도착한 노대통령>에서 “김 위원장의 바뀐 영접 모습이 역설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아니겠냐는 기대를 해 본다”고 했다.
언론들은 이처럼 대조적인 보도태도를 보였지만 3일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탄생한 10·4 선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는 그야말로 ‘추측’과 ‘소설’에 불과했다.

 

② 노무현 대통령의 건강 기원 건배사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 첫날 가진 만찬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며 즉석 건배사를 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10월 3일 <“김정일 위원장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에서 “노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목에서 만찬장은 일순 고요해졌고, 북측 관계자들 가운데는 ‘남축 언론에서 문제 삼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동아도 그 장면을 중앙과 비슷하게 묘사하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시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반면, 한겨레는 10월 3일 <노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 오래 사셔야 평화” 김영남 “7년전 6·15선언은 세계사적 사변”>에서 노 대통령의 건배사는 “평화와 경협을 함께 논의할 상대로서 북쪽의 현 지도부에 대한 인정과 존중, 배려의 마음을 전달한 것”으로 평가했다. 10월 4일 <노대통령 거침없는 언행 왜?>에서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노 대통령의 즉석 건배사를 회담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전술적 발언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의 만찬 자리에서 상대국 정상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은 예우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다만 보수 언론이 탐탁지 않게 보는 것은 남북한이 현재 분단 하에 서로 대치하고 있는 적대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평화와 통일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회담이 잘 이루어질 것이 만무하다. 만찬장에서 오가는 대화를 문제시 삼는 보수 언론의 행태는 정상회담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③ 방명록의 ‘인민’ 단어 사용
노무현 대통령은 만수대 의사당에 올라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이라고 쓰는 한편, 서해갑문을 방문해서는 “인민은 위대하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이 ‘인민’이라는 단어를 두 번 사용한 것에 대해 중앙일보는 10월 4일 칼럼 ‘분수대’ <인민>에서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간혹 잊는 듯한 노 대통령의 행보가 염려”스럽다며 이는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10월 4일 <노대통령 거침없는 언행 왜?>에서 노 대통령의 방명록을 “정상회담을 하는 마당에 북한 체제와 최고 지도자를 인정하는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의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자주 쓰이지 않기 때문에 생소할 수 있고 북 체제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국을 방문한 정상이 상대국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외교의 기술이다. 따지고 보면 북측의 ‘인민’은 남측의 ‘국민’에 해당하는 말이니 적절하게 사용했다고 할 수 있다.

 

④ 아리랑 공연 관람
노무현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 또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정상회담 개최 전부터 조선·중앙·동아는 노무현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을 두고 ‘아리랑은 북한 아동 학대의 결정판’이라며 맹렬하게 비난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공연 중 노 대통령이 두 차례 기립박수를 보낸 것을 향해 화살의 방향을 돌렸다.
조선일보 10월 4일 <노대통령 기립박수 순간 ‘김일성 찬양’ 카드섹션>은 노 대통령이 기립해 박수를 치는 순간 “아버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구호가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두 번째 기립박수 때에는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카드섹션에서는 ‘21세기 태양은 누리를 밝힌다. 아, 김일성 장군’이라는 구호가 나타났다. 이어 노 대통령이 박수를 치는 도중 ‘무궁번영하라 김일성 조선이여’라는 구호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마치 노 대통령이 김일성 전 주석을 찬양한 것처럼 상황을 왜곡시켜 묘사한 것이다. 한편, 중앙일보는 10월 5일 사설 <정상회담 원칙부터 바로 세워라>에서 “이러한 부적절한 처신과 경우 없는 돌출 행동이 계속되는 데도 회담 정례화를 지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리랑 공연이 ‘북의 체제 찬양’ 등으로 논란이 많았다는 것을 노 대통령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체제를 인정함으로써 회담의 성과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관람을 결정한 것이다. 공연 도중 기립박수를 친 것도 공연에 초청받은 것에 대한 예의 차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고, 기립박수를 쳤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데 이용당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니터를 마치며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언론은 노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에 대해 주목하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이상의 모니터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도 수많은 해석이 엇갈렸다. 아쉬운 점은 전반적으로, 정상회담 논의 내용보다 부수적인 행사에서의 해프닝에 대해 보도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중앙·동아는 북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악의적인 추측 및 해석 보도의 선봉 역할을 자처했다. 정상회담 전에는 ‘선 핵폐기’를 거론하며 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한편, 정상회담 기간 동안 양국 정상의 표정과 행동,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시비를 걸면서 정작 중요한 논의 내용은 묻히게 만들었다.
반면 한겨레·경향은 이번 회담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기대를 드러냈고, 정상회담 기간 동안에는 회담의 성공적 성사와 회담의 의미를 손상시키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제2차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약속한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여전히 10·4 선언을 흠집내기 위해 온갖 시빗거리를 제기하며 온 사회를 들쑤시고 있다. 남북 화해와 공동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시점에서 아직도 냉전적 이데올로기를 버리지 못하는 보수 언론들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대세다. 보수언론들이 계속해서 시대 흐름을 외면하고 대결적 사고방식으로 과거에 안주하려 한다면 결코 ‘수구’라는 딱지를 떼지 못할 것이다. <끝><정리 : 이혁진>



2007년 10월 2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