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상2008. 12. 20. 13:54

차마 말씀 못드렸어요.

애초에 기대하지 말자며 엄마 역시 제게 물어보지 않으신 것 같지만요.

혹시라도 잘 나오면 놀래켜 드리려고 했는데, 역시 결과는 냉정하네요.

오늘 누나 생일이고 해서 최대한 티 안내려고 노력했어요.

다행히 엄마는 이미 잊어버리고 계신 것 같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웃다가 방에 들어와보니,

"죄송하다"는 말이 목덜미까지 차오르네요.

 

요즘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제 비위 맞추시느라 아무런 말씀 없으신 것 알아요.

술 처먹고 새벽에 들어와도, 아침 10시까지 침대에서 나올 생각 안 해도,

항상 엄마는 지가 알아서 하겠거니 하시잖아요.

혹시라도 제 기분 상할까봐 이젠 언론사 관련된 얘기는 제 앞에서 꺼내지도 않으시고,

앞으로 뭐할거니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하루종일 엄마와 집에 같이 있을 때에도,

방에 처박혀 나오지도 않고 뭘 하는지 궁금한데 물어보지도 못하시고요.

엄마하고 얘기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고요.

그냥 좀.. 죄송해서 그래요..

 

오늘로서 올해 언론사 시험에서 모두 낙방하게 되었네요.

제가 인정하기 싫은 것보다 엄마가 훨씬 인정하기 싫은 것 알아요.

그렇게 잘난 아들이었는데.. 다른 엄마들에게 얼른 자랑하고 싶었는데..

자꾸 제가 저 믿으라고 그래도 이젠 솔직히 좀 걱정되시죠?

얘가 취직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솔직히 저도 많이 불안해요.

이런 불안한 마음 엄마한테 털어놓으면서 어리광도 부리고 싶어요.

아직 엄마 아들 나이만큼 성숙하진 못했거든요.

 

다시 마음 다잡을게요.

조만간 잘 웃고, 얘기도 많이 하는 아들의 모습으로 돌아올게요.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