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작문2008. 12. 20. 14:47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것만 같던 일이 뉴욕의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타가 비행기 테러로 인해 무너져내린 것이다. 전 세계인들을 경악케 한 이 사건으로 '테러와의 전쟁'은 인류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은 그 선봉을 자임하며 테러조직의 근원지라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테러 조직과의 동조를 의미했다.

 

9.11 테러 후 6년이 흐르는 동안, 미국은 과연 전 세계인들을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있을까?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反) 테러리즘'을 외치며 경찰국가 노릇을 해온 미국이 그동안 자행해 온 인권유린의 실태를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찮게 아프간에 갔다가 테러범으로 몰려 수년간 인권침해를 당해야 했던 아랍계 영국 청년 4명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는 방식이나 포로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또 하나의 '테러'를 보는 듯하다.

 

오사마 빈 라덴을 주축으로 하는 '알 카이다' 조직과 이를 돕는 탈레반 군을 축출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무차별 폭격을 감행했다. 실제로 폭격을 당해 피해를 본 사상자들은 탈레반이 아닌 아프간에 있던 일반 국민 내지 외국인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 역시 잠시 아프간에 왔다가 미국-아프간 연합군에 잡혀 포로가 되었고, 탈레반, 알 카이다와의 관련성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한다. 매일 고문과 협박에 시달리지만 3년여의 시간동안 끈질기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결국 무혐의로 풀려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쿠바의 관타나모로 끌려가고,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는 동안 그들은 동물과 같은 취급을 당했다. 영화 속에 드러난 미국 포로 수용소의 실태는 미국이 주장하는 '반테러리즘'의 허구를 보여준다. 몇년이 지나도록 미국은 그들이 말하는 '주적' 오사마 빈 라덴을 잡지 못했다. 대신 몇 천명의 포로들을 잡아서 갖은 협박과 고문을 통해 정보를 캐내려 사고 있다.

 

포로의 대부분이 무슬림이었고, 미군은 그들이 가진 종교 역시 탄압했다. 영화 속에서 미군은 포로들에게서 이슬람교의 '성경'인 코란을 압수하고, 이슬람 신에 대한 경배를 금지하는 등 종교적인 탄압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이슬람교에 대한 전쟁이 아닌 일부 테러조직에 대한 응징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말에 반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함께 미국 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 사상의 제국주의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한다.

 

9.11 테러는 분명 인류의 큰 비극이었고,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감행한 아프간,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사망자에 대해 미국이 반성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평범한 사람을 비극의 길로 가게 만들고 있는 미국 정부의 태도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영화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평화를 위한 길'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