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상2008. 12. 20. 14:50

"형아,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반기신다.

 

'형아'. 내가 일하는 건물을 청소하시는 한 아주머니가 날 부르는 호칭이다. 아주머니를 처음 봤을 땐 죄송하지만 한국 사람이기보다는 동남아시아 사람처럼 보였다. 나를 '형아'라고 부를 때에는 '한국말이 서투른가 보다'하고 확신하기까지 했다.

 

일한지도 1달이 되어가면서, 이젠 아주머니의 '형아'하고 부르는 소리는 익숙해졌다. 내가 일하는 층을 담당하시는 분이라 매일 마주치는데, 언제나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시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근무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빵, 우유를 들고 점심 대신 하려던 참에, 아주머니도 휴게실에서 의자에 몸을 기대고 계셨다. 아주머니는 조금 민망한 기색을 보이며,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잠깐 쉬는 중이었어. 곧 점심시간이야." 내가 관리자도 아닌데 눈치를 보며 말씀하신다. 그리고는 빵, 우유를 먹는 내게 "고것 먹고 어떻게 일하려고 그래"하며 걱정을 해 주신다.

 

"제가 하는 일이 있나요 뭘" 멋쩍은 웃음을 지어본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아주머니에 비하면 '거저 먹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시간당 받는 돈은 아주머니와 비슷하다는 것을 얘기 중에 알게 되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반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쉬는 시간이 없는 고된 일상이지만, 아주머니는 늘 웃으면서 일하신다.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이것도 하고 싶어서 줄 서있는 아줌마들이 많다고, 자기는 그나마 나은 거라고 하신다. 어머니뻘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안쓰러워 말을 잊지 못했다.

 

대화도 잠시, 나는 일하러, 아주머니는 점심드시러 가야했다. 사무실에 들어서 먼저 분쇄기 통을 확인했다. 아주머니가 가끔 꽉 차있을때 비워달라며 부탁하던 것이 떠올랐다. 통을 비우면서, "형아, 내가 할라구 했는데, 미안하게.."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내가 아주머니를 안쓰러워 하는 것도, 용역업체의 고용 체계를 지적하는 것도, 좀 배웠다는 자의 오만함같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머니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머니와 서로 도와서 수고를 덜어드리는 일이다. 나는 아주머니와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