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상2008. 12. 20. 14:48

신문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아주 '특별한' 졸업식에 대한 기사였다. 서울 강서구 등촌 3동의 강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1달간의 '휴대전화 교육'을 실시한 후 수료식을 하는 자리였다. 인터뷰를 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은 '폰카'도 찍고,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순간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몇달 전인가, 할아버지께서 새로 사신 휴대폰을 들고 오시더니, 문자메시지가 많이 왔는데 보는 방법을 모르시겠다며 나에게 물으셨다. 귀찮게 느낀 나는 대충 이런 식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지만, 못 알아들으셔서 그냥 문자 메시지를 다 지워버린 적이 있다. 내 설명을 못 알아들으신 할아버지는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어쩌면 나에게 말붙일 구실로 물어보셨는지도 모르겠다.

 

기사에 따르면, 이젠 휴대폰 교육을 여러 복지관으로 확대해서 이어간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복지관을 통해서 휴대폰 사용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한편 씁쓸하기도 하다. 당신들도 분명 자식들이 있을텐데 말이다. 어떤 사회복지 제도보다 최고로 좋은 것은 자식들이 부모님 복지를 책임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식들이 그런 능력이 없을 땐 국가가 지원해줘야 하겠지만 말이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핸드폰을 전화하고 받는 것으로만 사용하신다. 얼마전엔 액정이 고장났는데도 자식들이 A/S 맡기는 것을 미적미적하느라 꽤나 불편하셨을 것이다. 할아버지 댁에 가면 제일 먼저 휴대폰 사용법을 알려드려야겠다. 그 덕분에 무뚝뚝한 손주와 긴 얘기도 하실 수 있도록 말동무가 되어드려야겠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