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딸기맛, 바나나맛 종류의 우유를 좋아라 했었는데, 이 놈의 식성은 좀처럼 변하지가 않나보다. 매일 지하철을 탈 때마다, 편의점을 지나칠 때마다 다가오는 딸기우유의 유혹은 좀처럼 뿌리치기 힘들다.
가격은 1000원에 100원 모자른 900원.
매일 이돈을 쓴다는 건 학생인 나로서는 적은 지출이 아니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우유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잊어버리고 만다.
또 하나 매일 다가오는 1000원의 유혹이 있다.
지하철에서 매일 마주치는 구걸하는 분들의 손인데, 이 유혹은 내게 별로 강하게 다가오질 않나보다. 그 사람의 생김새나 행동거지를 보고 진짜 어려운 사람인지 의심부터 하니 말이다. 한창 이것저것 재보는 사이에 그 분들은 벌써 다음 칸으로 넘어간다. 100원을 더 써야 해서 그럴까.. 우유를 살 때랑 참 대조되게 신중한 자세다.
항상 주위를 둘러보면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내 뱃속부터 챙기는 나는 어쩔수 없는 속물이란 생각이 든다. 학생에게 하루 1000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우유사는 마음으로 1000원이 더 필요한 사람을 위해 쓸 수도 있는 것을.
하루 1000원씩만 귀하게 쓰기. 이것이 그 어떤 정치적 구호나 운동보다 어쩌면 더 값진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 하루.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힘내시라고 로얄디 500원,
지하철에서 구걸하시는 분께 500원,
오늘은 1000원 귀하게 썼다.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