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저절로 눈이 뜨인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내 얼굴을 보았다.
약간 상기된, 뭔가 비장한 표정.
군대에서 휴가가던 날의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렇게 깨기 싫은 아침이지만 휴가가는 날 만큼은 저절로 눈이 떠지는 거였다.
일어나자마자 무언가 알수없는 벅찬 마음과 비장한 각오를 갖고
열심히 세수와 양치를 했다.
오늘의 내 모습, 내 기분,
왠진 모르겠지만 그때와 비슷하다.
이젠 시험 따윈 긴장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일까.
아니면 이미 마음속에서 올해 내 목표를 저 멀리 보낸 것일까.
어쨋든 시험 앞두고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는 태도 만큼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올해 마지막 시험이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오지도, 오랫동안 달려오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결승선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이미 결승선에 들어가있는 선수들과, 지금 나와 함께 달리고 있는 선수들, 어쩌면 내년에 함께 달리게 될 선수들,
가끔은 이 선수들과 같이 달리고 있는 것만으로 벅찰 때도 있다.
결승선을 보고 달릴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할 때도 있다.
최선을 다하자.
제한된 등수 안에 못들더라도 열심히 달려서 완주하자.
달릴수록 기록은 나아지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