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 이슈2009. 2. 16. 08:16

사람의 머리나 가슴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또 터졌다. 논리도 사리도 없고, 이해도 인식도 불가능한 흉흉한 일이다. 이 작고 좁은 나라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최근 한 해만큼 그런 일이 끊이지 않은 적이 또 있었을까? 그런 가운데 마치 그 극단의 상징인 양, 도저히 억울해 그냥 쫓겨날 수 없다고 외치는 가난한 주민들을, 토건업자와 경찰과 용역업체가 흉포한 폭도로 간주하고 쫓아내기 위해 서로 때리고 불 지르다가 결국은 여섯 명이나 죽고 수십 명이 부상한데다가 그 희생자들이 잡혀가기까지 하는 흉측한 사건이 터졌다. 그런 철거 사건이 처음으로 터진 1960년대에도 그렇게 죽고 부상하지는 않았는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왜 이렇게 흉측하게 변한, 똑같은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가? 폭도라는 이유로 살해된 광주학살과 무엇이 다른가? 전쟁 때의 민간학살과 무엇이 다른가? 역사는 정말 거꾸로 가는 것일까?

 

게다가 그 반세기 동안 그렇게 발전하고 성장했다는데도, 억울하다고 외치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법도 정부기관도 없이, 그들을 이해하려는 이웃도 없이, 그들과 대화로 풀어보려는 당사자도 없이, 오로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철거에 의한 살인과 부상만이 있음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그 엄청난 사건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 우리가 같은 인간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게다가 그런 사건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터질 수 있어 우리는 세월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용산참사에 책임지는 사람 없어

 

이런 끔찍한 사건이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쉽게 터질 수 있는 다반사라니 도대체 우리는 인간인가, 아니면 죽기 위해 사는 막장의 막나가는 망나니들인가? 지난 반세기의 역사란 누구를 위한 무엇이란 말인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사건이 저 흉물 재개발 고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일어났다는 사실에 모두가 무감각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미 사람이 사는 집, 인간이 태어나 자라고 사랑하고 아이를 키우고 병들고 죽는 등등, 사람의 삶을 오롯이 담는 추억의 고향집이 아니라, 오로지 투기의 집, 재개발의 집일 뿐인데도, 그런 집을 지어 돈 버는 데 미쳐, 그것으로 인해 누가 억울하게 쫓겨나든 죽든 말든 무관하게, 가능하면 짧은 몇 년 만에 계속 재개발을 반복하기 위해 철거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저 흉측한 자본주의 인심이다. 저 흉물 고급 고층 아파트는 20~21세기를 산 한국인들이 후손과 세계에 남길 세계 유일의 흉측한 유산, 세계흉물유산 제1호로 기록되고, 그 사이 만약 통일이 된다면 남북한 모두 고층 아파트밖에 볼 수 없는 세계 유일의 흉측한 자연파괴지대로 기록될 것이다. 게다가 그 역사에 용산 참사를 비롯한 흉사들이 처절하게 기록될 텐데 우리는 언제까지도 이런 짓을 계속할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오로지 생존을 외치는 사람들을 그렇게 무참하게 죽게 했다니 이 정부는 도대체 저 시멘트 흉물, 돈벌이 흉물 외에 무엇을 위한 정부란 말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용산 참사는 ‘뉴 타운’ 재개발이란 흉물을 시작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부터 비롯됐다. 그를 서울시장으로 뽑고, 다시 대통령으로 뽑은 잘못으로 저렇게 사람들이 결국은 불타 죽었다.

 

무엇을 위한 정부인지 이해못해

 

법은커녕 대화 한 차례도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이명박 대통령식 철거로 인해, 그리고 그 철거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처단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의 이명박 대통령식 밀어붙이기에 의해 사람들이 죽었다. 그 모든 것이 이명박 대통령식의 특유한 오만과 독선, 천박과 경망의 결과이지만 대통령은 물론 장관도 경찰청장도 누구도 책임진다는 말이 없고 진상조사를 했다는 검찰은 철거민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 대통령도 장관도 경찰청장도 직접 불을 지르지도 주민들을 불태워 죽이지도 않았음은 안다. 그게 다인가? 그런 재개발 사업으로 죽기 싫으면 나처럼 시골에서 사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저 흉악하고 흉측한 흉물들과는 무관하게 살아야 최소한 인간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계속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명색이 교수라는 나도 사이코패스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박홍규 영남대교수·법학>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