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작문2008. 12. 20. 15:12

<동아>에게 평화와 통일을 기대하는 것은 허망한가

동아일보에게서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것은 진정 ‘허망’한 것인가.

지난 8일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를 발표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합의가 발표되자마자 수구보수신문들은 앞다투어 ‘정상회담 흔들기’에 나섰다. 특히 동아일보의 8월 9일자 사설 <6·15 그리고 7년, 감격은 허망했다>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무산시키기 위해서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7년간의 남북관계의 진전 등을 모두 무시했다. 또한 우리 민주화운동을 ‘북의 선전에 놀아난’ 것으로 폄훼시키고, 미국에 대한 사대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동아일보의 이 사설을 8월의 나쁜 사설(칼럼)로 선정했다.

사설은 먼저 “(1차 남북정상회담의) 감격과 환호는 허망함으로 바뀌었다”며 1차 정상회담의 의미와 결과를 무시했다. 지난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은 분단 이후, 남북의 정상이 처음 만났다는 자체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남북 평화협력과 발전을 비롯한 포괄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며 남북관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2002년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의 교전이나 2003년과 2006년 북핵 위기는 한반도를 갈등의 국면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인적교류와 교역이 크게 늘어나는 등의 가시적 성과가 있었으며, 7년간 보이지 않게 쌓아온 신뢰는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 낸 원동력이 되었다.

실제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2차 남북정상회담이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국민적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하며, 이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7년간의 남북 갈등이 제1차 정상회담의 실패 때문이라는 사설의 평가는 북미관계 및 국제 정세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이다.

한편 사설은 그동안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지겹게 반복해온 수구보수신문의 ‘대북 퍼주기론’을 또 다시 반복했다. 사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북의 볼모가 돼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퍼주다시피 했다”고 주장했으며, “북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 남북협력기금에서 나간 돈만 5조 5000억 원에 이른다”며 당장 눈앞의 이익과 비용에만 몰두한 채 남북의 교류협력을 흠집내는 데 골몰했다.

그러나 북의 어려운 식량 사정을 감안한다면 식량과 비료 지원은 여력이 되는 한 같은 동포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인도적 조치다. 하물며 같은 민족이 아닐뿐더러 반세기 넘게 북과 적대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는 미국조차도 북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대규모 식량지원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남북경협에 드는 비용을 ‘퍼주기’라고 명하는 것도 다분히 악의적이다. 보수신문들이 경협 분야에서 ‘대북 퍼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 개성공단의 경우 점차 흑자를 내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남과 북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모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SOC 등 북의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는 비용 또한 장기적으로 남북 경제공동체를 꾸려나가는 데 이익이 되면 됐지, 절대 ‘퍼주기’라 부를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사설은 또 북측 자체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북측이) 우리 사회를 반미 투쟁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북은 우리 사회의 친북좌파 단체와 인사들을 동원해 끊임없이 분열과 혼란을 획책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정확한 근거와 이성적인 접근방식도 없이 단순히 북에 대한 적대감을 생각나는 대로 내뱉은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사설은 1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지켜지지 않았고,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가 미해결되었으며, “이산가족 상봉은 북이 남측에서 쌀과 비료를 받아내기 위한 ‘생색내기 이벤트’로 활용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차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은 미해결된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쳤어야 한다. 여기서 ‘이산가족 상봉’까지 평가절하한 것은 당사자들에게는 분단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숙원해 왔던 절실한 만남의 의미를 외면하는 것이며, 북에 대한 감정적인 비난에 가깝다.

한편 동아일보의 이러한 주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친북좌파와 북측과의 연대’로, 민주화운동 진영을 ‘북의 분열과 혼란 획책에 놀아난 사람들’로 폄훼한 것이다. 그간 동아일보는 전교조 등의 시민단체나 일부 진보적인 정치 인사들을 ‘친북좌파’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사설에서도 우리 정부에 대해서 “(북한의 주장에 대해) ‘자주’로 맞장구를 침으로써 한미동맹의 이완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자주 국방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을 “북이 “쾌재를 부를 만”한 일”이라고 들먹이며 “(우리 정권이)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동아일보는 미국의 정책에 대해 합리적인 반대의견을 표시하거나, 한미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이는 모두 ‘반미’이며 ‘북측의 획책에 놀아난 것’이라고 몰아붙일 셈이며,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일마저 ‘한미동맹’을 깨는 일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동아일보는 더 이상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민주화운동 진영은 ‘친북좌파’라는 식의 색깔론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대적 태도와 이분법적이며 단세포적인 주장은 더 이상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정리·이혁진>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