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상2009. 1. 1. 12:44

올 겨울들어 유난히 추웠던 12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여느 해 같으면 일찌감치 할아버지 댁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겠지만,
2008년의 마지막날은 조금 특별했다.

평소에도 잘 보지않던 영화를 마지막 날에 본 것도 그렇고,
언론노조 파업을 지지한다고 모여서 보신각 앞까지 간 것도 그렇다.

민언련 분과활동을 같이 하는 친구가 공짜로 보여준 영화는 <이스트 프라미스>
미리 살펴본 줄거리에서 기대한 것과는 달리 영화 전개가 좀 지루하고, 긴장감이 떨어졌다.
오로지 인상에 남는 것은 남자 주인공이 욕탕에서 벌인 결투신.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고 그 친구와 함께 프레스센터로 향했다.

이미 프레스센터에는 언론노조 분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있었다.
나는 민언련 깃발을 찾아 무리속으로 들어갔지만,
오늘 깃발을 만들어 모이자고 했던 <아랑 언론고시 카페> 사람들도 보여 반가웠다.
박석운 대표님을 비롯한 민언련 사람들과 함께
유인물과 손피켓, 스티커, 연필 등을 들고 선전전을 시작했다.

전에 몇번 해본 것이지만 선전전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가슴 앞으로 내미는 손을 매정하게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
다가가기도 전에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
내가 굳게 믿고 있는 것을 전달하려 하는 것인데도 참 용기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간혹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었다.
한편, 종로 여기저기서 MB아웃을 외쳐대며 손피켓을 들고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젠 MB를 씹는 것도 국민 스포츠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때와는 달리 좀 위험한 분위기인 것 같아서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반면 경찰들의 대응은 갈수록 거꾸로 가는 것만 같아서 더욱 화가 났다.
종로 중심가 골목을 틀어막고 손피켓은 반입이 안된다며,
(어디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길거리에서 반입이 안된다니 뭥미?)
사람들 전체를 일일이 검문하는 가 하면,
보신각 근처 횡단보도 전체를 가로막고 길가던 시민들 다 붙잡아 두기도 했다.
보신각 근처에서 사람들이 반 정부 메시지 담긴 피켓을 들고 TV에 나오는 모습을 원치 않아서 였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잘 했으면 사람들이 해의 마지막 날까지 길거리로 나왔을까..

타종 행사는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집에 가는 길까지 틀어막고 있는 경찰들 때문에 한참을 돌아내려가면서,
올해에도 참 시끄러울 일 많을 것 같고, 몸조심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