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2010. 6. 30. 11:00

총선쟁점으로 떠오른 ‘대운하’, 언론은 여전히 ‘유구무언(有口無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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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
모니터 기간
2008년 3월 31일 - 4월 5일


1. 들어가면서

‘대운하’는 단순히 새 물길을 트는 일이 아니다. 산천 곳곳을 깎아 수억 년간 보존돼온 한반도의 지형을 바꾸는 작업이다. 대운하 건설의 본격 추진에 앞서 국민 여론 수렴이 선행돼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동아일보·KRC가 3월 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운하를 반대한다는 응답은 57.4%였던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32%에 그쳤다. 여기다가 최근 언론을 통해 정부가 밀실에서 대운하를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추진하고 있음이 밝혀져 대운하 건설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의지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은 국가적 이슈를 선거 의제로 설정하고, 심층보도를 통해 사안의 본질을 알리려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 언론은 국민들이 대운하 건설의 찬-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충실한 정보를 제공해야 마땅하다. 2008총선미디어연대는 총선정국에서 언론이 책무를 다하고 있는 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 1차에 이어 3월 31일부터 4월 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신문)를 대상으로 대운하 관련 기사를 분석해봤다.

 

1. 대운하 관련 기사의 기사량 분석

 

‘한겨레 32 vs 동아 4’


'32:4'. 대운하 관련 보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겨레와 가장 소극적이었던 동아일보의 보도량을 비교한 수치다.(<표 1>참고) 한겨레는 6일에 걸쳐 총 32건(일평균 5.3건)의 기사를 내보내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다. 경향신문이 31건(일평균 5.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동아일보는 같은 기간 동안 한겨레의 1/8 가량인 4건(일평균 0.7건)의 보도를 내는데 그쳤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각각 8건과 5건의 기사만을 내보내 ‘대운하’보도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으며, 8건을 보도한 서울신문 역시 보도량에 있어 보수신문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보도 태도는 야당들의 ‘반(反)대운하 연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대운하’건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등 ‘대운하’ 문제가 총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 받을 만하다.


2. 대운하 관련 기사의 비중 분석

모니터 기간 각 신문들이 내보낸 ‘대운하’ 관련 보도의 찬-반 입장전달 비중을 5가지 유형으로 나눠 살펴보았다. (<표 2> 참고)


동아, 대운하 보도 ‘어물쩍’
‘대운하’ 보도에 있어 가장 적은 보도량을 보였던 동아일보의 소극적 태도는 기사 비중 분석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4월 1일 <이 대통령 “대운하, 전문가 의견 모아 논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통령의 입장 전달에만 치중한 것을 비롯해 ‘대운하’ 관련 총 4건의 보도 중 2건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동아일보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의(<“대운하 반대" 57.4% "찬성” 32%> (4월 1일))를 거스르는 것으로, 여당에 불리한 ‘대운하’ 정책이 여론의 입길에 오르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중앙·조선·서울, 미온적 보도에 그쳐


중앙일보는 1면을 통해 2차례(3월 31일· 4월 1일) ‘대운하’ 보도를 내보냈지만, 반대 측 입장을 25%의 비중으로 전달하는데 그쳤다. 반면 조선일보는 반대 측 입장 서술에 보도의 상당부분을 할애했지만(80%)했지만, 3월 31일 단 하루 1면에 다뤄진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면인 5, 6면에서 다뤘다.
서울신문은 대체적으로 찬-반 양측의 입장을 한 기사에 함께 녹여 쓰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3월 31일 하루 1면 보도를 했을 뿐 그 외에는 대운하 이슈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 경향, 반대 여론 전달에 적극적인 보도태도 인상적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반대 측 입장을 전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한겨레는 32건의 ‘대운하’ 관련보도 중 26건(81.3%)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 사흘(3월 31일, 4월 1일, 4월 4일)에 걸쳐 관련소식을 1면 보도했으며, 3월 31일과 4월 2일에는 후속 한 개 면(각각 3면과 9면)을 모두 할애해 ‘대운하’ 정책을 비판적 어조로 보도했다. ‘대운하’에 대한 경향신문의 비판적 보도 태도 역시 돋보였다. 경향신문은 31건의 관련보도 중 16건 (51.6%)의 기사를 통해 운하건설에 대한 비판을 전했다. 두 신문은 적극적 보도를 통해 ‘대운하’ 정책을 총선 쟁점화하려 애쓰는 동시에, 운하건설에 대한 비판 여론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여, ‘대운하’ 문제의 선거쟁점화를 꺼려하는 듯한 다른 신문들과는 대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3. ‘대운하’를 총선의 ‘주요의제화’ 하기 위한 노력 여부


동아·조선, ‘대운하’ 이슈를 정책으로 축소·왜곡 보도
동아일보는 ‘대운하’문제를 총선의 주요의제로 설정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한 정쟁의 대상으로 몰고 가 ‘대운하’가 선거에 미칠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와 같은 동아일보의 태도는 4월 1일 지면에 실린 자체여론조사 결과 보도 <“대운하 반대” 57.4% “찬성” 32%>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기사에서 기자(박민혁 기자)는 여론조사 기관인 코리아리서치(KRC)측의 목소리를 빌려 “총선에서 ‘대운하’가 최대 이슈로 부각될 경우 한나라당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운하’를 야당들의 단순한 총선 전략 일부로 축소·왜곡 보도한 것이다.
조선일보 역시 ‘대운하’를 총선의 주요 아젠다로 설정하고자 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운하’ 문제 보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다른 신문들과는 대조적인 조선일보의 태도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야당의 입장을 그대로 드러내는 기사들을 지면화하면서 궁극적으로 ‘대운하’를 정쟁이나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축소하려 한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 점은 3월 31일 1면 기사 <野 “대운하 반대” 총선 쟁점화>에서 잘 드러난다. 기자는 기사에서 ‘대운하’가 총선의 이슈로 떠오른 것이 야당 측의 문제제기 때문인 것처럼 다루고 있었다.
 

중앙, 칼럼에선 ‘쟁점화’ 기사에선 ‘정쟁화’ 오락가락 보도


중앙일보는 ‘대운하’ 보도에 있어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3월 31일 중앙시평 <말로만 머슴>에서는 이근식 경실련 대표의 말을 빌려 “한반도 대운하는 현재 시대에 적절치 못한 정책이며 이를 추진하려면 총선에서 국민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 칼럼리스트의 의견을 싣는 형식이었지만, 한정된 지면을 내줬다는 데서 중앙일보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4월 4일 중앙시평 <원하는 것, 필요한 것>에서는 대운하 정책이 FTA나 교육 경쟁력 강화, 국민연금 같은 다른 이슈에 비해서 원하는 주체도 불분명하고, 필요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빨리 손 털고 정말 필요한 데 힘을 쏟는 것, 이게 국정 운영의 당연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 같은 의견기사와 달리 일반 기사에서는 칼럼과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3월 31일 1면 기사 <대운하 ‘총선 이슈’ 급부상>과 5면 기사 <“대운하 막게 야당 살려달라” “검토조차 하지 말란 말이냐”>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야당이 선거 막판에 판세를 뒤엎기 위해 설정한 이슈로 치부했다. 물론 야당에서 ‘대운하 정책’을 선거 전략으로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의 칼럼에서는 정치적인 손익을 떠나 ‘한반도 대운하’가 총선 이슈로서 부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 의견은 대다수 사회 구성원의 요구이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정부·국회가 중심이 돼 추진될 것이 분명하며, 총선은 이를 주도할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를 선거 공약에서 제외하고, 은폐하려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마땅히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위 두 기사를 통해 중앙일보는 대운하를 정치적 공방의 도구로 치부하고, 기사의 제목에서도 여당과 야당의 목소리를 대등하게 실음으로써 국민들에게 여느 이슈와 같이 여·야가 공허한 정쟁만 되풀이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도록 보도하고 있다. 기사 내용에서도 야당의 공조와 공세를 강조할 뿐 정작 ‘대운하’가 총선 이슈로 등장할 필요성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칼럼과 기사에서 드러나는 이중적 태도로 추측컨데, 중앙일보는 ‘한반도 대운하’ 정책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대운하’에 의해 총선에서 타격 받기는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신문도 사설·칼럼에서는 대운하 정식공약으로 내세울 것 강조, 기사는 미적지근한 태도


서울신문은 ‘대운하’ 문제를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할 중요 이슈로서 간주하고 있었다. 동시에 의견 수렴 방법 중 하나가 총선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3월 31일자 지면에 실린 사설<대운하 떳떳이 국민 뜻 물어라>에서도 한나라당이 ‘대운하 건설’을 정식 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운하를 하려면 특별법이 있어야 한다. 이 법 제정은 18대 국회의 몫이다. 당연히 총선에서 대운하 찬반을 물어야 한다”며 대운하가 총선에서 이슈화돼야 하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했다. 4월 3일 <기고/대운하, 과학계가 목소리를 내야>에서는 과학계가 지금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제시해야 하고, 그 시기는 총선이 이루어지기 전인 지금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4월 4일 30면 <데스크 시각/행정수도와 한반도 대운하>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국민투표 없이 밀어붙이다가 국론만 분열시킨 사례를 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 한반도 대운하 정책 시행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럼은 꼭 총선을 통해서 대운하를 심판해야 한다고 명토 박고 있진 않지만, 국민의 뜻을 묻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서울신문은 사설과 칼럼에서 ‘한반도 대운하’가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할 정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를 통해 ‘대운하’를 총선 아젠다로 설정하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였다. 3월 31일 하루 1면 보도(<대운하 ‘뜨거운감자’>)를 했을 뿐 그 외에서는 ‘대운하’ 이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로 볼 때, 서울신문은 ‘대운하’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한 정책임에는 동의하지만 총선 이슈로서 부각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한겨레· 경향, 대운화 총선 의제화에 적극적 행보


‘대운하’를 총선 의제화하기 위해 가장 노력한 곳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과반의 국민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된 총선 공약을 찾아볼 수 없음을 비판했다. 또한 ‘대운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 단체의 동향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총선 주요 의제로서 ‘대운하’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4월 3일자 3면 [총선 D-6] <당은 정책 실종…후보는 ‘묻지마 공약’>에서 한겨레는 ‘대운하’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정책대결과 토론 없는 4.9총선을 지적하면서 이는 쟁점을 회피하려는 여당과 야성을 갖추지 못한 야당의 ‘합작품’이라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3월 31일자 1면 <‘밀실 대운하’ 쟁점화…“총선서 찬반 묻자”>또한 대운하 건설을 ‘총선 뒤 추진’하려는 정부의 방침을 지적했다. 기사는 진보신당 등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반(反) 대운하 연대’추진 움직임과 ‘총선에서 대운하 건설 공약으로 내걸고 찬반을 묻자’는 주장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반도대운하 건설’의 핵심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배제되기 쉬운 시민사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려는 노력은 언론의 마땅한 책무이다. 그런 면에서 시민사회 단체와 학계, 총선 지역구의 ‘대운하’ 반대 여론을 알리려는 한겨레의 보도 태도는 긍정적으로 평할 수 있다. 4월 1일자 6면 <천주교 인천교구 “대운하 반대” /내일 시국미사…서명운동까지>, 4월 2일 사설 <“강은 강대로 흐르게 하라”>, 같은 날 14면의 <총선후보 ‘10대 환경공약’ 제안... 대전시민단체, 후보 32명에>, <“경부대운하 건설 반대한다”>, 10면의 <대운하 안된다’ 언론계 100인 선언>은 ‘대운하’라는 주요 이슈의 중심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보도라고 분류할 수 있다.
경향신문 또한 많은 기사에 대운하를 총선 이슈로 가져가야 한다는 요지를 담아 보도했다. 4월 5일자 5면 기사 <민주 “살려달라” 읍소작전... 수도권 총출격>과 같은 날 6면 기사 <“과반 이루자, 투표합시다, 번호 알려라”>를 통해 대운하를 선거 쟁점화 하려는 움직임을 전했다.

 

4. 심층적인 대운하 정보 제공 여부

대운하를 다룬 기사 유형을 9가지로 분류· 분석해 살펴보았다. (<표 4> 참고)

조선· 중앙· 동아· 서울, 대운하 본질은 ‘나 몰라라’, 단순 사실 보도에 그쳐


동아일보의 경우 총 4건의 ‘대운하’ 관련 기사 중 3건이 스트레이트 보도였고 1건은 여론조사결과를 전달한 것이었다. 따라서 대운하의 본질에 대한 보도보다는 표면에 들어난 깊이 없는 사실을 전하기에 급급했다.
조선일보에서 역시 칼럼 및 기획·심층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5건의 ‘대운하’ 관련 보도 가운데 4건이 스트레이트 보도였고, 유일한 해설기사라 할 수 있었던 3월 31일 6면 <“여론도 대운하 반대” 에 공동전선> 기사 역시 ‘대운하’ 자체에 대한 정보라기보다는 왜 ‘대운하’가 총선의 이슈가 되었는가를 정략적으로 분석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중앙일보의 보도태도 또한 앞선 신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운하’의 본질을 파고들어간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3월 31일 5면 기사 <토지 보상비만 1조 6000억 대운하 ‘100% 민자’될까>에서는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논란을 3가지로 정리해 전달했다. 국토해양부의 입장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같이 실음으로써 비교적 공정한 시각에서 ‘대운하’ 논란의 본질에 잘 접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사마저도 대운하 건설 자체가 초래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대운하 정책의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서울신문의 보도도 ‘대운하’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본질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련보도 가운데 62.5%가 단순 사실을 전달한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한겨레, 다양한 유형의 보도 통해 ‘심층성’ 제고


칼럼과 심층보도를 통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정보와 사안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한겨레의 보도는 단연 돋보였다. 4월 2일자 9면 <팔당호 우회수로 만들면 ‘다산 유적’ 섬으로>에서 한겨레는 경부운하건설 시 수로터널로 인한 문제점을 심층보도했다. 기사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중점적으로 검토한 ‘터널안’과 관련한 구체적 자료를 보도하면서 댐건설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환경과 유적지의 파괴현상을 지적했다. 문경시와 충주시, 상주시 등 향후 대운하가 들어 설 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는 지역민은 물론 독자들에게 ‘대운하’건설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충분한 근거를 제공했다. 4월 1일자 객원논설위원 칼럼 <대운하 재앙지역 예측도> 역시 경부운하건설로 홍수위험 및 식수원오염 가능성 있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여 독자들에게 대운하에 대한 경각심을 제공한 보도 중 하나였다.
경향신문의 경우 2~3월에 걸쳐 직접조사, 설문조사, 인터뷰 등을 통해 대운하가 건설될 지형확인과 완공됐을 때 예상되는 화물업체들의 이용률 등을 탐사·보도했다. 그런 까닭에 이번 모니터 기간에는 대운하 반대 의견 등을 기술한 정도에 그쳤다.

 

5. 대운하 관련 이슈 보도의 적절성 여부

 

보수언론들은 모니터기간 동안 불거진 ‘대운하’ 관련 이슈들을 지면을 통해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표 5> 참고) 특히 대운하 건설에 있어 불리한 소재는 기사화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예컨대 ‘대운하’ 추진을 둘러싼 여당과 정부의 이중적 행태, 정부의 대운하 반대 교수 사찰, 국토해양부 내부문건 내용 등에 대한 보도를 등안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1) 대운하 추진을 둘러싼 정부· 여당의 이중성

‘공약을 공약이라 부르지 못한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비꼰 표현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대운하 추진 계획을 총선 공약에서 제외했고, 청와대 역시 국민 여론을 수렴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국토해양부 대운하 내부문건을 보면 대운하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구체적 계획까지 세워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 여당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해야할 책무가 언론에 있음은 자명하다.

 

한겨레·경향, 겉과 속 다른 정부여당에 대한 적극적 비판


그런 점에서 한겨레의 보도태도는 돋보였다. 한겨레는 여당과 정부가 대운하 이슈를 두고 벌이는 ‘이중플레이’ 행태에 대해 적극적인 비판보도를 행했다. 3월 31일자 4면 <청와대,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에서 한겨레는 한반도 ‘대운하’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불분명한 태도를 꼬집으면서 정부가 총선이라는 민감한 시기 이후에 ‘여론을 유리하게 돌려’ ‘대운하 추진 설득’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4월 2일자 칼럼 <유레카/심장에 난 털>은 여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전략’상 총선 공약에서 제외하려는 태도를 지적하며 ‘잔꾀를 부려 남을 속이는, 음흉’한 태도라고 일갈했다. 4월 3일자 3면 [총선 D-6] <당은 정책 실종…후보는 ‘묻지마 공약’>에서 기사는 대운하 등 중요 현안에 대한 쟁점을 회피하려는 여당과 야성을 갖추지 못한 야당을 두루 비판하기도 했다.
경향신문도 겉과 속이 다른 정부·여당의 행태를 적극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3월 31일자 3면 <청 어정쩡> 기사를 통해 대운하 건설에 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청와대의 행동을 꼬집었다. 또 같은 면 하단기사 <야당 연대 “여 입장뭐냐”>에서는 야당들이 ‘대운하’에 반대하며 운하건설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조·중·동, 이중행보에 대한 비판보도 찾기 어려워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에서는 정부·여당의 이중 행보에 대한 비판 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대운하, 국내외 전문가와 논의할 것”>(중앙일보 4월 1일자 1면), <李 이대통령 “대운하, 전문가 의견 모아 논의”>(동아일보 4월 1일 11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표면적으로 밝힌 입장을 전달했을 뿐 은밀히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속내는 들춰내진 않았다. 조선일보 역시 정부·여당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하지 않았고, 오히려 <野 “대운하 반대” 총선 쟁점화>(3월 31일자) 기사를 통해 “대선 때 공약을 했다고 해서 토목 공사하듯 무조건 밀어붙여선 안 된다” “야당이 총선에서 이를 쟁점화 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말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주장을 비판 없이 실었다.
서울신문 또한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중성을 비판하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4월 1일자 2면 기사 <원로들 “대운하 국론 분열 없게”>를 통해 대운하 건설로 인해 국론이 분열될 것을 우려하는 원로들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겉으론 ‘신중론’을 펴고 있는 정부가 운하 건설을 밀어붙일 속내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해주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겨레, 대운하 반대 교수 사찰· 국토해양부 내부문건 내용 보도태도 돋보여


‘대운하’와 관련된 이슈 전달에 있어 한겨레는 적극적 보도 태도를 보였다. 특히, 정부의 ‘대운하 반대 교수모임’에 대한 정치사찰, 국토 해양부의 내부문건과 관련해서 사설과 칼럼, 기사를 통해 ‘5공 시절’의 ‘정치사찰’로 규정하고 전면적으로 비판했다.
3월 31일자 사설 <공안정국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인가>에서 한겨레는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 출범을 전후해 벌어진 ‘정치사찰’을 보도하면서 이는 정부의 ‘조직적 학원사찰’이자 20년 전 ‘공안정국’으로 돌아가려는 행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4월 1일자 3면 <‘시국치안’에 밀린 ‘민생치안’/ 왜? 정보과 형사가 유세 경호? 경찰 “……”>는 대운하 반대교수에 대한 ‘사찰’이 ‘평상시 치안활동의 일환’이라는 경찰의 해명을 보도하면서 그러나 ‘과거 정치사찰의 악령이 따라붙어 다니는 정보조직의 악령’ 이라는 의문을 해소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4월 4일자 <아침햇발/봉인이 풀렸다>또한 대운하를 반대하는 대학교수들에게 국정원 요원과 정보과 형사가 드나드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5공 시절의 ‘사찰’이 현재의 일상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3월 31일자 3면 기사 <국토부 업무자료 논란>을 통해 국토해양부 문건의 상세한 내용을 전했다. 또 4월 1일 1면 <류우익 靑실장 ‘압력성 발언’>기사에서는 류 실장이 대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에 참가한 교수들을 만나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사실을 발뺌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다음 날 (4월 2일) 실린 사설 <류우익 실장의 부적절한 ‘대운하 압력’ 발언>을 통해 류 실장의 태도를 힘줘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은 관련 이슈에 대한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의 경우,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 논란에 대해선 <토지 보상비만 1조 600억 대운하 ‘100% 민자 될까>’(3월 31일 5면) 기사를 통해 비교적 중립적으로 사안을 전했지만, 경찰이 대운하 반대 교수를 사찰했다는 소식은 보도하지 않았다.

 

2) 대운하 반대 활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한 선관위 결정

 

모니터 기간 중이었던 지난 4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운하 건설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홍보물을 배부 또는 게시하거나 토론회와 거리행진 등 집회를 열고 서명을 받는 행위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흘 전 경기도 선관위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거론하지 않은 채 선거와는 무관하게 이뤄지는 서명운동과 토론회는 선거법 위반행위가 아니다”라고 유권해석한 바 있어 선관위의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대운하 건설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반(反)대운하 세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조선·중앙·동아·서울,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축소보도에 그쳐


한겨레는 선관위의 ‘대운하 반대활동 선거법 위반’ 해석에 대해 사설과 기사를 통해 시민사회의 논의와 활동을 봉쇄하려는 처사이자 주권행사의 방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4월 4일자 사설 <선관위, 정권의 방패막이가 되려는가>에서 한겨레는 선관위의 선거법위반 해석이 사흘 전 경기도 선관위가 내린 유권해석을 뒤집은 ‘궁색한 변명’ 이자, ‘시류를 따라 정권과 코드를 맞추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설은 ‘대운하’는 ‘국민적 쟁점’이라면서 ‘집권 여당의 손발이 아닌 한, 국민의 주권행사까지 방해하며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시민사회의 논의와 활동마저 봉쇄하려 해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4월 3일자 10면 <선관위 “대운하 집회 불법”…시민단체 반발>에서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반발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을 보도하면서 ‘공정선거를 진행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꼴이며 과도한 정권옹호용 유권해석’이라는 시민의 의견을 인용했다. 이어 기사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학계 원로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주지역 교사들의 대운하 백지화 촉구 움직임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4월 3일자 1면 기사<선관위 대운하 반대 제동>을 통해 중앙선관위가 시민사회단체의 대운하 건설 반대 운동에 대해 당초 합법이라고 해석했던 경기도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깨고 이를 선거법 위반 행위로 규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날 9면 기사 <‘총선이슈’ 국민 눈 귀 막은 선관위>에서는 대운하반대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한 선관위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선관위는 위헌적 조처 철회하라>(4월 4일 35면)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정당의 정책을 공론화시켜 토론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유권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함에도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대운하 반대 운동’을 선거법위반행위로 결정한 선관위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서울신문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 중앙선관위의 대운하 찬반집회·서명에 대한 판결과 그 이유를 짧게 보도했다.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언론, 적극적 의제설정 노력 통해 총선서 국민 여론 수렴할 수 있게 도와야


모니터 기간 중 조선·중앙·동아는 ‘대운하’를 총선의제로 설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4건의 관련기사만을 내보낸 동아는 표면적 사실전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언론의 기본 의무마저도 다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서울신문은 기사와 칼럼·사설 등을 통해 대운하가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정책임을 강조했지만, 이를 의제화 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대운하와 관련된 핵심 이슈 전달에도 등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신문은 경찰이 대운하 반대 교수를 사찰했다는 소식을 전하지 않았으며, 조선·동아는 대운하 추진 계획이 담긴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에 대해서도 입을 닫았다. 뿐만 아니라 대운하 반대 활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본 선관위의 결정도 스트레이트 기사로 전달했을 뿐 비판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서울신문도 반대 교수 사찰과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선관위 결정내용 역시 단편적 사실을 알리는 데 그쳤다.

총선이 이틀 남았다. 18대 총선은 ‘대운하’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할 좋은 기회다. 이번 선거에서 여론의 뜻을 묻지 못한다면 훗날 여론 수렴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은 중요 의제를 설정해야할 본연의 책무를 기억하고, ‘대운하 정책’을 의제화하고자 애써야 할 것이다. 동시에 ‘대운하’ 문제의 본질을 검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옳다. <끝>



2008년 4월 7일


2008 총선미디어연대

Posted by 온자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