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상2008. 12. 20. 13:49

월요일 오후 3시, 할아버지와 함께 카톨릭 성모자애병원에 왔다.

오늘은 할아버지께서 지난주에 받으신 근전도 검사 결과를 알아보는 날이다.

 

평일 오후 3시의 병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신경과 앞에 모여서 앉아계신다.

아마도 우리 할아버지와 같은 검사를 받고 결과를 알아보러 오신 모양이다.

기운없이 앉아계시는 모습을 보니 남일같지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요즘엔 지하철에서 힘겹게 서계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의사 말이 하체 말초신경이 많이 약해지셨다고 한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의사 말이 어려운지 할아버지는 표정을 찡그리신다.

나라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으니

그동안 몰랐던 할아버지의 고통이 눈에 그려진다.

 

밤마다 잠을 못 주무셨었구나..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셨구나..

 

아무것도 모르고 할아버지께서 제 몸 하나 못가누시는 것에 귀찮아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바쁜 시간 쪼개서 병원에 모시고 갔다온다고 부모님께 생색냈던 것도 부끄러워진다.

 

괜시리 죄송한 마음에 평소 무뚝뚝했던 손자가 싹싹해지려고 노력한다.

역시 무뚝뚝해 보이기만 했던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참 밝은 사람이라는 것도 발견한다.

 

백수 생활 4개월 째,

힘든 시간 속에서 새롭게 느끼는 것도, 배우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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