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작문2008. 12. 20. 15:14

     심각한 오염과 무책임한 미국 및 한국정부 태도 비판

지난 5월 31일 미군기지 9곳의 추가 반환절차가 완료되었다. 이로써 한국 정부가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기지의 수는 23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1차 미군기지 반환시 제기됐던 환경오염 문제가 이번 반환 기지에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 6월 16일자 사설 ‘육안으로 확인된 미군 기지의 오염 실태’는 미군기지의 오염실태를 고발하고, 미국정부를 비롯 한국정부의 잘못과 시정을 촉구한 이 사설을 6월의 좋은 사설(칼럼)로 선정했다.

지난 6월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10명을 포함한 조사단 31명이 경기도 파주시와 의정부시에 있는 반환 미군기지 3곳을 현지 조사했다. 처음으로 공개된 미군기지의 오염현장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사설은 “샛노란 기름이 허리춤까지 차올랐다”, “불을 붙이자 시뻘건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으며 활활 타올랐다”, “유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표현으로 생생하게 전했다.

사설은 먼저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의 책임은 1차적으로 미군에게 있음을 주장했다. 미군은 기지 반환 절차에 앞서 한국의 환경기준으로 반환 미군기지 오염을 치유해달라는 한국의 요청을 묵살했다. 미군은 ‘8개항 오염원 제거’의 약속을 제안했지만, 현지 조사 결과 그마저 지키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사설은 “환경오염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는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미군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사설은 한국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미군기지의 오염실태를 알면서도, 한미 동맹을 고려한다며 반환기지 협상에서 저자세로 일관했다. 그 결과 수 천억원대의 치유비용을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미군기지의 오염 실태 보고서마저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의한 문서여서 미국과의 합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인지 묻고 싶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행정 남용일 뿐”이라고 정부 행태를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사설은 내주에 있을 청문회에서 “막대한 세금을 쓰게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낱낱이 파헤쳐 엄중 조처하기 바란다”며 국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6월 25일 국회 청문회에서 김장수 국방장관은 23개 기지의 오염치유 비용을 부담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의에 “(환경오염 치유)협상이 워낙 평행선으로 달리는 가운데 시간을 더 끌어봐야 갈등만 야기할 뿐 한미동맹에 이롭지 않다고 판단해 환경부 장관과 협의해 결단한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사설은 미군기지의 심각한 환경오염 실태를 고발하고, 더 나아가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해 환경주권마저 포기하는 우리 정부의 굴욕적인 협상태도를 잘 지적하고 있다.

언론은 더 이상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지 말고, 주한미군의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적극적인 고발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불평등한 한미동맹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정리·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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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작문2008. 12. 20. 15:12

<동아>에게 평화와 통일을 기대하는 것은 허망한가

동아일보에게서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것은 진정 ‘허망’한 것인가.

지난 8일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를 발표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합의가 발표되자마자 수구보수신문들은 앞다투어 ‘정상회담 흔들기’에 나섰다. 특히 동아일보의 8월 9일자 사설 <6·15 그리고 7년, 감격은 허망했다>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무산시키기 위해서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7년간의 남북관계의 진전 등을 모두 무시했다. 또한 우리 민주화운동을 ‘북의 선전에 놀아난’ 것으로 폄훼시키고, 미국에 대한 사대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동아일보의 이 사설을 8월의 나쁜 사설(칼럼)로 선정했다.

사설은 먼저 “(1차 남북정상회담의) 감격과 환호는 허망함으로 바뀌었다”며 1차 정상회담의 의미와 결과를 무시했다. 지난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은 분단 이후, 남북의 정상이 처음 만났다는 자체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남북 평화협력과 발전을 비롯한 포괄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며 남북관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2002년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의 교전이나 2003년과 2006년 북핵 위기는 한반도를 갈등의 국면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인적교류와 교역이 크게 늘어나는 등의 가시적 성과가 있었으며, 7년간 보이지 않게 쌓아온 신뢰는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 낸 원동력이 되었다.

실제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2차 남북정상회담이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국민적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하며, 이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7년간의 남북 갈등이 제1차 정상회담의 실패 때문이라는 사설의 평가는 북미관계 및 국제 정세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이다.

한편 사설은 그동안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지겹게 반복해온 수구보수신문의 ‘대북 퍼주기론’을 또 다시 반복했다. 사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북의 볼모가 돼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퍼주다시피 했다”고 주장했으며, “북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 남북협력기금에서 나간 돈만 5조 5000억 원에 이른다”며 당장 눈앞의 이익과 비용에만 몰두한 채 남북의 교류협력을 흠집내는 데 골몰했다.

그러나 북의 어려운 식량 사정을 감안한다면 식량과 비료 지원은 여력이 되는 한 같은 동포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인도적 조치다. 하물며 같은 민족이 아닐뿐더러 반세기 넘게 북과 적대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는 미국조차도 북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대규모 식량지원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남북경협에 드는 비용을 ‘퍼주기’라고 명하는 것도 다분히 악의적이다. 보수신문들이 경협 분야에서 ‘대북 퍼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 개성공단의 경우 점차 흑자를 내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남과 북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모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SOC 등 북의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는 비용 또한 장기적으로 남북 경제공동체를 꾸려나가는 데 이익이 되면 됐지, 절대 ‘퍼주기’라 부를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사설은 또 북측 자체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북측이) 우리 사회를 반미 투쟁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북은 우리 사회의 친북좌파 단체와 인사들을 동원해 끊임없이 분열과 혼란을 획책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정확한 근거와 이성적인 접근방식도 없이 단순히 북에 대한 적대감을 생각나는 대로 내뱉은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사설은 1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지켜지지 않았고,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가 미해결되었으며, “이산가족 상봉은 북이 남측에서 쌀과 비료를 받아내기 위한 ‘생색내기 이벤트’로 활용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차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은 미해결된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쳤어야 한다. 여기서 ‘이산가족 상봉’까지 평가절하한 것은 당사자들에게는 분단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숙원해 왔던 절실한 만남의 의미를 외면하는 것이며, 북에 대한 감정적인 비난에 가깝다.

한편 동아일보의 이러한 주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친북좌파와 북측과의 연대’로, 민주화운동 진영을 ‘북의 분열과 혼란 획책에 놀아난 사람들’로 폄훼한 것이다. 그간 동아일보는 전교조 등의 시민단체나 일부 진보적인 정치 인사들을 ‘친북좌파’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사설에서도 우리 정부에 대해서 “(북한의 주장에 대해) ‘자주’로 맞장구를 침으로써 한미동맹의 이완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자주 국방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을 “북이 “쾌재를 부를 만”한 일”이라고 들먹이며 “(우리 정권이)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동아일보는 미국의 정책에 대해 합리적인 반대의견을 표시하거나, 한미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이는 모두 ‘반미’이며 ‘북측의 획책에 놀아난 것’이라고 몰아붙일 셈이며,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일마저 ‘한미동맹’을 깨는 일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동아일보는 더 이상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민주화운동 진영은 ‘친북좌파’라는 식의 색깔론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대적 태도와 이분법적이며 단세포적인 주장은 더 이상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정리·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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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작문2008. 12. 20. 15:10

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모니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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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성과는 뒷전인 채 '해프닝'에 집착한 수구신문

2007년 10월 2일 오전 9시 5분, 전 세계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2시간 여만인 11시 40분 경,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를 하며 얼굴을 맞대었다.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남북의 정상들이 두 번째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회담은 시기상으로 대통령 선거를 2달여 앞둔 점과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회담 사실이 발표됐을 때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10월 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10·4 선언)을 통해 기대 이상으로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어냈다. 10·4 선언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지배적으로 받고 있다.

한편, 이번 회담이 중요했던 만큼 국내외 언론에서도 높은 취재 열기를 보이면서 많은 양의 기사를 쏟아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10월 1일부터 6일까지 6일 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의 정상회담 보도를 모니터해 보았다.

1. 2007 남북 정상회담 의미 · 성과 분석 및 평가

①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평가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던 날부터 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에 대해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남북 경제협력이나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기대하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보수 언론에서는 일관되게 북한 핵 폐기 약속이 선행되어야 함을 주문했다.

정상회담을 앞둔 10월 1, 2일에도 보수 언론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선·중앙·동아는 ‘북핵 폐기가 선행되지 않은 평화는 한낮 구호에 불과할 것’이라며 핵문제 선 해결을 강조했다. 반면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져야 할 주요 의제에 대한 정리 및 분석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정부 역할을 제한하기도 했다. 게다가 동아일보는 10월 1일 신문에서 친북 게시물이 최근 2달 동안 급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1면 오른쪽과 4면 전면, 사설에까지 실으면서 북한에 대한 경계의식을 조장하는 편집의 악의성을 보여주었다. 다분히 정상회담의 의미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1차 정상회담에 비해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줄어든 감이 없진 않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회담에서 이전보다 한 단계 진전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필요한 의제를 제안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한 채, 북한에 대한 경계의식만 조장하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정상회담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남북 화해의 장을 마련하러 가는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시각을 표출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와 대조되는 보도 태도를 보여주었다. 한겨레신문은 10월 1일 <“평화 체제 뼈대에 경제 특구 살 붙여라”>에서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한반도 평화, 민족 공동번영, 통일 논의의 3가지 틀에서 합의 수준을 가늠해 보았다. 또한, 10월 2일 3면 기사 <정전체제 종식 주력…남북 주도 ‘평화선언’ 가시권>에서 의제별 핵심 현안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경향신문은 10월 1일 1면과 3면의 기사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해 평화벨트(가칭)’가 논의될 것을 예상하며 낙관적인 기대를 표시했다. 10월 2일 <세부 의제 사전조율 안돼 ‘성과’는 미지수>에서는 청와대가 제시한 3대 예상 의제를 분석함으로써 어떤 대화가 오고갈 것인지 예측했다. 두 신문은 국민에게 회담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②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에 대한 평가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통과한 것은 단순한 이벤트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은 종전 이후 남북 분단과 냉전의 상징으로 존재해 왔다. 다른 사람이 아닌 분단국가의 정상이 비무장한 상태로 분단 경계선을 넘어갔다고 하는 것은 앞으로 한반도 평화 체제가 실현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행사인 것이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사진과 함께 짤막한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하면서 단순 사실 전달에 그쳤다. 오히려 동아는 10월 2일 <김위원장 ‘마중 장소’가 예우수준 척도>에서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를 비롯한 방북 행보 하나하나가 북한 체제 선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서 10월 3일 ‘동아광장’ <민족은 주의(主義)를 초월하는가>에서 ‘1948년 백범 김구 선생이 남북 분단을 막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실패한 과거가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는 장면과 겹쳐져 보인다’며 정상회담의 실패를 예상하기도 했다. 회담의 성공을 위해 격려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시작도하기 전에 ‘정상회담에 재 뿌리는’ 보도를 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한겨레신문은 10월 2일 <1948년 백범이 걸은 길… 2007년 오늘 09:00 다시>에서 군사분계선 통과는 과거 김구 선생이 지나갔던 길로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10월 3일 사설 <평화는 신뢰에서 온다>에서 한반도 평화의 모습을 지구촌에 보여주는 계기를 통해 ‘평화’는 이번 회담의 주요 열쇠로서 결정적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경향신문 역시 10월 3일자 기사 <‘금단의 선’ 넘는데 54년 걸렸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걸음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최후의 냉전지대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교류 확대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했다.

③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평가
10월 4일 양국 정상이 발표한 남북정상선언은 남북관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한반도 평화 체제 논의에 대한 양국의 자주적, 협력적 의지를 읽을 수 있으며, 군사 안보와 경제 협력 문제의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대다수의 언론들도 남북정상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보수 언론들이 남북정상선언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기만 했다. 무조건 칭찬 일색의 평가보다는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보수 언론이 정상회담에 대해 보인 태도는 비판적이라기보다 부정하려는 것이었다. 조선·중앙·동아는 한 목소리로 북핵문제 논의가 미비한 점과 합의사항에 납북자·국군포로 문제가 담겨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이하 특별지대)는 사실상 NLL을 양보한 것이라며 깎아내리는 한편, 경제협력은 비용 문제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일면 타당성이 있고, 이는 여타 언론들도 한계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착실히 진행되어 가고 있고, 특별지대는 경제협력을 통해 안보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남북정상선언의 의미는 무시한 채, 부정적 평가로만 일관한다는 것은 올바른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그 예로 조선일보는 10월 5일 <10·4 선언 내용은 91년 기본합의서와 비슷>에서 이번 회담의 결과가 “남북기본합의서를 상당 부분 재인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의미를 낮게 평가했다. 동아일보 역시 10월 5일 <6·15도 미완인데… 버거워진 ‘합의 보따리’>에서 제1차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실천이 미비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회담의 합의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합의사항의 각 항목별 분석에서도 의미를 조명하기보다 한계점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10·4 선언 발표 직후 조선·중앙·동아가 의미를 축소하려고 주력한 것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 사항이었다. 이들은 ‘합의 사항이 지나치게 많은데 대부분 사업 비용을 남한이 대야 하는 재정 부담’이라고 초점을 맞추면서 ‘국민들에게 큰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10월 6일 <방북 경제인들 “北, 경협준비 미흡” 정부-공기업선 후속조치 쏟아내>에서 정부와 민간 사이에 상당한 시각차가 있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중앙일보는 비교적 경제협력에 대해 일부 긍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투자 측면에서 낙관적 기대를 하는 동시에 경협 비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비해 한겨레는 특별지대 설정을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동안 반복되어 왔던 군사문제 악화와 경제협력 미진의 악순환을 평화 정착과 경제협력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또 10월 5일 사설 <평화와 번영은 멀리 있지 않다>에서 “한반도와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 문제를 추진하는 데 남북이 협력해 나가기로 한 것은 남북이 평화체제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남북한 합의를 높게 평가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성실한 실천”이라며 현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이행의 토대를 쌓아줄 것을 당부했다.

경향신문도 이번 회담을 통해 군사적 문제를 경제적 공동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한반도 문제 해법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했다.

남과 북이 이번 합의대로 착실히 경제 협력을 추진하고, ‘유무상통’의 원칙에 따라 있는 것은 주고 없는 것은 받으면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나가는 것은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며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보수언론이 자주 거론하는 ‘통일비용’의 문제 역시 경제협력을 통해 상당 부분 부담을 덜 수도 있다.

하지만 보수 언론들은 10·4 선언 이행의 출발점부터 ‘이게 되겠느냐’는 식으로 폄훼하고 있다. 특히 평화정착과 남북공동번영의 토대가 될 경제협력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비용문제로 제동을 걸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보수 언론들에게는 한반도의 장기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2. 김정일 위원장을 둘러싼 추측성 보도

2박 3일의 정상회담 기간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과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을 2000년과 대조하여 건강상태를 분석하는가 하면, 김정일 위원장의 한 마디를 여러 가지 의도로 해석하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그 가운데서 특히 조선·중앙·동아는 온갖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며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노무현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평양 ‘4·25 문화회관’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은 7년 전과 다르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 또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여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 10월 3일 <김 위원장 달라진 걸음걸이… 당뇨때문인듯>에서는 김 위원장이 걸을 때 “오른쪽 무릎을 왼쪽 무릎보다 높이 들면서” 걸은 것이나, “어깨의 움직임은 고정되고 팔 동작은 힘이 없어” 보이는 것이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자세라고 분석했다. 그 외에 복부 비만과 머리카락, 피부 노화까지 김 위원장의 ‘종합 건강 진단’을 해 주었다.

중앙일보 역시 10월 3일 <화면으로 본 김 위원장 건강…>에서 전문가의 말을 빌어 “복부 비만 상태가 지속돼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이 유발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0월 5일 <김 위원장 목소리 작아지고 활기 떨어져>에서 목소리를 분석해 김 위원장의 당뇨나 심장병을 예측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고, 전문가의 의견을 통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할만한 분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행사에서 김 위원장의 ‘병명 맞추기’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언론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 게다가 중앙일보 10월 4일 <노 대통령 주최만찬에 안 나온 김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만찬에 안 나온 이유가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는 해석도 있다”며 건강이상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국 정상이 남북문제의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건강에 대한 추측성 기사를 연이어 보도한 것 또한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보수언론들의 속마음이 반영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② 김정일 국방위원장 표정 변화 관련
김정일 위원장은 어두웠던 표정의 첫째 날과는 대조적으로 둘째 날에 한층 밝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서도 보수 언론들은 온갖 추측을 내놨다. 특히 동아일보는 10월 4일 <기선제압 전략? 북 내부단속용? 남 여론 의식?>에서 김 위원장 표정 변화의 원인을 “노 대통령과 첫 만남서 근엄한 연출했을 가능성, 내부통제력 약화에 따른 ‘회담 좌지우지’ 과시 제스처, 남측의 보도 의식에 따른 행동, 실제 건강에 문제 있거나 피로 누적된 탓” 등 4가지로 분석했다. 이밖에 보수 언론들의 반응 또한 대체로 부정적이었고, 김 위원장이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억측을 전제로 했다. 하지만 남북정상선언 합의로 그 억측들이 무색해졌다.

③ 일정 연기 해프닝
10월 3일 오전 회담이 끝나고 김정일 위원장은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루 더 묵어갈 것을 제안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대답을 유보했다. 그리고 오후가 되자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제안을 자진 철회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 돌발 제안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난무했다. 조선일보는 10월 4일 <“하루 더 하시죠… 대통령이 결정 못합니까”>에서 “평양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이날 저녁에 있을 북한의 체제선전용 집단체조인 아리랑 관람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자 일정연기를 제안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경향신문 역시 10월 4일 <체류연장 해프닝 ‘아리랑’ 때문이었나>에서 연장 제안의 이유를 아리랑 공연과 연관시켰다. 중앙일보는 10월 4일 [김달술의 관전평] <“일정 모호성은 김정일의 기선 제압용”>에서 김달술의 말을 빌어 “본격적인 의제 논의를 하는 오후 회담 초반에 그런 이야기를 꺼내 상대를 위축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 나아가 같은 날 사설 <남북 이질성 보여준 일정 변경 소동>에서는 “이번 사태는 남북의 상호 이해 증진과 공조를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폄훼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역시 10월 4일 <김위원장 ‘게임의 룰 바꿔 주도권 잡기’ 노린 듯>에서 “미리 정해진 ‘게임의 룰’을 사전 예고 없이 바꿈으로써 노 대통령이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회담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였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회담이 “‘평화선언’ 형태의 추상적인 선언 수준의 결과물을 내고 막을 내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는 10월 4일 <‘체류연장’ 즉답 없자 거절로 판단? 의견차 심각?>에서 김 위원장의 제안과 철회의 이유가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거나 민감한 현안에서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속내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근거없는 악의적인 추측들이 양산되는 것은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일정 연장을 제의한 것에 대한 이유를 분석할 때 회담에서의 의견 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의 생각일 것이다. 그럼에도 각종 의혹을 제기한 신문들의 입장은 ‘김정일 죽이기’ 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보수 언론들이 일정 변경은 외교 관례상 상당한 결례라고 입을 모으며, 북한이 제 멋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일정 연기 제안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보수 언론들은 그들의 지나친 추측 보도가 자칫 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3. 본질에서 벗어난 ‘흠집내기 보도’

한편, 정상회담 기간 동안 중요하지 않은 사안을 부각시키면서 본질을 흐리게 하는 보도가 있었다. 이같은 보도는 대부분 정상회담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흠집내려는 악의적인 의도를 내포하고 있었다.

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 장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4·25 문화회관으로 영접을 나와 노무현 대통령과 마주 했다. 7년 만에 두 나라의 정상이 악수하는 감격스러운 장면이었지만 보수 언론이 주목한 것은 김 위원장의 굳은 표정과 어정쩡한 자세였다. 조선·중앙·동아는 김 위원장의 영접 장면을 2000년과 비교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태도가 시큰둥하다는 식으로 묘사했다. 또 숙소까지 동행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김 위원장이 2000년에 비해 회담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추측했다.

환영 나온 시민들의 모습 또한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동아일보는 10월 3일 <환영인파 12만명… “노무현” 연호 안 나와>에서 시민들의 숫자가 2000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고, “환영, 환영 김대중”을 외치던 지난번과는 달리 “환영, 환영 노무현”이라는 구호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시민들의 분위기를 묘사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정상회담은 양 정상 간의 형식적인 합의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10월 2일 사설 <군사분계선 넘어 평양 도착한 노대통령>에서 “김 위원장의 바뀐 영접 모습이 역설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아니겠냐는 기대를 해 본다”고 했다.

언론들은 이처럼 대조적인 보도태도를 보였지만 3일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탄생한 10·4 선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는 그야말로 ‘추측’과 ‘소설’에 불과했다.

② 노무현 대통령의 건강 기원 건배사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 첫날 가진 만찬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며 즉석 건배사를 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10월 3일 <“김정일 위원장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에서 “노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목에서 만찬장은 일순 고요해졌고, 북측 관계자들 가운데는 ‘남축 언론에서 문제 삼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동아도 그 장면을 중앙과 비슷하게 묘사하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시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반면, 한겨레는 10월 3일 <노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 오래 사셔야 평화” 김영남 “7년전 6·15선언은 세계사적 사변”>에서 노 대통령의 건배사는 “평화와 경협을 함께 논의할 상대로서 북쪽의 현 지도부에 대한 인정과 존중, 배려의 마음을 전달한 것”으로 평가했다. 10월 4일 <노대통령 거침없는 언행 왜?>에서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노 대통령의 즉석 건배사를 회담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전술적 발언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의 만찬 자리에서 상대국 정상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은 예우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다만 보수 언론이 탐탁지 않게 보는 것은 남북한이 현재 분단 하에 서로 대치하고 있는 적대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평화와 통일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회담이 잘 이루어질 것이 만무하다. 만찬장에서 오가는 대화를 문제시 삼는 보수 언론의 행태는 정상회담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③ 방명록의 ‘인민’ 단어 사용
노무현 대통령은 만수대 의사당에 올라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이라고 쓰는 한편, 서해갑문을 방문해서는 “인민은 위대하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이 ‘인민’이라는 단어를 두 번 사용한 것에 대해 중앙일보는 10월 4일 칼럼 ‘분수대’ <인민>에서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간혹 잊는 듯한 노 대통령의 행보가 염려”스럽다며 이는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10월 4일 <노대통령 거침없는 언행 왜?>에서 노 대통령의 방명록을 “정상회담을 하는 마당에 북한 체제와 최고 지도자를 인정하는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의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자주 쓰이지 않기 때문에 생소할 수 있고 북 체제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국을 방문한 정상이 상대국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외교의 기술이다. 따지고 보면 북측의 ‘인민’은 남측의 ‘국민’에 해당하는 말이니 적절하게 사용했다고 할 수 있다.

④ 아리랑 공연 관람
노무현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 또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정상회담 개최 전부터 조선·중앙·동아는 노무현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을 두고 ‘아리랑은 북한 아동 학대의 결정판’이라며 맹렬하게 비난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공연 중 노 대통령이 두 차례 기립박수를 보낸 것을 향해 화살의 방향을 돌렸다.

조선일보 10월 4일 <노대통령 기립박수 순간 ‘김일성 찬양’ 카드섹션>은 노 대통령이 기립해 박수를 치는 순간 “아버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구호가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두 번째 기립박수 때에는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카드섹션에서는 ‘21세기 태양은 누리를 밝힌다. 아, 김일성 장군’이라는 구호가 나타났다. 이어 노 대통령이 박수를 치는 도중 ‘무궁번영하라 김일성 조선이여’라는 구호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마치 노 대통령이 김일성 전 주석을 찬양한 것처럼 상황을 왜곡시켜 묘사한 것이다. 한편, 중앙일보는 10월 5일 사설 <정상회담 원칙부터 바로 세워라>에서 “이러한 부적절한 처신과 경우 없는 돌출 행동이 계속되는 데도 회담 정례화를 지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리랑 공연이 ‘북의 체제 찬양’ 등으로 논란이 많았다는 것을 노 대통령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체제를 인정함으로써 회담의 성과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관람을 결정한 것이다. 공연 도중 기립박수를 친 것도 공연에 초청받은 것에 대한 예의 차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고, 기립박수를 쳤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데 이용당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니터를 마치며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언론은 노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에 대해 주목하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이상의 모니터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도 수많은 해석이 엇갈렸다. 아쉬운 점은 전반적으로, 정상회담 논의 내용보다 부수적인 행사에서의 해프닝에 대해 보도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중앙·동아는 북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악의적인 추측 및 해석 보도의 선봉 역할을 자처했다. 정상회담 전에는 ‘선 핵폐기’를 거론하며 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한편, 정상회담 기간 동안 양국 정상의 표정과 행동,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시비를 걸면서 정작 중요한 논의 내용은 묻히게 만들었다.

반면 한겨레·경향은 이번 회담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기대를 드러냈고, 정상회담 기간 동안에는 회담의 성공적 성사와 회담의 의미를 손상시키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제2차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약속한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여전히 10·4 선언을 흠집내기 위해 온갖 시빗거리를 제기하며 온 사회를 들쑤시고 있다. 남북 화해와 공동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시점에서 아직도 냉전적 이데올로기를 버리지 못하는 보수 언론들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대세다. 보수언론들이 계속해서 시대 흐름을 외면하고 대결적 사고방식으로 과거에 안주하려 한다면 결코 ‘수구’라는 딱지를 떼지 못할 것이다. <끝> <정리 : 이혁진>



2007년 10월 2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Posted by 온자매 아빠
소박한 작문2008. 12. 20. 14:47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것만 같던 일이 뉴욕의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타가 비행기 테러로 인해 무너져내린 것이다. 전 세계인들을 경악케 한 이 사건으로 '테러와의 전쟁'은 인류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은 그 선봉을 자임하며 테러조직의 근원지라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테러 조직과의 동조를 의미했다.

 

9.11 테러 후 6년이 흐르는 동안, 미국은 과연 전 세계인들을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있을까?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反) 테러리즘'을 외치며 경찰국가 노릇을 해온 미국이 그동안 자행해 온 인권유린의 실태를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찮게 아프간에 갔다가 테러범으로 몰려 수년간 인권침해를 당해야 했던 아랍계 영국 청년 4명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는 방식이나 포로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또 하나의 '테러'를 보는 듯하다.

 

오사마 빈 라덴을 주축으로 하는 '알 카이다' 조직과 이를 돕는 탈레반 군을 축출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무차별 폭격을 감행했다. 실제로 폭격을 당해 피해를 본 사상자들은 탈레반이 아닌 아프간에 있던 일반 국민 내지 외국인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 역시 잠시 아프간에 왔다가 미국-아프간 연합군에 잡혀 포로가 되었고, 탈레반, 알 카이다와의 관련성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한다. 매일 고문과 협박에 시달리지만 3년여의 시간동안 끈질기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결국 무혐의로 풀려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쿠바의 관타나모로 끌려가고,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는 동안 그들은 동물과 같은 취급을 당했다. 영화 속에 드러난 미국 포로 수용소의 실태는 미국이 주장하는 '반테러리즘'의 허구를 보여준다. 몇년이 지나도록 미국은 그들이 말하는 '주적' 오사마 빈 라덴을 잡지 못했다. 대신 몇 천명의 포로들을 잡아서 갖은 협박과 고문을 통해 정보를 캐내려 사고 있다.

 

포로의 대부분이 무슬림이었고, 미군은 그들이 가진 종교 역시 탄압했다. 영화 속에서 미군은 포로들에게서 이슬람교의 '성경'인 코란을 압수하고, 이슬람 신에 대한 경배를 금지하는 등 종교적인 탄압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이슬람교에 대한 전쟁이 아닌 일부 테러조직에 대한 응징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말에 반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함께 미국 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 사상의 제국주의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한다.

 

9.11 테러는 분명 인류의 큰 비극이었고,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감행한 아프간,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사망자에 대해 미국이 반성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평범한 사람을 비극의 길로 가게 만들고 있는 미국 정부의 태도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영화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평화를 위한 길'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Posted by 온자매 아빠